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12월 2일

꼭 29번의 크리스마스 - 2 드레스덴

by 윤에이치제이

꼭 2번의 잠, 첫 번째 도시에서의 두 번째 크리스마스





1층 창가 자리에서 해 뜨는 걸 느긋하게 바라보며

am8:30경까지 천천히 아침 식사를 마쳤다


컨디션이 정상 이상이 된 오늘은 여러모로 일찌감치 나갈 준비가 되어 있었고

오늘은 역에서부터 빗 속을 쭉 걸어왔던 신시가지를 찬찬히 걸어 볼 생각이었다

어제 나섰던 그 길이 오늘은 전혀 다른 길처럼 보이는 것은

비 온 뒤의 파란 하늘과 쨍한 햇빛 때문이었다


쌀쌀한 공기 속을 뚫고 내리쬐는 겨울 햇빛에 감사함을 느끼며 낯선 풍경을 마음껏 즐기는 순간을

사진 찍는다 앞서가는 친구의 빠른 걸음을 확인한다 사진을 찍는다 그러다가 친구의 뒷모습을 놓친다

사라짐에 대하여 잠깐의 두려움을 느끼는 동안 두리번거리며 낯선 거리에서 낯익은 모습을 찾는다

곧 마음의 진정을 되찾고 혼자의 여행이 된다 혼자 걷는다 그것도 좋다 잠시 혼자인 것


방향치인 나는 이 길로 저 길로 한참을 잘못 걷다가 곧잘

길을 묻는 것에 움츠러들지 않고 베푸는 친절에 매번 고마움을 전한다

회색빛이 대표적 색감인 이 도시의 사람들은 전혀 회색빛이 아니다


잘 알려준 길도 또다시 헤매지만 그 덕에 평일의 평범한 풍경과 일상을 지나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 일상의 풍경 속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만 나에게는 이국적인 거리와 건물들과 가게에 이내 흠뻑 빠진다

그러다 발견한 귀한 책방 하나


동화책에나 등장할 것 같은 유럽 작은 도시의 작은 동네 서점, 그곳에서

5유로 균일가로 세일 중인 하드커버의 그림동화책을 사게 되었다 한눈에 반해 망설임은 없었다

그건 너무나도 마음에 쏙 드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었다 어린아이로 돌아 간 나에게 주는,


독일의 유명한 체인 상점인 DM을 발견한 것도 그렇게 길을 헤매다 였다

승무원에게 더 유명하다는 카밀 kamille 핸드크림을 3개 샀다

하나는 아차, 하다 놓쳐버린 친구에게 줄 참이었다


친구가 전화를 했지만 꺼져 있었던 나의 핸드폰과 나중에 다시 문자를 주고받았지만

하나의 문자가 도달하는데 20여분 이상 소요된 이상한 통신 사정으로

우리는 3시간 정도가 훌쩍 지나서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친구를 다시 만났을 때

그에게서 잠시 짜증 나는 얼굴을 읽었지만 서로의 상황을 설명하다가 터져버린 웃음

여행 중에는 모든 게 일상에서보다 쉽고 아무것도 아닌 게 되는 것이다

헤어져 있던 그 시간 동안 각자에게 좋은 시간이 되었으므로 충분하기도 한 것이다


어제의 엘베강 다리 위에서 조우한 우리는 숙소로 돌아가 겨울바람 맞은 몸을 잠시 녹였다

드레스덴이라는 도시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서 (그러고 보면 서울이나 부산이나 얼마나 큰 도시인지)

언제든 따뜻한 숙소로 잠시 돌아가 편히 휴식을 취하고 다시 또 밖으로 나서도 될 만큼 인 것,

그건 촉박한 여행이 아닌 조금 게으른 여행을 하고자 다짐했던 우리에게 꽤 괜찮은 점이었다


오전에 갔던 신시가지로 재차 발걸음을 한 건

우연히 발견한 그 서점의 그 동화책을 친구에게도 적극 권하고 싶어서였다

길치 주제에 용케 그곳을 다시 찾은 기특한 나를 칭찬한다

독일어로 예쁘게 쓰인 그림동화책 두 권을 사고 역시 좋아한 친구를 바라보는 나를 칭찬한다

그럴 줄 알았다 오랜 시간 봐 오면서 모든 건 아니어도 뭘 좋아할지 어느 정도는 확신할 수 있는

우리는 그런 사이가 되었으니까, 시간이 그렇게 해 주었으니까,


점심은 미리 알아 둔 베트남 레스토랑에서 쌀국수를 먹으며 속을 데웠고

저녁은 이름 모를 빵으로 호기심과 배를 채웠고

두 번째 봐도 또 새로운 엘베강에서 해가 지는 것을, 구시가지가 밤 속으로 잠기는 것을, 그리고

하나 둘 조명이 켜지면서 인간이 만든 인위적인 빛이 멋진 야경을 만들어 내는 것에 감동하며

하나 하나 소중하게 눈과 마음과 사진에 담았다


예언컨대 오늘은

이곳의 시간에 맞춰 잠을

푹, 오래, 잘, 잘 것 같았다






드레스덴 신시가지의 사랑스러운 일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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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질 녘 드레스덴 엘베강 + 밤의 구시가지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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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양식들과 + 우리의 크리스마스 그림동화책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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