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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는, 그런 너를 #4

by 허병민

스침의 기억이

되돌려질 수 있는 거라면.

묻힘의 흔적이

지워질 수 있는 거라면.


시간의 그림자를

천천히라도,

다시 밟아나갈 수 있다면.


그때,

거기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겠지.

아득히라도.

우두커니라도.


기다림이

정녕,

복원되어질 수 있는 거라면.


감정을 정갈하게

지워낼 수 있다면.

생각을 온전하게

정돈할 수 있다면.

그렇게,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어차피 그렇게 될

마음의 흐름이라면.

거슬러간다는 것이,

결코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없다면.


설렘의 궤적을,

따라가보고자 해.


그때는 못했던,

할 수 없었던,

하지 않았던 것을

아로새기고자 해.


돌아보는 대신

손이 내밀어지는 곳,

그곳으로

그리움의 조각들을

한 움큼씩

흩뿌려보고자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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