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서 남이 운동하는 것을 구경한 시간은 몇 얼마 안된다. 어린 시절 스포츠를 좋아하셨던 아버지를 따라 직접 가본 농구장, 축구장, 배구장, 야구장의 기억을 제외하고, 대학시절 농구 동아리였던 친한 선배 덕분에 표가 자주 생겨 농구장 다니던 시절, 2002 월드컵 때 스터디 모임 사람들과 호프집에서 축구 본 기억들이 거의 다다. 아 맞다. 김연아 선수 정도로 유명한 스포츠인들 경기를 사격, 펜싱, 수영 등 조각조각으로 보는 정도가 다였다. 게다가 13년 정도 집엔 TV가 없는 상태라 굳이 찾아보지 않으면 정보와 소식을 흘려들을 기회도 없다. 그래서 뒷북치기 일쑤다. 유행하는 것들을 때지나 알게 되어 혼자 감탄하는 일이 다반사다. 운동도 마찬가지. 운동은 보는 거 말고 직접 하는 걸 좋아한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도마라고 하면 요리할 때 쓰는 나무판자만 떠올렸던 내가 도마와 비즈니스를 논하다니, 인생이란 참 도마연기의 착지처럼 예측불가능하다.
몇 주 전 답답한 마음에 어른께 "요즘 사업에 관한 어려움"에 대해 두서없이 이야기했다. 그런데 의외로 도마 연기에 대해 듣게 되었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 걸까' 도마 기구를 향해 도움닫기를 하고 우아하게 착지하기 까지의 도마 연기 전체 과정을 차근차근 설명해 주신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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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지하기 전에, 잠깐 몸을 낮추게 돼요"
"비즈니스가 성장하기 전에 꼭 그런 구간이 나타납니다"
" 주춤하거나 성과가 나지 않는 순간이 올 수 있는데 그때 잘 넘길 줄 알아야 해요"
큰 성과를 내기 전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말을 덧붙이신다. 그날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한꺼번에 들었던 나는 깊은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수많은 정보와 조언이 뒤섞여 머릿속을 어지럽혔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도마'라는 단어뿐이었다. 그 뒤 보란 듯이 여러 가지 사안 때문에 고전하고 있다.
' 아, 지금 이 순간이 그 구간인가? '
도마 연기에서 안정된 착지를 하기 전 몸을 숙이는 순간. 공중에서 한 바퀴 휘돌고 몸을 낮추면서 단단히 몸을 세우기 위해 준비하는 단계 말이다. 도마 종목의 평가는 단행 후 착지를 완료할 때까지이며, 도움닫기 중에 정지하거나 걸려 넘어져서 균형을 잃는 것은 감점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감점 대상이 되지 않는다.'
도마 연기 중에 정지하거나 균형을 잃은 것은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 되려 이 구간을 어떻게 건너느냐에 따라 그 순간을 통해 더욱 강해지고, 더욱 높이 도약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도마 연기를 찾아봤다. 멋지다. 높이 오르는 것도 멋지지만 흔들렸다가 제자리를 찾는 모습은 감동이다. 도마연기와 비즈니스 여정이 닮아 있다. 비즈니스를 시작했다는 건 이미 도마를 짚고 말았다는 의미다. 사업으로 세상에 출사표를 던진 나. 나는 어떤 연기 중일까.
도마 연기를 반복해서 본다. 묘하게 위로가 된다. 나는 몇 번의 착지를 해냈을까.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 중 하나는 사업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도마를 짚은 선수가 도약하고 착지하는 모습을 보며 주변에서 함께 사업을 하시는 대표님들이 생각났다.
도마는 고대 로마 제국의 군인들이 말타기 훈련에 목마를 사용한 데서 비롯된 운동이다. 뜀틀의 높이, 놓인 위치에 따라 도움닫기, 발구르기, 손짚기, 공중 자세를 이용하여 뜀틀을 넘되, 손짚기와 공중에서의 멋진 자세가 요구되는 운동이다. 또한 안정된 착지자세가 매우 중요하다. 도마를 통해 달리는 힘, 뛰어오르는 힘, 순발력·민첩성·조정력이 향상된다고 한다. 자신의 존재를 업으로 증명하려는 사업가들, 모두 훈련하는 과정 중이다.
불확실한 환경에서 안정된 착지를 위해 사업이라는 언어로 스스로를 단련하는 리더의 여정. 그 여정을 마음껏 즐기고 싶다. 멋진 자세를 취하지 못하더라도 과정이라 여기며. 도마를 짚은 이상 훈련은 시작되었다.언젠가 멋지게 착지할 순간까지 정지해도, 흔들려도 지속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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