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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io 시오 Jun 28. 2024

난 다 때려치고 싶어

그리고 코로나가 응답했다 “닥쳐”

이제 막 3~4년 차가 된 주니어의 머리에서 생각할 수 있는 변화란 세 단어로 요약될 수 있다.

'퇴사' '이직' 그리고 '공부'.


맞잖나? 환경이 사람에게 주는 영향은 너무나 크다. 따라서 내가 변화하려면, 내가 처한 환경에 변화를 주는 것이 가장 간단한 방법이다. 그렇게 우리는 휴학도 하고, 여행도 가고, 워홀도 가고. 그르지 않나.

그래서 결심했다. 나는 달라질 거야. 대학교 때 이래 저래 충실하지 못했던(?) 공부도 새롭게 시작해 볼 거야. 대학원을 가서 새로운 도전을 할 거야. 여기엔 변화를 위한 갈망도 있지만, 지금 하고 있는 모든 것을 때려치우고픈 마음도 작용했다.


공부를 떠올린 게 지금이 처음은 아니었다. 어쨌거나 100세 시대에 배움의 길은 넓고도 기니까. 언젠가는 그 길을 가야지 했는데, 그게 지금이어야 했다. 나는 지쳤고, 너덜너덜해졌고, 조금은 멈췄다가 다시 달리고 싶었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을 준비하는 쪽으로 마음을 먹던 찰나...


코로나가 터졌다.


지금이야 코로나가 동네 이웃 이름 같지만 그때는 아니었다. 전 세계적으로 흑사병급 존재감을 가진 질병이 21세기에 있었는가. 회사와 마을과 국가가 아수라장이 되었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갈망은 삶의 기반이 요동치지 않을 때 생긴다는 것을 배웠다. 나의 일상이, 삶의 터전이 흔들릴 때 우리는 한없이 납작 엎드리게 된다. 그 요동으로 삶이 밀려나기도 하고, 뒤바뀌기도 한다.


나는 비교적 일찍 코로나에 걸렸다. 격리와, 후유증과, 전국민적 감염과 소동으로 1년이 흔들렸다. 우리 모두가 힘들었지만 특히 1인 가구의 거리 두기는 철저한 고립을 의미했다. 7평 남짓한 공간에서 일하고, 밥 먹고, 여가를 보내면서 지나가는 나의 서른이라니. 두두둥 두두둥. 삶을 흔드는 지진을 견디면서.

그런데 그 소동이 줄어들 때쯤, 어느덧 나의 삶이 재조립되고 정돈되어가는 것이 아닌가. 불안한 망아지처럼 날뛰던 나의 멱살을 잡고 가볍게 뺨을 찰싹찰싹 때려준 것은 다름 아닌 코로나였다. 전염병 덕분에 나는 현실에 두 발을 딱 붙이고 다음 스텝을 고민할 수 있었다. 커리어적으로 만들고 싶은 변화가 무엇인지 정의하고 다음 회사로 이직할 수 있었다. (사실 이 회사를 알게 되고, 지원하고 싶은 포지션을 만난 것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이었다.)

그렇게 나의 30대가 시작되었다. 나를 붙잡고, 또 다음 스테이지로 등 떠밀어준 코로나.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비록 나에게 잔기침을 선물해 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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