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29번의 크리스마스 - 1 인천공항 >> 프랑크푸르트 공항
지금부터 시작되는 모든 글의 이야기는 그해, 그 순간에, 꾹꾹 눌러 적어 둔 여행 일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해,
무슨 마음이었는지 모르겠다
명확한 계기나 이유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그때의 나에겐 길고 긴 크리스마스가 필요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런 곳이 있었다
비행기라는 문명을 잘 이용하기만 하면 시간을 들여, 더 정확히는
시간과 돈과 체력을 투자해 그곳에 갈 수 있었다
혼자 여행하는 걸 좋아하지만
긴 긴 크리스마스의 소란 속에 내내 혼자 있는 건 또 싫었다
그래서 2주간의 시간 정도는 조율이 가능한 위치에 오른
오래, 직장에 다니는 오랜, 친구를 구슬렸다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는 긴 고민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12월 1일, 그곳에 있기 위해 우리는 11월 30일,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11월 30일 수요일 memo
아시아나 항공 직항 / 인천공항 -> 프랑크푸르트 암마인 Frankfurt am Main 공항
>> 프랑크푸르트 방면 기차역 Frankfurt Haupbahnhof으로 이동
티켓 머신 / single 4.65 유로, 20유로 이하 지폐까지 사용
프랑크푸르트 중앙역까지 10분 소요
새벽 6시에 기상한 흔치 않은 날
가장 먼저 한 일은 부모님과 통화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어떤 여행보다 긴 여행이 될 것이었기 때문에
떠나는 날, 잘 다녀오겠다는 인사를, 잊으면 안 되었다
오전 8시경 집을 나섰다
공항버스도 있었지만 공항철도가 교통체증이나 지연 없이 안전하고 빠르고 저렴했다 그런데도
서울에서 출발한 나보다 부산에서 출발한 친구가 열차 배차시간 하나의 간격 정도 먼저 도착해 있었다
자주 만날 수 없는 반가움이 기다림을 상쇄시켰으므로
우리는 그저 좋았다 오랜만에 만난 것에도, 연말에 어디론가 멀리 떠나게 되었다는 것에도,
비행기를 이용하는 문명인답게(?) 우리는 티켓머신에서 자동 체크인을 했고
남은 좌석 중 그나마 괜찮을 것 같은 뒷좌석을 선택하면서 여행의 시작을 제법 실감했다
화장실에 간 친구가 여권과 현금이 든 지갑을 두고 나오는 바람에
순식간에 지옥으로 떨어졌다가 청소하시던 아주머니가 그 지갑을 주워 보관하고 있어 다행히
바로 지갑을 찾아 천국 방면 급행에 올랐던 짧고 굵은 해프닝을 겪은 것에 대해서는
우리는 이 여행의 좋은 징조라고 마음대로 해석하고 결론 내렸다
수화물을 부치고
이른 새벽부터 서두르느라 공복인 배를 채우기 위해 하이에나처럼 식당을 헤매고 다니다가
당분간 조우하지 못할 수도 있어 선택한 한식은 제육 정식과 철판 낙지볶음밥
그러고도 남은 시간은 아이스크림과 아메리카노와 그린티 스무디로 입가심을 하며
이미 달콤한 시간에 달콤함을 덧대었다
발권을 하고 검색대를 무사통과하고 출국심사를 하고 탑승수속을 마치고
우리가 선택한 좌석은 좁고 북적거리는 기내 통로를 지나 아주 뒤쪽까지 걸어가야 했지만
앞쪽에 비해 좌석이 여유로운 듯했으므로 11시간가량의 비행이 꽤 편했는데
어쩌면 그건 축제를 향해 가까이 더 가까이 닿은 설렘이 부린 마술일 수도 있다
2번의 기내식과 1번의 간식 4편의 영화
(검사 외전, 굿바이 싱글, 나의 산티아고, 인사이드 아웃, 그렇게 메모가 되어 있다)
나머지 시간의 지루함은 잠이 해결해 주었고
30여분 정도의 연착 후에 현지시간(독일) PM 5시경 드디어
비행기가 접었던 바퀴를 착륙지점에 부드럽게 펴 내렸을 때, 우리는
인천에서 11월 30일에 출발해 같은 날짜 11월 30일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했다
이제 출발지점과는 역순으로 짐을 찾고 입국심사를 받고 검색대를 통과하고
드디어 우리는 첫 번째 크리스마스를 맞기 직전의 직전에 다다랐다
(프랑크푸르트는 단지 도착 지점일 뿐 우리의 크리스마스는 내일 이를 도시부터 시작될 참이었다)
예상보다 추운 날씨의 기분은 아마도
유럽의 겨울이 습도가 높아 내가 지낸 곳과 같은 온도라도 더 춥게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봄가을이 성수기인 유럽은 낮이 길지만 겨울의 유럽인 독일은 이미 어둑어둑 해가 지고 있었다
우리는 애초의 시내관광과 식사 계획을 접고 다음 날 첫 기차로 진짜 목적지로 이동하기 위해
미처 예약을 하지 못한 프랑크푸르트에서의 잠자리를 역 근처에서 찾아야 했다
시간은 이미 밤 9시를 향하고 있었고 낯선 거리에서 여행자는 선택지가 거의 없었으므로
호텔 가격이면서 여관 비주얼인 숙소를 기꺼이 받아들여야 했다
불을 켜도 톤 업 되지 않는 더블 침대와 화장실이 있는 방 안
우리는 침대에 걸터앉아 간식 따위로 대충 늦은 저녁의 끼니를 때우고
찝찝한 몸 상태보다 미심쩍은 화장실이 더 신경 쓰여 세안만 하는 것으로 애써 합의를 본 후
침대 위에 척추를 펴고 잠을 청하는 것으로 여행 첫날의 첫 숙소에 대한 실망감을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