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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리 Aug 28. 2023

영원한 것은 없다

월요일 아침 읽으면 좋을 에세이, 월모닝

   

 영원한 것은 없다는 시쳇말이 떠오르는 날이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장마와 더위도 서서히 꼬리를 감추는 듯하니 말이다. 여전히 더운 여름이지만 새벽녘 밤새 틀어도 시원찮았던 에어컨을 꺼야 시린 살갗을 달랠 수 있게 되었다. 잠깐이지만 에어컨을 너무 오래 켜면 춥다. 워낙 더위를 많이 타서 에어컨을 초강력하게 틀어도 꿉꿉했던데 엊그제인 것 같은데 말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 날씨도, 사람도, 세월도.    

 

 좋아했던 가수가 있었다. 소울이 느껴지는 목소리와 바른 주관이 뚜렷하게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싸이월드 시절, 그 가수의 노래로만 배경음악을 설정해두었고 핸드폰 컬러링도 그 가수의 노래로 선택했다. 몇 해 전, 그가 마약을 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 소식을 듣고 얼마나 화가 났는지 모른다. 학창시절부터 좋아했던 그 가수가 절대 그럴 리 없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수는 억울하다는 인터뷰도 했다. 그럼 그렇지, 내가 좋아하고 믿었던 가수가 그럴 리 없음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몇 달 후, 그 가수는 어느 공중화장실에서 검은 봉지를 손에 든 채 쓰러졌다. 검은 봉지에는 마약성 물질 들어 있었다고 보도되었다. 이후, 그 가수를 흉내 내던 수많은 예능인들이 더 이상 따라하지 않았고 그 가수 또한 어떤 언론플레이도 하지 않았다. 가끔 그의 노래를 흥얼거리던 나는 갑자기 흥얼거릴 노래가 사라진 것에 대한 상실감을 느꼈다. 바른 주관을 가졌을 것이라 생각해 노래는 물론 그의 언행까지 좋아했었기에 배신감마저 느껴졌다.      


 영원한 것은 없다. 날씨도, 사람도, 세월도.


 알지만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별이 영원히 빛나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늘 같은 자리에서 반짝이던 별이 어느 날 갑자기 먹구름에 가려 사라지거나 혹은 소멸해버리기도 한다. 그때마다 눈시울이 붉어지지만 엉엉 울 수는 없다. 우는 순간 정말로 무너져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무너지면 다시 일어나기가 어렵다. 그래서 온전히 마음 놓고 울 수가 없다. 우는 순간 모든 것들이 정말로 날아가 버리고, 간신히 잡고 있던 나조차 사라질 것 같은 기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씩씩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기분이 좋다. 습관처럼 일어나 출근하는 사람들의 졸린 눈 그러나 야무지게 시간을 체크하는 표정, 단정한 옷차림, 힘찬 발걸음, 한줄기 땀방울을 아무렇지 않게 쓱 닦아버리는 무심함, 모닝커피를 기어이 챙기기 위해 긴 줄에 합류하는 마음, 집에 있는 가족을 깨우기 위해 전화를 하는 아내이자 엄마 사람, 일찌감치 일어나 장사 준비를 하는 자영업자 사장님들, 그리고 그들보다 훨씬 먼저 일어나 아침을 열었을 버스 기사님들, 택시 기사님들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며 기쁨이 차올라 집에서 챙겨 온 단백질 바를 베어 물고 오물거리는 나.

 이 모든 것들이 영원할 수는 없지만 꽃처럼 기쁘게 피어나, 절정의 아침을 만들어낸다. 영원하지 않지만 그 누군가에게는 순간의 기쁨과 아름다움을 선사했을 존재들.     

 내가 좋아했던 가수가 지금은 어떤 모양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 수 없으나, 매스컴에서 본 마지막 모습이 그의 인생 끝이 아니라 과정임을 안다. 어쩌면 그는 지난날을 반성하고 다시 노래 연습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나처럼 실망한 팬들을 위해 다시 한 번 날아오를 준비를 하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인 것이다. 영원한 것은 없다. 오늘의 영광도, 오늘의 슬픔도.      


 오늘 슬펐다면 내일 다시 날아오를 것이다. 슬픔 또한 영원하니 것이 아니므로. 그래서 우리의 월요일 아침은 또 다시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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