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1월 20일

꼭 29번의 잠 - 23 로마 조증유발날씨+나보나광장+최장시간최장거리기록

by 윤에이치제이

꼭 22번의 잠, 로마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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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에 도착한 후 가장 따뜻한 1월의 날씨

속에 늘 입고 다녔던 카디건도 걸치지 않고 목을 휘감았던

목도리도 두르지 않고 집을 나선다


로마를 벗어나지 않고도 하루 종일 정말 많은 시간을

다리가 아파 이제 그만 걸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로 걷고 또 걸었다

아침 일찍부터 나섰는데 해가 지고도 거리에 있었으니까


파란 하늘 아래에 있는 시간 동안은 자주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정말이지 나는 내가 어떻게 된 줄 알았다 기분이 업 되어 자꾸만 움찔거리는

안면 근육을 도저히 스스로 제어할 수가 없었다


정말로 햇살이, 하늘이, 온도가 넘치게 사랑스러웠다





두 번 실패한 나보나 광장을 기필코 찾아낼 생각이다

오늘은 그 계획만 제대로 수행하면 나머지는 목표 없이 마냥 즐길 것이다

나보나 광장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신중해졌다

아주머니에게 정확한 정류장 이름을 알아두었고 내리는 것까지는 잘 해냈다

벌써 예쁜 주변의 길들을 걸으며 나보나 광장으로 들어가는 좁은 입구를 수색했다


그러던 중에도 광장에 이르기 전 잠깐 샛길로 샜던 것은

주변의 아름다운 건물들과 도시 한가운데 보존된 유적과 잘 지나쳐지지 않는 교회

그것들을 애피타이저 삼았기 때문이다 결코 가볍지는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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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azza Navona

나보나 광장에 이르는 좁은 골목이 광장을 마주하는 순간에 극적인 효과를 더한다

베니스의 미로와 같은 골목을 헤매다가 산 마르코 광장에 이르렀을 때의

놀랍고 감동적인 순간에서 네 스푼 정도 덜어낸 감동이랄까

헤매었던 지난 시간을 보상받는 기분이 들어 더 그랬을 수도 있다


나보나 광장은 세로로 길게 뻗어 있고 내가 들어온 입구 외에 반대편

광장의 끝쪽으로 하나의 입구가 더 있다 내가 아무리 검증된 길치라지만 한 번 다녔던

로마의 길들은 거의 잊지 않고 잘 찾아다녔으니 반드시 한 번은 더 오게 될

나보나 광장을 다음엔 헤매지 않고 잘 찾아올 수 있을 것 같다


나보나 광장에는 바로크풍의 세 개의 분수가 있는데 그중

베르니니가 설계한 가운데 분수가 가장 유명하고

성 아그네스가 순교한 자리에 세워진 산타그네세 교회가 그 분수의 바로 앞에 있다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광장의 아름다움 때문에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이곳은 목적지를 끝내 찾지 못하고 포기했던 페스타가 있던 그날에

얼마나 활기가 넘쳤을까 오늘도 쉴 만한 모든 곳에 사람들이 자리를 꿰차고 앉아

티 없이 맑고 파란 하늘 아래에서 포근한 햇살을 한껏 즐기고 있다


그 한 자리에 나도 엉덩이를 비집고 들어앉아

아주 오랜만에 따스한 햇빛을 듬뿍 받으며 아무 생각 없이 한참을 멍하게 있었다

음악을 듣지도 않고 사람들의 목소리가 섞여 내는 웅웅 거리는 소음과

가끔씩 들려오는 교회 종소리가 듣기 좋아 오래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지금까지 해 본 적 없는 누군가와 실컷 수다 떨고 싶다는 생각이

잠깐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좋은 날의 공기 속에서 바스락거리는 부산스러움은

어쩐지 기분 좋은 감정을 증폭시켜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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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나 광장은 그 주변도 볼거리가 많아서 광장을 나와

골목을 돌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실컷 보고 다닌 풍경에도 좀처럼 질릴 기미가 없는

감동의 장벽이 높지 않은 쉬운 마음이 무슨 문제일까 나는 나의 그 점이

싫지 않고 사실 이 마음은 내겐 생명이 느껴지는,

움직이지 않고 위협적이지 않은 어떤 것들에 국한된 마음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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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나 광장과 성 베드로 성당과 천사의 성은 지척에 있다

그것을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이 지역에 네 번째 오는 동안 나보나 광장을 코앞에 두고

지나쳤던 나의 불량 내비게이션을 떠올리면 좀 우습다 물론 그 덕에 마지막일지도 모를, 이라고

가정했던 천사의 성과 떼베레 강 다리 위로 이어진 길들을 다시 걷고 있지만


대신 전에는 가지 않았던

천사의 성 아래쪽으로 넓게 펼쳐진 잔디의 공원에 들러 잠시 휴식을 취하고

길은 많고 많아서 천사의 성을 기점으로 가보지 않았던 반대쪽 길을 따라

떼베레 강 위의 아름다운 다리들을 도장깨기 하듯 지나며 걸었다

그러다 마주하게 된 하트 모양의 아주 작은 이솔라(섬)

네 번째 이곳에 왔기 때문에 결국 볼 수 있게 된 풍경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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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건너 반대편 지역으로 넘어가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제 밝히는)

그곳이 바로 내가 사랑에 빠진 빛나는 뜨라스떼베레다

그렇게 다니고도 이 하늘 아래에서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새롭게

바라보게 되는 마법 그렇게 다니고도 새로운 곳을 또 내 앞에 나타내 보이는

신기한 요술 이곳에 오면 자꾸 묘해진다


그렇지만 이제 이곳도 아주 먼 다음을 기약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은 까닭에

모든 길들을 섭렵하려는 욕심은 이제 그만 길 위에 놓아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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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천사의 성이 있는 강가로 돌아온다


이곳에서 해가 지는 것을 여러 번 보는 데도 싫지 않다

이곳을 하루 동안 두 번을 지나는데도 지치지도 지겹지도 않다

남은 날이 손에 꼽을 만큼밖에 남지 않아서 오히려 아쉬움만 커진다


기우는 해는 우리의 기대보다 금방 사라지고 말아서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는 지금의 순간이 아까워 목이 뻐근하도록 오래

고개를 들어 서쪽을 향해 시선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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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나보나 광장으로 향한다


조명이 켜지며 더 운치 있어진 골목을 가로지른다

해가 이미 사라진 광장 위로 짙푸른 하늘이 단일 색상의 배경처럼

건물의 모서리를 단단히 감싸 지탱하고 있다

더욱 도드라져 보이는 사물의 선들이 얇은 펜촉으로 그린 듯이

짙푸른 하늘에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오늘의 하늘이, 마지막까지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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