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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갈하게 사는 일

by 김라강




정성스럽게 산다는 말을 들었다고, 그게 참 좋았다고 하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코웃음을 쳤다.

부러워서 그랬다. 정성스러움을 조형할 에너지가 나에겐 없다는 것을 잘 알고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성스럽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정성스럽게 사는 일이 그렇게 좋은 건 아니라고 깎아내리는 쪽을 택했다.

치졸함을 자각하는 그 순간을 쓰게 삼켰다.



정성스럽다는 것은 마음을 다하는 것

나는 마음을 다하는 일이 어려운 것이다. 두려운 것이다. 얼만큼 마음을 다해야하는지도 모르겠고, 노력해서 얼마나 길게 유지될지도 모르겠다. 나는 노력을 불신한다. 남의 말에 쉽게 휘둘리고 함부로 비교하는 사람이다. 자기비하를 일삼는 폭력적인 나에게 정성스러운 삶이란 어설픈 모래성이다.




하지만 정갈하게는 살고싶다.

정성스럽다는 것은 1순위로 둔다는 말이다. 정갈하다는 것은 1순위를 포기하는 것이다.

정성은 지독한 자기부양의무가 없는 낭만이다.

정갈은 먹여살림의 고단함을 용서하는 것이다.

그래, 나는 용서하면서 살고싶은 것이다. 산 입이 다름아닌 나이기 때문에 수행해야만 하는 밥벌이, 그 속박의 굴레 안에 살아야하는 나 자신을 용서하고싶다. 경제적 자유 없는 나의 온 삶을 원망하지 않고싶다.

내가 할 수 있는 노력만큼만 하는 것이, 쓸 수 있는 돈만 쓰는 것이 부끄럽지 않고싶다.

되려 조금은 자랑스러워서 뿌듯해하고, 가벼운 숨을 들이마실 때 정도로만 부푼 마음을 일상 곳곳에 흩뿌리며 살고싶다.



쓴 물건은 정리정돈 하는 것, 쓸만한 물건은 함부로 버리지 않고 충분히 사용하는것, 가진 물건을 소중히 대하는 것,

옷은 깨끗하게 세탁해입고 입은 옷은 잘 개어두는 것

내가 먹을 밥과 식물들에게 줄 물을 준비하는 것

어려운 재료로 더 풍부한 맛을 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쉬워하지 않는것

서점 평대 사이를 지나다니기보다 도서관 구석에서 시집을 읽는 것

보여지는 것을 염두에 두지 않는 눈. 다른 치장한 삶에 속아 넘어가지 않는 단단함.

나만의 굳건하고 낮은 담장.



누군가 나를 지켜보는 것 같이 생각이 될 때가 있다.

내가 가진 것들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순간들. 값싼 물건들이 부끄러워지는 느낌이 이따금 드는 것이다.

그런 마음이 들 때 움츠러들지 않고싶다.

비록 예쁘지 않더라도 값비싸지 않더라도 내 생활을 지지해주는 저 작은 말뚝들을 아껴주어야지.


조금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내 일상을 쓰다듬으며 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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