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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리 Dec 11. 2022

[월모닝에세이 10/3]우리는 동지(同志)다

   

 월요일은 왜 월요일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기분좋은요일, 행복한요일, 건강한요일, 시작하기좋은요일 등 얼마든 좋은 이름이 많은데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도 이름을 바꾸자고 나서겠지만 월요일만큼 간절하지는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월요일은 어딘가 부담스럽고, 그냥 싫은 느낌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그 싫은 느낌의 원인을 깊이 탐구해보면 명확한 이유를 발견하게 된다.     

 

아늑하고 따뜻한 집을 떠나 뭔가를 해야만 하는 부담스러운 첫 날이라는 것!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주하고 싶어 한다. 무엇인가를 새롭게 시작하고 도전하는 것은 온 몸의 털이 쫑긋 설 정도로 부담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나처럼 내향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은 더하다. 웬만하면 집에 있기를 좋아하는데, 억지로라도 집밖을 나가 무엇인가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기 때문이다.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다. 감사하게도 내 전문 분야인 글쓰기 강의인데, 누군가에게 내 존재를 드러내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커서 더욱 힘들게 느껴졌다.

 월요일이다. 나는 포근한 내 침대의 이불을 걷어차고 나가야 한다. 그래야 그 이후의 모든 일들이 차질 없이 진행될 터였다. 5분만 더 누워있기로 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눈을 질끈 감은 채 생각했다. 이대로 잠이 들어버린다면, 그 일은 내가 할 운명이 아니었던 것이라고.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그런데 이게 어쩐 일인가. 참지 못하고 핸드폰 시계를 보니 딱 5분이 지나 있었다. 지금 일어나면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될 터였다. 일단 이불 밖으로 내 몸을 꺼내면, 나는 자동으로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으며, 간단하게라도 두유 한 잔을 마시고 집 밖으로 나가는 루틴에 편승될 것이다. 하지만 5분이 지난 것을 알고도 그대로 눈을 감아버린다면, 오늘의 부담스러운 일정이 펑크 나 얼마 간 후회라는 것을 하겠지만 어쨌든 그 부담은 피할 수 있다. 그렇다고 글쓰기 강의가 그토록 싫은 일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것이다. 아니 어쩌면, 강력하게 부인하며 나는 그 일을 너무나 사랑한다고 답할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이토록 이불 밖으로 나가기를 힘들어하냐고 묻는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이란 이것뿐이다.     


"월요일이잖아요. 원래 월요일은 그런 거잖아요."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어쩌면 어이없어 하거나, 공감의 미소를 지을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이 말밖에 정말로 할 말이 없다. 정말로 나는 월요일이 싫은 것뿐이니까.     

 나는 내 일이 소중하다. 그 일을 얻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는지 모른다. 다만, 오늘이 화요일이거나 수요일이었다면 이토록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루 종일 집밖을 나가지 않고 한가한 일요일을 보낸 후유증이라고 변명 정도는 할 성의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진실은 역시나 단 하나다. 월요일 아침은 이불 밖으로 나가는 것이 너무나 힘들고 어렵다. 이 글을 읽고 당신이 공감한다면 나는 너무나 기뻐서 하이파이브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내 마음을 공감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희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 그런 거다. 사람은 정말로 원래 그렇다. 큰 선물이나 생각지도 못할 정도로 깜짝 놀랄 이벤트에 감동할 것 같지만, 사실은 별 것 아닌 말 한 마디로 힘을 얻고 회복한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월요일 아침, 이불 속에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그 동그랗고 귀여운 모습을 이해한다고. 나도 그렇다고. 우리는 동지라고. 월요일을 부담스러워하는 동지.    



            

- 동지(同志): 뜻이 같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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