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면 계절을 누린다.
단풍과 하늘을 눈에 담고 바람에 살결을 비빈다.
피로와 노곤함을 깊고 신비로운 하늘빛에 풀어낸다.
곱게 단장한 나뭇잎의 절정 앞에서 그만 황홀해진다.
나뭇잎을 흔들어대는 바람의 몸짓에 마음이 살랑 사랑 댄다.
사랑은 깊어지고 이별도 잦은 계절.
가. 을.
덜어내야 할 마음에 무게추를 달고
떨구어야 할 것들은 자주 버리고
함께 해야 할 마음엔 자물쇠를 채우고
오래가야 할 것들은 영혼까지 품는다.
일상의 시름도 생의 고단함도 가을에 기댄다.
애인보다 더 애인 같은
사랑보다 더 깊은 마음을 살려내는
가. 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