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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민 Jun 19. 2022

<우리들의 블루스>

언제일지 모를 그때를 위한 '우리들의 블루스'

블루스 음악이 처음 귀에 꽂히면 리듬에 맞춰 자연스레 몸을 흔들게 된다. 하지만 블루스 음악에는 왠지 모를 소울(soul)과 한이 느껴지는데, 18세기 미국으로 강제 이주한 흑인들의 음악이라는 뿌리, 그들이 당시 느꼈던 감정이 고스란히 음악의 색깔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는 이러한 블루스 음악의 색깔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인생의 여정이 행복만이 가득할 수 없듯, 우리 모두에게는 달고도 쓴 블루스가 있다. 하지만 “나” 아닌 “우리”가 있기에 그 여정도 그리 외롭지만은 않다.


드라마는 아름다운 섬 제주를 배경으로 한다. 많은 이들에게 제주는 환상의 섬, 행복한 휴양지이지만, 제주도민들에게 제주는 휴양지도 관광지도 아닌 삶 그 자체이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굴곡이 행복하지만 더욱 애잔해 보이는 것도 환상적인 풍광과 상황의 극명한 대비 때문일 것이다.


특히 <우리들의 블루스>에는 햇볕이 쨍쨍한 와중에 비가 쏟아지는 장면이 많고, 이러한 장면에는 OST ‘Quando Quando Quando’ 어김없이 등장한다. Tell me Quando(대체 언제일지 내게 말해줘요)라는 가사를 곱씹어보면 <우리들의 블루스> 다양한 스토리를 통해 결국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짐작할  있다.

다양한 에피소드, 논란 혹은 호불호


옴니버스식 드라마답게 에피소드별로 주조연이 바뀌는 드라마의 형식이 처음엔 조금 낯설게 느껴진다. 하지만 주조연의 완급 조절과 에피소드별 매끄러운 연결고리가 드라마의 몰입도를 크게 높였다. 오히려 드라마의 흐름이 너무 물 흐르듯 하여 ‘어? 드라마 벌써 끝났어?’ 시간을 확인하게 했다. 우리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같은 드라마였지만, 그 중에서 ‘영주와 현’ 에피소드는 방영 직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영주와 현’은 고등학생의 임신과 출산이라는, 주변에 흔히 볼 수는 없지만 또한 수없이 일어나고 있는 소재를 다루었다. 남녀 성 대결 구도가 만연한 최근의 사회 문화적 현실에서 해당 에피소드도 남녀의 성 대결 혹은 여성 인권의 관점에서 논란이 점화됐다. 의사가 임신 중단 의지가 있는 영주에게 아기 심장 소리를 들려주는 장면이나 현이 영주에게 “내 아이”이기도 함을 강조하는 장면 등에서이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특정 장면의 불편감이 아닌 에피소드 전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이다.


고등학생의 임신과 출산이 일반적이고 보편화된 것이 아니고, 이러한 상황에 대해 불편한 감정이 드는 것은(인권과 호식 에피소드와 연결하여) 일종의 답답함 때문이다. 그들은 온전히 자신의 힘만으로 아이를 낳고 돌볼 수 없는 아직은 미성숙한 청소년들이다. 임신 중단의 결정을 합법적으로 본인 스스로는 할 수 없는, 성인의 보호가 필요한 청소년이기에 이 에피소드에서 논란이 되는 출산의 결정 과정과 영주의 비자발적 선택 등에만 포커스를 맞출 수 없다.


혹자가 이야기하는 페미니즘적 관점이나 여성의 권리 등을 이야기할 수 있으려면 어른들의 도움 없이 스스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다할 수 있는 상태 혹은 조건이 되었을 때 그 권리도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다. 드라마에서 청소년 인권조례 등 이전과는 달라진 현 시대적 법안도 충분히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임신 중단이든 임신의 지속이든 청소년의 임신은 당사자 아빠 ·엄마의 결정만으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는 것을 감안할 때, 충분히 도출 가능한 결말이었다고 생각한다.


드라마가 포커스를 집중해야 할 부분은 예상치 못한 상황들에 일어날 수 있는 변화와 그에 대한 책임의 문제이지 단순히 여성의 인권과 앞으로의 삶을 위해 낙태는 반드시 이루어졌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지양되어야 한다. 드라마라는 쿨 미디어의 특성상 “낙태”를 직접적으로 다룰 수 없었던 부분도 어쩌면 있었을지 모르나, 낙태를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메세지는 “책임”과 “적당한 때”에 대한 부분일 것이다.


살아있는 우리 모두 행복하라!


그 밖에도 영옥의 다운증후군 언니와의 애증의 감정, 미란과 은희의 진짜 우정과 의리, 선아의 우울증과 양육권, 한수의 돈과 우정 사이 등 너무나 리얼한 소재들이 <우리들의 블루스>의 에피소드를 가득 채웠다.


어쩌면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속마음을 거침없이 파헤쳐 어떤 이에게는 불편감을 안겨준 드라마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속에는 노희경 작가 특유의 인간에 대한 절절한 애정,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듯한 시선이 담겨있다. 작가는 말한다. “우리 함께 하기에 숨기고 싶은  감정들도 함께 보살필  있고, “언제일지 모를 그날을 위해 살아있는 우리 모두 행복하라! 말이다.


https://www.thecolumnist.kr/news/articleView.html?idxno=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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