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빌리지, 워싱턴 주립 대학교
한국에서 맥북에 맥주를 아주 살짝 쏟았어서 사설에서 키패드를 15만원이나 주고 교체했었다.
호갱이었는진 모르겠지만 자식(?) 같은 맥북 앞에서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로.
그런데 재조립하니까 트랙패드가 덜컥덜컥거리면서 유격이 생겼다. 컴플레인 걸었더니 원래 이랬다고 헛소리를 하길래 이래서 사설을 가면 안되는구나 느낌.. 공인 A/S는 당연히 침수로 해줄 수 있는 건 없다고 하고 그냥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간 거긴 한데.
미국 온 김에 U Village에 애플 스토어 지니어스 바 예약을 했다. 원래 맥북도 미국에서 산거라.
아침에 옥상에 올라가서 본 시애틀 스카이라인.
지도상 동쪽으로 눈 덮인 큰 산이 하나 있었는데 흐릿하게 보이는데도 엄청 멋있었다. 무슨 산인지 지도를 보며 고민해봤지만 잘 모르겠다. 대니얼 산인가..?
University Village Shopping Center는 버스 타고 15분, 걸어서 40분 정도 걸리는 곳에 있었다.
버스 기다리는 거 포함하면 시간이 비슷비슷할 것 같아서 걷기 시작했다.
구글맵이 안내해준 대로 가는데 유덥을 지나 무슨 이런 산골짜기 같은 길도 하나 지나갔다. 이런 골목골목을 안내해서 어려워서 거의 1시간은 걸린 듯했다. 가는 길에 머스탱도 보고요!
미국 아울렛들은 이렇게 1층짜리로 넓게 지어놓고 사람도 별로 없어서 엄청 쾌적하다.
1:45 PM 예약을 하고 왔다. 예약 줄에 서서 지니어스가 이름이 뭐냐길래 대답했더니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처음엔 발음 때문인가 해서 라스트 네임이 '윤'이야 했는데 예약 내역이 없다고 했다.
어플로 예약했냐길래 그렇다고 하면서 애플 스토어 앱을 보여줬는데 분명 13:45 예약이 맞았다!
한참을 둘 다 고민하다가 갑자기 지니어스가 Wait 하더니 자기 아이패드로 다음날 예약을 봤더니 내가 있었다...... 2/5가 아니라 2/6 예약을 하고 온 거 ^^ 하하..
둘 다 허탈하게 웃으면서 지금 바로 대기자에 등록해준다고,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걸릴 거라고 번호 등록해놓으면 문자 가니까 쇼핑하고 있으라고 했다.
한국에선 리셀러 샵에 잘 안 가는지라 이때 애플 펜슬 처음 만져봤다.
그림 그리고 있었는데 지니어스 한 명이 "I love that!"해서 민망해서 도망쳤다 ㅎㅎㅎ
바로 옆에 세포라가 있었다. 화장품 욕심 별로 없는데도 세포라에 가니까 눈이 휙휙 돌아갔다. 택스가 붙긴 해도 비쌀수록 국내가랑 가격 차이가 많이 났다. 이땐 돈 아끼느라 하나도 안 샀다..
면세점에서 차차 샀지만 코랄이 지겹게 느껴지더니 맑은 베네가 사고 싶었다. 베네틴트가 $30밖에 안 해.. 립 펜슬 샤프너가 진짜 시급했는데 $7이나 하길래 차라리 새 립 펜슬을 사겠다!! 하면서 안 샀다 ㅋㅋㅋㅋㅋ
테스터 넉넉하고 직원이 1:1 마킹을 하지 않아서 인기가 많은 세포라 국내 도입이 시급했다. 근데 왠지 세포라에서 풀메 하는 사람 있을 것 같아서 안 들어와도 될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옆엔 마소샵도 있었다. 물론 엑박이랑 서피스.. 이런 것들 관심이 없습니다.. 그냥 지나쳤습니다.
일기예보에 오후 3시 정도부터 비가 온다고 되어있는데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시애틀에서의 파란 하늘을 처음 본 날이었다. 쇼핑몰 너무 한적하고 좋았다.
한 시간 좀 넘게 기다렸는데 애플 스토어에서 문자가 왔다. 오늘 나의 지니어스는 Ean.
남들한테 트랙패드 유격 말해봤자 그냥 쓰라고 앱등이 소리 듣는데 역시 같은 앱등이끼리는 이런 예민함에 있어서 공감대가 형성된다. 잠깐 열어보러 가겠다고 내 맥북을 들고 들어가더니 5분도 안돼서 다시 들고 나왔는데 트랙패드 상태가 너무 정상이 되었다. 그러면서도 "여기 살짝 거슬리긴 할 거야" 하는데 진짜 진짜 미세하게 거슬리는데 그냥 원래 쓰던 거랑 다를 바가 없었다. 그리고 안에 물 흐른 자국 있다고 침수된 거랑 개봉된 것도 다 알았다 ㅋㅋㅋㅋ
그러면서 한 번 직접 써보라고 전원을 켰는데 로그인 화면 사진을 보고 "어! 이 파란 써클은 뭐야?" 해서
"이거 Knock 앱인데 ㅎㅎ 아이폰이랑 블루투스 링크시켜놓고 이렇게 핸드폰 노크 똑똑똑! 하면 언락 돼!! 슈퍼 쿨!!!" 했더니 "와!! 멋지다" 하면서 쪼마난걸로 좋아하고 있었다 ㅎㅎㅎ 넘 좋음
그래도 여긴 그냥 고쳐준다고! 간단한 수리 정도는 그냥 해준다. 우리나라처럼 침수로 단번에 수리 거절당하거나 크게 뭘 교체해야 될까 봐 쫄았던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크으..
내가 이 맛에 애플빠 한다ㅜ ㅜ ❤️❤️❤️❤️❤️
그리고는 시애틀에 최초로 생긴 아마존 오프라인 서점을 가봤다. 아마존의 도시 시애틀! 신기했다.
아마존을 서점으로 이용해 본 건 2년 전에 미국에서 학교 교재 살 때 빼곤 없어서 원래 서점이라는 사실을 잊곤 한다.
매장 안에 4K 모니터가 있었는데 애기들이 플래피 윙즈를 하고 있었다 ㅋㅋㅋㅋㅋ근데 11점이나 가고 엄청 잘하던데! 죽을 때마다 서로 번갈아가면서 하는데 동생이 형한테 한판만 더하면 안 돼? 플리즈ㅠㅠㅠㅠ하는데 너무 귀여웠다 ㅋㅋㅋ
비오기 전에 집에 가야 해서 길을 나섰다. 시애틀에 딱 어울리는 걸 발견했다. 비가 자주 오니까 ㅎㅎ
그래서 시애틀엔
It only rains two times a year. August thru April and May thru July.
같은 비에 관한 농담이 많다.
오는 길에 그냥 지나쳤던 워싱턴 주립 대학교를 보기로 했다. 방학 시즌이라 그런가 학생이 많진 않았다. 뭔가 열린 곳을 찾기도 힘들었고 여기 대학들은 다 캠퍼스가 너무 넓어서 돌아보기가 힘들어ㅋㅋㅋㅋㅋㅋㅋ그래도 유덥 다니고 싶었다. 내 전공 랩실이 있을 진 모르겠지만 입학시켜주세요 ㅎㅎ
그래서 버스를 타고 빠져나가려고 하는데 잔돈이 없었다. $5짜리 밖에 없어서―시애틀 버스는 잔돈을 거슬러주지 않는다― 구글맵을 열심히 보면서 버스 정류장 근처에 잔돈 바꿀만한 곳을 찾았다. 이놈의 대학교는 뭔 건물을 다 가봐도 벤딩머신도 없고 매점도 없냐!!!!!!! 30분 넘게 방황하다가 이렇게 된 이상 캠퍼스를 가로질러 U Distric 쪽으로 나가는 게 낫겠다 싶어 또 비를 맞으며 걸었다.
대학가에 나오니 상점들이 많았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먹은 게 생각나서 서브 하나를 포장했다.
서브웨이가 후진(?) 패스트푸드점은 아닌데 저렴해서 그런가.. 아무튼 이 근처엔 좀 무섭게 생긴 사람들이랑 이상한 냄새나는 담배를 피우는 혼이 반쯤 나간 사람들이 많아서 좀 무섭다. 가게 상태도 막 라이트가 나갈락 말락 거리고 뭔가 뉴욕 지하철 느낌임.
야채 고르는데 "올리브랑 오이 빼고 다 주세요" 했더니 "올리브 넣지 마?" 해서 본능적으로 "Yes" 했더니 점원이 계속 되묻길래 속으로 '뭐야.. 왜 자꾸 물어봐' 했는데 한 세 번쯤 더 물어봤을 때 깨달았다 ㅋㅋ바로 "Nonono!! 넣지 말아주세요" 함. 부가 의문문 이거는 영어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그냥 본능적이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또다시 비를 맞으며 유덥 앞에서 버스를 탔는데 또 지폐를 안 먹었다.. 한 두세 번 다시 시도하는데 기사가 자기가 한 번 넣어보더니 안 들어가니까 그냥 가서 앉으랰ㅋㅋㅋㅋㅋㅋㅋ뭐야 여기 쿨해 이상해..
근데 나뿐만 아니라 그 뒤로 탄 사람들 지폐도 안 먹어서 좀 다행이라고 생각됐다.
그리고 서브를 열었는데.. 올리브가 들어있었다 ^^ ㅎ ㅏ..
서브는 무조건 풋롱. 두 번에 나눠먹고 그딴 거 없어요. 일단 반으로 커팅하긴 해도 앉은자리에서 끝내야죠.
롤챔스와 함께하는 서브!! 이 전날 클램 차우더 이후로 24시간도 더 지난 뒤 먹는 첫 끼니였는데 배고파서 올리브도 맛있었다. 버스 한 번 타면 내리기 아까워서 마트를 안들렀더니 빵이 목구멍까지 차오른 데다 체내 콜라 농도가 낮아서 세포기능정지 오는 것 같았다..
그리고 며칠 전 주문했던 맥세이프가 2일 만에 오는 기적―2 Day shipping이 아니었으면 돌아갈 때쯤 왔을지도 몰라―을 보며 역시 아마존 프라임.. 역시 자본의 힘을 실감했다.
그리고 하루에 채 네 시간도 안 돌아다니고 사진도 안 찍고 먹지도 않는 여행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않음.. 맨날 초저녁에 자서 한밤중에 일어나고 아직 시차적응이 안되어서 그런 거겠지 라고 생각하기엔 절대적으로 너무 많이 자는 거 같았다.
이렇게 무계획으로 일관됐던, 늘 비만 오던 시애틀에서의 마지막 밤이 저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