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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i Feb 12. 2022

따뜻한 나의 도시

5

남자는 여자를 만나고 오는 길이 한상 흐뭇했다. 그냥 격 없이 자연스러워서 끌렸던 여자는 정말 만나면 만날수록 자신과 달라 깜짝깜짝 놀라울 지경이었지만, 함께 있을 때 좋았다. 많이 웃게 됐다.


'저... 건너편 사람들이 자꾸 쳐다보는 것 같아요'

'봤어요. 근데 우리가 재밌나 봐요. 웃고 있는데요?'

'아.. 그러네요. 웃고 있네요...'


왜 저럴까. 사람들이 쳐다보는데 불편하지도 않나, 신경이 쓰일 텐데 보든 말든 괜찮은 건지, 아님 시선을 끄는 걸 은근히 즐기는 건지. 사람들 사이로 습자지처럼 스며들어 기름종이처럼 투명하게 비치는 게 꿈이던 남자에게 이 여자는 정말이지 재질이 다른 사람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런 여자를 바라보는 게 좋았다. 평생 여자 같은 성향의 사람들은 피하면서만 살았는데, 왜 이 사람만은 밉거나 싫지가 않는 건지 돌아오는 길엔 항상 그 생각을 하는 남자였다. 왠지 여자의 눈빛의 온도가 달라지는 게 느껴지는 것 같다면서. 두 사람은 거의 모든 게 완전히 반대였지만, 남자는 알았다. 사랑이라는 걸.


‘내일은 더 맛있는 거 먹자. 알아둔 곳 있어’

‘아니 우리 근데 왜 이렇게 매일 만나는 거야?’


왜냐고 이렇게 바로 직접 물어보는 이 여자, 역시 나와는 다르다. 내일은 나도 단도직입으로 말해야지. 근데 어떻게 뭐라고 말하지.



‘아 진짜 그 남자 미치겠네. 거 더럽게 끄네’

‘나도 가만히 있는데 너 또 화났냐’

‘이쯤 되면 문제는 너한테 있는 거야’

‘야 끊어’


지나는 오늘도 화가 났다. 세상 사람들이 다 당신 같은 속도감을 갖지 않았다 그렇게 이야기했는데도 지나는 마뜩지 않은 모양이다. 여자도 집에 올 때면 남자가 중불로 미지근하게 개구리를 죽일 셈인가 싶지만, 뭐 꾸준한 것도 나쁘지 않다. 후에 어영부영하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모든 것은 빨리빨리, 예상과 부합하는 결과를 어떻게든 해내는 여자였지만, 유독 마음을 드러나는 모든 일엔 움츠러들었기 때문에 이해가 되기도 했다. 말을 놓을 때도 그랬다. 거리감이 느껴지는데 말을 먼저 편하게 해 주시면 안 되냐고 물어보는데 참 그 답다 생각했다. 느리고 센스 없는 건 죽어도 못 견디는 성격이라 믿었는데, 남자는 여자에게 이제는 뭐 하려나 기다려주고 싶은 사람이 되었다.



‘야 나 카톡 보냈어. 너무 직접적이면 놀랄까 봐 에두름’

‘뭐라고’

‘우리 왜 자꾸 매일같이 밥 먹냐고’

‘.... 에두른 게 아니라 못 알아들으라고 보낸 거지? 도대체 뭘..’


그럴 거 같지만 아닐걸. 다 맞춰가는 거다 바보야. 오늘따라  한줄기 선선한 가을바람이 더 기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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