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29번의 크리스마스 - 27 잘츠부르크
꼭 27번의 잠, 일곱 번째 도시에서의 스물일곱 번째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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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상 9도였는데 오늘은 영하로 기온이 뚝 떨어졌다
미리 얘기하자면 오후에는 우박이 떨어지기까지 했다
겨울 날씨의 변덕은 어딜 가나 비슷하구나 싶다
그렇다고 날씨 봐가면서 외출을 결정하지는 않지 나는 여행자니까
그리하여 오늘도 출발..!
아침에 일어나 창 밖으로 하늘의 날씨를 확인한다
구름이 많은 아침의 해 뜰 녘은 꼭 해 질 녘 같다
am 10부터 나왔더니 문을 연 상점은 없다 그래도 역시
도시라 볼거리 많은 상점들의 행렬이 쭉 이어진다
아기자기 마음을 건드렸던 마을의 가게들과는 또 다르다
(반가운 한국 기업 간판도 발견)
오늘은 구시가지 쪽으로 가보려고 하는데 그전에 소문난 쌀국수 가게를 갈 생각이다
날씨가 춥고 쌀국수가 생각나는 지점이 되었으므로
이번 크리스마스 한 달 일정 중에는 세 번째 찾아가는 쌀국수 가게이다
그냥 직진하지는 않는다
점심시간에 맞춰 도착할 계획으로 강의 반대쪽 길을 따라 걸어간다
역시 중심가에 가까워질수록 모차르트가 발견되고 성이 내 시야 안으로 점점 다가온다
대학가에 위치한 쌀국수 가게는 인기가 많고 1인 좌석에 배정받은 후
재스민차와 함께 쌀국수를 주문했는데
결론을 말하자면 사실 세 번 중에는 3등이다
그래도 국물이 들어가니 든든하고 따뜻해서 나머지 시간을 잘 견디겠다
가게를 나온 뒤 바로 옆으로 보이는 언덕길로 들어섰다
길이 보이면 그냥 걸으면 되는 것이고
늘 그렇듯 조금 높은 곳으로 가면 도시를 내려다볼 수 있을 것이고
늘 그렇듯 골목길은 번잡스럽지 않고 고요하고 정겹다
역시 아무 길로 가더라도 유럽의 골목들은 실패가 없다
우리 사는 곳과 다른 재질과 분위기만으로도 이미 멋진 볼거리이고
오르면 오를수록 보이는 이국적인 풍경은 아무렇게든 걸을 맛이 난다
길은 호엔잘츠부르크 성 바로 아래까지 이어져 있다
그렇게 성 둘레길을 돌면
성을 오르는 푸니쿨라 타는 곳과 성으로 가는 티켓을 파는 매표소가 나온다
둘레길을 돌다가 저 멀리 넓게 잔디가 펼쳐진 곳으로 내려가 닿은 곳
지도가 안내한 것도 아니고 오로지 이어지는 길과 멈추지 않은 내 발길이
데려 간 그곳은 다름 아닌 사운드 오브 뮤직을 찍은 장소 중의 하나였다
우연이 행운을 부르고 그렇게 당도한 곳에서
너무 설렌 나머지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내 가슴이 벅차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절벽 위 호엔잘츠부르크 성도 감동적이다
다시 성벽으로 가는 길로 올라 처음 오른 길과 만나는 곳으로 간다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도시의 풍경이나 다시 마주하는 같은 장소의 풍경마저도
감동이 배로 다가오는 것은 아름다움이란 원래 그런 것이기 때문이겠지
길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내려오면서 오늘의 여한은 없다
호엔잘츠부르크 성과 잘츠부르크 간판 거리 게트라이데는 내일을 위해 남겨두기로 한다
차가운 공기가 점점 깊숙한 살갗까지도 스며오고 있고
오랜만에 습한 겨울 공기에 머리가 띵해지면서 두통이 시작되려고 한다
내 몸의 컨디션이 나머지 일정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오늘은 이만 돌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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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츠부르크에는 대형 슈퍼마켓이 여러 군데 있어서
독일에서의 마트 장보기에 이어 장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는 마음에 쏙 든 것은 여러 번 사서 질릴 때까지 끝장을 보는 스타일인데
이번 크리스마스 여행 한 달 동안 마트에서
대용량 프레즐 과자 (막대형도 있음)와 대용량 요거트를 종류별로 끝없이 사서 먹고 있는 중이고
잘츠부르크에서는 오늘 막 오트밀 쿠키와 크림치즈 조합에 꽂혀서
당분간 또 끝없이 사겠구나 싶은 생각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