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과 직원은 어떻게 소통해야 말이 통할까?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을 기억하시나요? 남녀 간 차이를 통해 진정한 사랑을 일깨워주는 연애의 교과서로 불리는 이 책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입니다. 남자와 여자의 생각 차이가 이렇게 크기 때문에, 다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이성 간의 사랑을 크게 키울 수 있다는 내용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습니다. 실제로 최근 AI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의 비노드 메논 교수팀이 과학 저널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서 '설명 가능한 인공지능'(XAI)으로 기능적 MRI(fMRI) 뇌 영상을 분석해 남자와 여자의 기능적 뇌 구조 패턴에 차이가 있고 이 차이가 인식 등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서로다 다르다는 것을 인지하고,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갈등이 줄어들고 관계를 통해 긍정적인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이죠.
화성남, 금성녀만큼이나 다른 종족이 매일 치고받고 갈등하는 것이 일상이 된 곳이 있습니다. '회사'죠. 회사를 이끌어가는 사장과 이를 따르는 직원들의 관계는 어쩌면 화성남 vs 금성녀를 초월하는 이 시대의 가장 큰 갈등입니다. 노사 갈등은 먹고사는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에,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분실자살 등의 비극적인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과거에만 있었던 일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23년 5월에 실제로 있었던 가슴 아픈 일입니다.
노사 갈등은 국가 경쟁력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2019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간한 보고서 '국가경쟁력 리포트'에는 전 세계 141개국을 대상으로 103개 항목에 대한 국가경쟁력을 종합해 순위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13위인데, 노사협력 순위는 세계 141개국 중 130위에 기록됐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12년부터 2021년까지 10년간 한국의 연평균 '근로손실일수'를 38.5일로 집계했는데, 같은 기간 영국은 12.7일, 독일은 8.3일, 일본은 0.2일이었습니다.
자영업,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 역시 불안한 노사관계로 기업운영이 과거보다 어려워졌다고 토로합니다. 동아일보는 1∼3월 한국경영학회와 함께 학회원 15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여 심층 인터뷰를 통해 한국 대표 그룹들이 마주한 새로운 경영 환경과 현세대 총수들의 리더십을 진단했습니다. 이 조사에서 국내 경영학자들은 노사관계가 현재 국내 주요 기업들의 가장 큰 어려움(32.5%)이라는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세계 각국의 자국 우선주의’(26.5%), ‘공급망 불안정성’(23.2%), ‘미래 주력 산업의 경쟁력 실종’(21.2%), ‘고금리·고환율’(20.5%), ‘글로벌 수요 위축’(20.5%) 등 글로벌 리스크와 거시환경 변화보다도 노사관계가 기업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입니다. 조직 내부에 인사전문가가 부재한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노사 갈등이 발생하면 회사의 운명과 직결됩니다.
갈등을 한자어로 풀이하면 칡 갈(葛)과 등나무 등(藤)이라는 글자를 조합한 것입니다. 칡은 왼쪽으로 덩굴을 감으며 올라가고, 반대로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덩굴을 감으며 올라가서, 두 개체가 얽히면 아주 풀기 어려운 모습이 됩니다. 칡과 등나무는 서로 질기고 자르기도 힘들고 뿌리까지 뽑기도 질긴 나무여서, 질기고 자르기 힘들어 보이는데서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서 서로 간의 의견충돌 및 마찰에 비유하여 나온 말입니다.
노사갈등 해결의 출발점은 사장과 직원은 칡과 등나무처럼 처음부터 완전히 다른 생명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물론, 언젠가는 직원이 사장이 되기도 하고 사장이 직원이 될 수 있지만 현재 위치한 상태에서 사장과 직원은 마치 화성남, 금성녀처럼 다른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갈등이 심화되다 보면, 사장은 사장들끼리, 직원은 직원들끼리 이렇게 얘기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 있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지?'.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이지만, 사장이냐 직원이냐에 따라 칡과 등나무, 화성남과 금성녀, 개와 고양이, 불과 물처럼 완전히 다른 속성을 가진 객체라는 것을 대전제에 두고 사장과 직원을 바라봅시다.
이처럼 사장과 직원은 전혀 다른 객체이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나는 솔로', '환승연애'에서 남녀를 같은 공간에 넣어두는 것만으로도 자연스럽게 갈등이 발생하는 것처럼, 사장과 직원이 하루 8시간, 일주일이면 40시간, 한 달 160시간을 함께 생활하는데 갈등이 없다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죠. 사실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영원히 이 기적을 만들어낼 순 없지만, 기적의 순간을 만들 순 있습니다. 갈등이 아닌 서로를 이해하고 한 방향으로 노를 저어 나아가는 공동운명체가 되는 기적의 순간을 1년에 한 번, 어쩌면 한 달에 한번, 일주일에 한 번, 더 나아가 매일 하나가 되는 기적의 순간으로 채워 일하고 싶은 회사로 만들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구상에 그런 회사들이 존재하고요. 이 기적의 순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자료출처>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7542555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3061509490001440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30412/11879225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