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29번의 크리스마스 - 16 로텐부르크 -> 장크트 길겐
네 번째 크리스마스 도시에 가다 : 12월 16일 - 19일 장크트 길겐 (3박 4일)
꼭 16번의 잠, 네 번째 도시에서의 열여섯 번째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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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유럽 여행 때 할슈타트라는 오스트리아 호수 마을에 갔다
거긴 무척이나 유명한 곳이라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지도
그때 시간이 넉넉하지 않아 가까이 두고도 가지 못한 오스트리아의 휴양명소
장크트 길겐과 장크트 볼프강을 언제 갈 수 있을까 했는데 이렇게 겨울에 오게 된다
봄이 아름다운 유럽이지만 오스트리아는 겨울에도 무척 가고 싶은 곳이다
눈 내린 겨울의 아름다운 설경이 다른 계절 못지않고
오히려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은 이 지역의 이 계절을 사랑하니까
이건 스포, 미리 귀띔을 하지면
겨울의 장크트 길겐과 장크트 볼프강과 바트 고이세른과 할슈타트는
여러 의미에서 평생 잊을 수 없는 겨울의 추억을 남겨 주었다
이곳에서 참 많은 감동을 받았고 참 특별한(?) 경험을 했다
12월 16일 memo
바이애른 티켓 / 로텐부르크 -> (잘츠부르크), 총 3회 기차 환승
PostBus 150번 / (잘츠부르크) -> 장크트 길겐, 중앙역과 미라벨 정원 앞 정차, 50여분 소요, 6.7유로
가르니쉬엔트하너 호텔 / 3박 예약(1박 선결제, 2박 현장 결제), 체크인 pm12 - 체크아웃 am11시)
장크트 길겐 케이블카 (왕복 24.5유로)
장크트 볼프강 당일치기 (유람선 35분 소요, 편도 7.1유로 / 포스트 버스 편도 7.4유로)
장크트 볼프강 산악열차+케이블카 (왕복 34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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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도시로 이동하는 날 아침
방음 같은 건 당연히 기대할 수 없는 주택의 단점은
새벽 5시에 먼저 출발하는 옆 방의 부산스러움을 그대로 전해 주었다 덕분에
일찍 잠에서 깨어 나도 마음의 준비와 떠날 채비를 한다
아무도 없는 다인용의 커다란 식탁 위에 차려진 아침을 홀로 먹고
추억의 방에 고요히 앉아 오래 이별 의식을 치른 후 am 10시경 1층으로 내려간다
집에 없을 거라던 카린은 아직 외출 전이고 내 또래의 딸과 손주들의 소란이
1층에 가득하다 역시 카린도 영락없는 손주 바보 할머니
집에서 머리를 자르는 중인 할아버지를 잠시 기다렸고
할아버지는 곧 차에 짐을 싣고 기차역으로 향하고 작별인사를 하고 쿨하게 퇴장한다
긴 인사를 준비했던 마음이 무안하게 숙박비 결제와 함께 방으로 쌩 들어간
카린이나 할아버지의 쿨한 뒷모습은 우리가 그들에게 그저 잠깐 머무르다 떠나는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당연하고 빠르게 수긍하게 한다
혼자 가졌던 조금의 정을 떼어낸다
나 외의 승객이 보이지 않는 기차의 이층 좌석에 앉아
이 도시를 떠나 저 도시로 향하는 기차의 여정을 눈에 담는다
한가로운 순간은 잠시, 기차를 3번 환승하는 동안 알지 못하는 온 몸의 근육이 바짝 긴장하고
경유지인 잘츠부르크에 도착할 때까지 마음은 또 얼마나 졸였는지
목적지인 장크트 길겐으로 직행하는 포스트 버스에 오르고서야
비로소 심신이 안정되어 다시 창밖의 여정을 탐할 수 있게 된다
Sankt Gilgen
작은 호수 도시의 버스 정류장에서마저 이 도시의 마운틴뷰가 한눈에 들어오는,
오래 소망했던 장크트 길겐에 결국 도착했다
그만큼 추위는 대단했지만
(독일에서의 추위가 무색하게 오스트리아의 추위는 제대로 겨울의 계절을 인지시켜 주었다)
일찌감치 털모자부터 털부츠까지 제대로 무장했으므로 이곳의 겨울 다움이 오히려 좋았다
가족이 운영하는 현지식 목조 호텔의 아담한 싱글 룸은 혼자 머무르기 아늑한 곳이었으며
무엇보다 마을 자체가 아름다운 장크트 길겐의 골목이 보이는 창 밖 풍경이 좋았다
잘 터지는 와이파이와 뜨거운 샤워와 작고 세심한 배려와 잘 알려진 친절함도
오늘의 이동은 지금까지의 여정 중 최상위 난도였으므로
따뜻한 나의 방에서 안도의 숨과 쉼을 오래 허락한다 그렇게 꽤 시간이 흐른 후
외출 전, 여태 숙소의 예약 컨펌이 보류 중인 오버트라운과
(아주 작은 마트조차 없는 호수 근처의 외딴 별장 같은 숙소에서 멍 때리고 싶어 선택한 곳이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예약해 둔 바트 고이세른을 두고 잠시 고민을 정리한다
pm8시가 되어도 해가지지 않는 계절과 다르게
pm5시 정도만 되어도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하는 유럽의 작은 도시이거나 마을을
2시간 정도 천천히 거닐면서 될 대로 되라는 마음이 된다
벌써 확신이 드는, 여기에서 얼마나 마음의 평안을 느낄지 내일이 기대되는 마음도
혼자가 되고부터는 돌아오는 시간이 빨라지지만
하루면 충분할지도 모를 작은 도시에 좀 더 많은 시간을 머무르며 즐기는 여유가
나를 보채지 않아서 좋고
겨울의 차가움을 피해 따뜻한 숙소에서 내 방처럼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도 좋고
나서는 길과 되돌아오는 길이 멀지 않아 자주
몸을 녹이러 잠시 허락된 내 공간으로 돌아올 수 있는 것도 좋다
이제 밤의 도시를 밝힌 모든 촛불처럼 이곳에서의 여정을 내내 밝혀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모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