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소개팅

30대의 소개팅이란 이런 거구나

by Shio 시오


20대 때는 소개팅이 그렇게 필요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중에 누군가와 연애를 했다. 한국과 미국을 몇 년에 한 번씩 오갔던 이유로 이별이 싫어 만남에 신중했기도 했고 말이다. 그렇게 몇 번의 연애를 한 것뿐인데… 이래저래 시간을 보내고 나니 나는 30대가 되어 있었다.


싱글로 30대를 시작하는 것이 무엇이 나쁘랴. 다만 나는 결혼이 하고 싶었다. 나와 평생 살며 모양을 맞추고, 그림을 그려갈 사람이 누군지 궁금했다.

그럼 그 사람을 찾아야겠지. 그러나 이런 마음의 나도 서른한 살이 되기 전까지는 그렇게 행동에 나서진 않았다. 그러다 말이다. 문득 일하고 혼자 러닝하고 친구들 만나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나를 보다가 말이다. 이러다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주위에 인생 처음으로 소개팅을 해 달라는 부탁을 하기 시작했다. 혹시나 결혼을 생각하는데 주위에 남자가 없는 자매들이 있다면… 진심으로 말하건대 소개해 달라고 주위에 간곡히 요청하라. 왜냐고? 어차피 교회 다니는 남자 소개팅은 하늘의 별 따기다. 믿음 있고(좋고 아님 주의) 건실하고 성격 좋은 형제들은 이미 임자가 있다. 그리고 좋은 형제 있으면 왜 다른 교회 자매한테 소개해 주겠나. 그 공동체에서 누구를 만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내 교회 공동체에서 짝을 찾는 게 아니라면… 상당히 적극적이어야 소개팅에 시옷이라도 구경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에도 이런 이유 때문에 굳이 믿는 사람만 소개해 달라고 요청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내 지인들은 이미 내가 꽤 진지한 신앙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종교 없는 남자를 소개해주는 것도 꽤 망설였다. 그렇다 믿음 있는(좋음 아님 주의) 자매는 보통의 신앙 없는 남자들에게 매우 부담스러운 존재인 것이다. 근데 뭐 어떡하겠나 내가 선택한 길인 것을… 그러다가 두 개의 소개팅이 들어왔다. 공교롭게도 두 분 모두 크리스천이기까지 했다. 한 분은 나의 절친한 친구로부터. 한 분은 내 지인이 받으려는 소개였는데, 교회 다니는 남자는 부담스러우니 내가 받아보지 않겠냐고 했다. 어머 당연히 yes 지요. 이름과 하고 있는 일, 나이 같은 먼저 얘기해 준 정보만 듣고, 사진도 따로 요청하지 않았다. 일단 새로운 사람 만나보는 기회가 귀하지 뭐. 아마 내가 소개팅을 별로 안 했다 보니 지금 도전을 많이 해야 한다는 마음이 커서 그랬던 것 같다.


그렇게 만난 분들은 굉장히 나이스 앤드 젠틀 했으며, 대화가 즐거웠다. 각자 자기 일에 열심이고, 적당히 비슷한 관심사로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남자 A는 나와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취미를 가졌다. 스타워즈와 재즈를 좋아하신다니. 그리고 나의 아버지와 같은 직업을 갖고 있어 그의 라이프스타일이 낯설지 않았다. 남자 B는 나와 종사하는 업계가 겹쳤고, 신앙과 공동체 생활에 대한 고민을 나눌 수 있었다. 또한 나의 이야기에 굉장히 큰 관심을 갖는 사람이었다.


참으로 나이스 가이들이었다. 문제는 두 분 모두 나이스 가이였다는 거다. 그런데 여기서 어떤 마음이나 생각이 들어야 이 사람이랑 더 만나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건지 잘 모르겠더라. 대화는 너무나 재밌고 수월했는데 이거 뭐 교회에서 새로운 형제자매 만날 때랑 뭐가 다른 건지? 내 친구 Y는 짝을 만나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했다던데. 나는 대화는 즐겁지만 시간이 그렇게 잘 가진 않았다. 그렇지만 낯선 사람이랑 얘기하면 당연히 그런 거 아닌가? 우리가 막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뿜뿜 하는 대학교 새내기도 아니고 말이다.


결국 A와는 두 번의 만남 끝에 미지근한 온도로 흐지부지 되었고, B와는 두 번으로는 결판이 나지 않아 세 번까지 만났다. 그런데 마지막 날, 진로와 직업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나누던 중 큰 차이를 발견해 고심 끝에 그만 보는 게 좋겠다는 인사를 건넸다. 그와의 대화를 통해 나에게는 직업관과 사명 의식이 내 생각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때문에 부모님을 존경할 수 있었듯, 배우자가 그런 사람이었을 때 존경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나인 것이다. 누군가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랬다.


그렇게 잠깐의 새로운 만남들이 마무리가 되었다. 그럼 그다음은 뭘까? 그런 사람을 난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모를 일이다. 그냥 또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사는 삶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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