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낵바에서 마주치는 그 사람
코로나가 발발했던 2020년, 그러니까 내가 서른 살 때 나는 두 번째 직장으로 이직을 했다.
새로운 회사는 서비스가 본격적인 규모로 성장하고 있던 참이었고, 더 많은 멤버들의 합류를 원했다. 나는 그 시점에 합류한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젊었고, 일에 헌신적이었고, 무언가를 일궈내고 있음에 즐거워하고 있었다. 내가 이직을 하며 기대했던 부분 중 하나이기도 했다. 이런 사람들을 더 가까이서 만나며 함께 협업하는 것.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내가 해야 하는 일은 계속 변화했고, 정시에 퇴근하는 것 만으로는 그 일들을 다 잘 해내기란 어려웠다. 그래도 긴장감과 즐거움 속에 일하며 1년을 보냈다. 그 정도의 시간을 보내니 나도 제법 적응을 했다는 소리가 나왔다. 앞으로의 삶을 생각을 할 여유가 생겼다. 그러니까 소개팅 생각도 났던 것이다. 비록 몇 번의 소개팅 후에 싱글로의 삶은 계속되었지만..ㅎㅎㅎ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이 유쾌했고, 알아가기에 즐거운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이 분주해, 일이 끝나면 피로해 프로젝트를 같이 하는 사람들이 아닌 이상은 대화를 길게 이어나갈 여유는 없었다. 야근하다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으면 저녁을 같이 먹거나, 가끔 스몰톡을 하는 정도? 대부분 내 또래들이었고 그들도 나처럼 바빴다.
그중에서도 스낵바에서 자주 마주치는 사람이 있었다. 모두가 아는 그 ‘야근 요정’. 그의 이름은 T.
집에 언제 가는지 모르고, 일 년에 정시 퇴근을 하는 날이 열 번도 안 되는 것 같은 사람. 사람들을 만나면 항상 파리한 웃는 얼굴로 꾸벅. 고개를 꺾어 인사하는 사람. 어쩔 땐 너무 피곤해 보여 꾸벅 이 아닌 푸시식. 소리가 날 것 같은 사람. 가뜩이나 푸석한 얼굴에 깡말라서 더 측은해 보이는 사람.
많은 사람들이 그를 좋아했다. 그가 하고 있는 데이터 분석 특성상 많은 사람들과 협업하기도 하고, 도움이 되는 것을 좋아했다. 그의 분야에 대해 질문할 때면 항상 친절한 설명을 해주는 것으로 평이 자자했다. 그런 얘기를 듣는 사람이니 야근을 자주 하는 게 당연하겠지. 내가 보기에도 그는 동료로서 가까이 하기에 부담스럽지도 않고 도움이 많이 될 사람이었다. 실제로 회사 친한 언니에게 데이터를 공부해보고 싶다고 했더니 그와 친해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는 나이가 비슷하기도 했고, 회사 라운지 저녁 식사 자리에서 종종 마주치기도 했다. 얘기는 항상 즐겁게 했던 것 같은데 따로 밥을 먹거나 커피를 마실 기회는 따로 생기지도, 만들지도 않았다. 그저 스낵바에서 마주치면 꾸벅. 요즘도 많이 바빠요? 아유 그렇죠 뭐. 고생해요 그럼. 꾸벅. 그렇게 오며 가며 우정(?)을 쌓다 보니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러다 그 해 한 프로젝트를 같이 하게 되면서 업무 이야기 할 기회가 조금씩 늘어났다. 나의 야근은 더 많아져 늦은 시간 스낵바에서 그를 마주칠 기회가 조금 더 생기기도 했다. 꾸벅. 아유 오늘도 여기 계시는군요. 항상 그렇죠 뭐. 오늘은 일찍 집에 가셔요. 꾸벅꾸벅.
그러던 어느 야근날이었다. 그는 라운지에 있는 작은 투명 회의실에서 푸석하게 앉아 멍 때리고 있었고, 남 참견할 여유가 있었던 나는 스몰톡 겸 똑똑 회의실 문을 두드리고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아니 이렇게 멍 때릴 거면 퇴근 안 하고 뭐 해요~ 항상 이런 시간을 좀 가진다며 그는 늘 하는 대답을 했다. 그날따라 참견쟁이 모드였던 나는 그에게 물었다.
‘T. 나이가 몇 살이라고 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