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12월 24일

꼭 29번의 크리스마스 - 24 할슈타트

by 윤에이치제이

꼭 24번의 잠, 여섯 번째 도시에서의 스물네 번째 크리스마스




+++


그래도 오늘은 am5시까지는 깨지 않고 잤다

할머니께서 이 시간부터 부산스럽게 뭔가 하시는 소리가 들려 깼지만

다시 이불속에 폭 파묻혀 am8시 즈음까지 잘 자고 일어났다

언제나 적응의 시간이 필요한 예민한 사람은 세 번째 잠쯤 되어야 잠의 깊이가 꽤 깊어진다






테라스로 나가 맞이한 오늘의 아침은

흰 눈 위로 하얀 안개까지 더해져 묘한 분위기가 흐른다


오늘은 어제 오후에 인간으로 감히 침범했던 흰 눈의 숲으로 다시 아침 산책을 갔다

두 번째 걸음은 설렘의 크기가 두려움의 크기를 압도한다

천천히 걷는 움직임에 숲의 어떤 것이 소스라치게 놀랄까 봐

오늘은 오히려 내가 더 조심스럽다


어제 봤던 산장일 것 같은 하늘색 집이 눈 속에서 오늘도 소담스럽게 예쁘고

좀 더 멀리 걸어간 눈의 길 풍경은 한결같이 감동스럽고

길은 또 다른 길과 이어져 다시 다른 방향의 마을로 가는 길로 통한다


IMG_9794.JPG
IMG_9795.JPG
IMG_9797.JPG
IMG_9798.JPG
IMG_9800.JPG
IMG_9803.JPG
IMG_9804.JPG
IMG_9806.JPG
IMG_9807.JPG
IMG_9809.JPG
IMG_9816.JPG
IMG_9818.JPG
IMG_9819.JPG
IMG_9821.JPG
IMG_9823.JPG
IMG_9824.JPG
IMG_9825.JPG




열심히 헤매고 다닌다고 했는데도 여전히 못 가본 길 못 본 풍경이 나타나고

그건 정말 즐거운 일이지만 결국 모든 걸 눈에 담고 갈 수는 없지 싶은 생각이 슬프다


크리스마스이브의 오늘, 그리고

진짜 크리스마스가 목전이지만 오랜 시간 동안 크리스마스였던 마음에

오늘이 더 특별하거나 유별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짖지 않고 예민하게 굴지 않고 가만히 눈 맞춰 주는 큰 개나 뚱뚱한 고양이의 시선

내게 가만히 다가오는 작고 소중하고 아름다운 장면들

그런 것들이 내게는 크리스마스 선물과 다르지 않은 것들이다


IMG_9830.JPG
IMG_9832.JPG
IMG_9833.JPG
IMG_9835.JPG
IMG_9838.JPG
IMG_9841.JPG
IMG_9843.JPG
IMG_9846.JPG
IMG_9847.JPG
IMG_9850.JPG
IMG_9851.JPG
IMG_9852.JPG
IMG_9853.JPG
IMG_9855.JPG
IMG_9859.JPG
IMG_9860.JPG
IMG_9861.JPG
IMG_9862.JPG
IMG_9864.JPG
IMG_9866.JPG
IMG_9868.JPG




뭔가 더 신성해 보이는 흰 띠 두른 호수의 풍경을 마주하는데

다르게 스타일링한 같은 사람이 달리 보이는 것처럼 또 새롭고 좋다

나도 안다

바닷가가 좋아서 잠시 살러 간 곳에서 매일매일 같은 장소를 산책하다 보면

어느 날은 귀찮고 매일이 설레지는 않고 어느 날은 지루하기도 하다는 것

그럼에도 무심히 지내다 다시 마주치면 또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취향의 아름다운 장소에 도착할 때마다 떠나는 것을 자꾸만 미리 아쉬워한다

그래서 이렇게 볼 수 있는 지금에 집착한다


IMG_9873.JPG
IMG_9875.JPG
IMG_9881.JPG
IMG_9882.JPG
IMG_9894.JPG
IMG_9897.JPG
IMG_9900.JPG
IMG_9904.JPG
IMG_9906.JPG
IMG_9910.JPG
IMG_9911.JPG
IMG_9912.JPG
IMG_9913.JPG
IMG_9915.JPG
IMG_9916.JPG
IMG_9918.JPG
IMG_9919.JPG
IMG_9921.JPG
IMG_9924.JPG
IMG_9930.JPG
IMG_9931.JPG
IMG_9933.JPG
IMG_9935.JPG
IMG_9936.JPG
IMG_9937.JPG
IMG_9940.JPG
IMG_9946.JPG
IMG_9948.JPG




저녁의 성탄 예배를 위해 잠시 쉬러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직도 새로운 곳들이 비밀의 공간처럼 내 앞에 열리는데 도대체가

얼마의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인지

그건 참 행복한 성가심이라서 돌아가는 길을 계속 돌아 돌아 걷다가

집으로 돌아가고자 했던 시간은 좀처럼 지켜지지 않고 지연되고 있는 중이다


호수의 끝인 줄 알았던 매일의 코스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지나쳐

포스트 버스가 나가는 도로의 길을 좀 더 걷다 보니

상점들이 나오고 다시 집이 나오고 그 뒤로 한껏 멀어진 호수에서의 마을 풍경이 보인다

늘 다니던 길을 벗어나 보길 잘했다

중무장에도 손발은 얼어가지만

따뜻한 방으로 돌아가고 싶은 간절함을 또 잊어버리게 되지만


IMG_9966.JPG
IMG_9967.JPG
IMG_9969.JPG
IMG_9971.JPG
IMG_9973.JPG
IMG_9975.JPG
IMG_9976.JPG
IMG_9982.JPG
IMG_9984.JPG
IMG_9985.JPG
IMG_9986.JPG
IMG_9989.JPG
IMG_9990.JPG
IMG_9991.JPG
IMG_9992.JPG
IMG_9999.JPG
IMG_10001.JPG
IMG_10004.JPG
IMG_10006.JPG
IMG_10010.JPG
IMG_10011.JPG
IMG_10012.JPG
IMG_10015.JPG
IMG_10016.JPG
IMG_10017.JPG
IMG_10019.JPG
IMG_10020.JPG
IMG_10021.JPG
IMG_10022.JPG
IMG_10023.JPG
IMG_10024.JPG
IMG_10025.JPG
IMG_10029.JPG
IMG_10031.JPG
IMG_10032.JPG




집으로 돌아왔고 충분히 쉬었고 그러다 시간이 pm4:28을 지나고 있을 때

어제 무심결에 동행을 제안받았던 시간은 다가오는데

인기척 없이 집안은 너무나도 조용하다

차라리 잘됐다 싶어서 먼저 나서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고

현관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꼬마 한 명이 들어오려고 한다

말 대신 손인사와 웃음으로 반가움을 전하고 길을 걷는데 어느새

그 꼬마가 뒤에서 달려와 나를 가로지르고는 다른 집으로 들어간다

아마도 (오전에 잠깐 딸로 추측되는 할머니 외의 어른을 보긴 했었다)

딸이나 손자들이 바로 지척에 살고 있으면서 왕래하고 있나 보다 싶었고

함께 예배를 가기 위해서 준비하고 있나 보다 싶었다

그렇게 추측하고 보니 집 앞에 있던 차 안에 함께 타지 않아도 되는 상상을 하다가

안심이 되었다 명랑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지만 나는 낯을 많이 가리는 사람이라서


그리하여 아직 시작되지 않은 성탄예배를 기다리면서

신앙심과 상관없이 경건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뒷자리에 고요히 앉아 있었다

pm5 ~6 사이 어느 즈음에 예배는 시작되었고

모르는 언어로 부르는 찬송가와 기도와 축사와 어린이 성가대의 맑고 순결한 음성이

무엇인지 모르는 채로 가슴속 깊숙이 들어와 따뜻하고 뭉클하게 차올랐다


IMG_8989.JPG
IMG_8990.JPG
IMG_8991.JPG
IMG_8993.JPG
IMG_9954.JPG
IMG_9956.JPG
IMG_9958.JPG
IMG_9959.JPG
IMG_9960.JPG




1시간이 지났을 즈음 조용히 먼저 교회를 나왔다 그리고

이곳의 크리스마스이브의 밤이 깊어갈수록 크리스마스의 아침이 밝아오는 저곳의

안부와 감사의 마음을 속으로 조용히 되뇌어보며 혹은

그곳에 닿기를 바라며 터벅터벅 걸어 내 집 아닌 임시의 내 거처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동안의 마음이라면 쓸쓸하거나 벅차오르거나

.. 그 둘 다였다


+

그 12월 24일도 이 12월 24일도

어쨌든, 모두, 부디,

Merry Christmas~*


IMG_9961.JPG




이전 24화그, 12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