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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미선 May 21. 2019

교통사고가 준 선물

Nothing is happening by accident

교통사고가 난 그 날 나는 서렌더하우스에 묵고 있었다. 조나단과 나는 연초부터 꾸준히 갈등을 겪어오던 중이었고, 조나단이 더미가 심하게 올라오던 시기여서 피정 겸 피난 겸 서렌더하우스에 묵고 있었던 것이다. 조나단은 주로 집에서 일을 하고, 그 당시 나는 막 레스토랑에서 일을 시작해서 내가 차를 갖고 있던 중 사고가 난 것이다. 


최악의 상황으로 이혼까지 생각하고 있었고, 그로 인해 나도 더미가 꽤 올라오는 중이었지만 올라오는 그 순간 내맡기고가 하는 의지를 내고는 있었다. 사고가 난 이후에도 그로 인해 조나단이 마음을 바꿀 거라는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내 인생에 이렇게 큰 사고가 난 건 처음이었다. 그러나 결론을 말하자면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의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우선 내가 다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험도 없는 상태에서 몸이라도 다쳤다면 정말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사고나는 그 순간에 주변에 다른 차가 없었다는 것 또한 행운이라 할 수 있다. 만약 다른 차를 박거나 다른 사람을 다치게라도 했다면...


차에 매달려 있는 동안 지나가던 차들이 내 차를 발견했고 나를 도와주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다가왔다. 누군가는 911에 전화를 했고, 누군가는 차 위로 올라와 운전석 문을 열어주었고, 누군가는 물을 건네주었고, 누군가는 조나단과 통화를 하며 자세한 상황을 알려주고 있었고, 누군가는 끊임없이 내게 위로를 건넸다. 구급차에서 기본 검사를 하는 동안 구급대원은 정말 따뜻하고 친절했다.


차가 없었던 조나단은 가장 가까이 사는 로미에게 부탁해 함께 왔고, 사고 장소에서 가장 가까이 살던 제이콥은 바디토크 약속도 취소한 채 와서 바디토크 세션을 해 주었다. 당시 여행 차 와 있던 채원은 오일 마사지를 해주었고, 파비는 치킨스프를 끓여주었고, 제이콥은 바디토크를 다시 해 주었다. 돈 걱정을 하는 내게 채원은 카이로프랙터에게 가라며 대신 결제를 해 주었고, 써니 할머니도 무료 세션을 해 주었다. 조나단은 돈 걱정 하지 말라며 끊임없이 나를 안심시켜주고 집으로 돌아오라고 했다. 


그 시간동안 내가 경험한 건 무조건적인 사랑과 치유의 에너지의 현존이었다. 모든 판단이 녹아내린 온전한 사랑의 장의 현존이었다. 몸 상태는 썩 좋지는 않았다. 어지럼증도 있었고, 목과 어깨는 계속해서 아팠다. 그런데 그 와중 머리 주변에서 끊임없는 에너지의 흐름을 느꼈다. 처음엔 그게 어지럼증이라 생각했는데 명백히 어지럼증과는 달랐다. 그 에너지는 2주 정도 꾸준히 지속됐는데, 그게 치유의 에너지였음에 한 치의 의심도 없다.


육체적 불편함은 2주 정도 지속되다가 2박 3일 간의 피정 중 어느 순간 사라졌다. 임사체험은 아니었지만 그에 버금가는 경험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삶이 잠깐 주어진 기회라는 것, 더 사랑이 되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게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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