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에게 글을 쓰는 일은 힘듭니다. 오늘은 또 무얼 써야 할지 막막하기도 하고, 차분하게 글을 쓸 시간도 부족하죠. 할 일은 해도 해도 끝나지 않고, 울려대는 업무용 메신저와 이메일, 전화, 미팅 등에 내 업무에 집중하기도 어렵죠. 그런 상황에서도 글을 써나가는 것은 지금에 안주하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일 것입니다.
글을 쓰는 순간엔 자유가 주어집니다. 누구의 지시가 아닌 내가 원하는 대로, 쓰고 싶은 대로 마음껏 자유를 표출할 수 있습니다. 짧게 써도 되고, 길게 써도 되고, 말이 되는 소릴 써도 되고 말이 안 되는 소릴 써도 됩니다. 아무도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인지 모르기 때문에, 평소의 나와는 완전히 다른 성격으로 글을 써도 되죠. 화를 내도 되고, 울어도 되고, 자랑을 해도 됩니다.
글을 쓰는 것은 나를 몰아세우기도 하지만, 나를 완전히 자유롭게 합니다. 육체적으로는 사무실에 갇혀 있어도, 정신적으로는 어디로든 마음껏 다녀올 수 있습니다. 바다를 떠올리며 글을 쓸 수도 있고, 숲 속에서 동물들과 함께 앉아 피리를 부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VR기기를 장착해야만 메타버스의 세계로 빠져드는 것은 아닙니다. 글은 상상을 만들고, 상상은 우리에게 자유를 줍니다.
지치고 반복되는 일상에서 글쓰기를 통해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다 보면, 직업적으로도 스스로에게 더 큰 가치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브런치 작가로 꾸준히 글을 남기다 보면, 출판 기회도 얻게 되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사고력을 높이는 가장 훌륭한 수단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기회를 잡는 관찰력이 높아지게 됩니다. 사람들과 다른 관점과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죠. 거창하지 않은 글이어도 좋습니다. 있는 그대로 나의 생각을 옮겨도 좋고, 없는 얘기를 꾸며서 글로 적어볼 수도 있습니다. 단어와 단어가 연결되고, 문장으로 만들어지기만 하면 글이니까요. 글의 수준과 가독성, 탄탄한 구성 등은 그다음의 일입니다.
운동을 책으로만 배워봐야 근육이 증가하지 않듯이, 글을 써보지 않으면 절대 좋은 글이 나올 수 없습니다. 익명으로 작가로 활동하는 것조차 부끄럽다면, 나만 볼 수 있는 곳에 글을 적어도 괜찮습니다. 나의 생각을 여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다른 사람의 생각은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생각을 열다 보면 다른 사람에게도 공감이 되는 글이 되어갈 것입니다. 오늘도 자유를 느끼며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