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한 도전>이 묻다 : PO의 가장 중요한 스킬셋은 무엇인가요?
토스팀은 목적 중심 조직이다. 디자이너는 디자이너끼리 엔지니어는 엔지니어끼리 모인 기능 중심이 아니라, 기획자, 디자이너, 개발자, 데이터 전문가까지 서로 다른 직군이 한 팀을 이룬다.
그러니 하나의 목표를 향해 서로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을 이끌어갈 사람이 필요하다. 프로덕트 오너(Product Owner)가 그 역할을 맡는다. 토스팀은 PO에게 꼭 필요한 핵심역량으로 7가지를 꼽는다. 모든 스킬셋이 필요하지만, PO 각자가 제품 성공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역량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토스팀 PO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스킬셋은 무엇인가요?"
- <유난한 도전> 중에서.
“담당하는 제품의 고객이 생소한가요? 아예 그 고객이 되어보세요. 고객의 삶을 직접 경험해보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어요.
토스 앱 내에서 처음으로 매출 장부 등 자영업자 사장님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었어요. 제가 사장님이었던 적이 없다 보니 승인, 매입, 세금계산서 등 모든 것이 낯설었어요. 아예 ‘사장님이 되어보자’는 생각으로 사장님들이 하시는 모든 일을 다 해봤습니다. 과정을 직접 겪어보니 이해가 훨씬 쉬워지고, 제품에 대한 실마리도 많이 나왔어요. 장부의 메인화면을 어떻게 구성해야 쉽게 이해하실지, 사장님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정보는 무엇일지 우선 순위도 쉽게 잡을 수 있었고요. 정식 출시 6개월 만에 어느덧 사장님 20만 명이 쓰는 서비스가 됐어요.
PO의 그릿(Grit)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긴 것 같아요. 몰입과 의연함인데요.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은 사용자의 불편함과 사업의 본질을 꿰뚫는 과정이라, 몰입 없이는 성공이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성공해내기까지의 과정에서 수많은 실패를 겪거든요. 이때 누구보다 내가 나를 믿어줘야 해요. 수많은 실패에 잘 대처할 수 있는 의연함은 필수겠죠.”
— 토스 PO 안지영
“토스증권 디스커버리 사일로는 고객이 ‘주식을 사야겠다’고 마음 먹기까지의 과정에서 처음과 끝을 담당했어요. 주식 탭의 홈과 종목 상세화면, 즉 사용자들이 가장 오랜 시간 머무는 화면을 만들었죠.
홈에서는 이것저것 눌러보거나 검색하면서 둘러봐요. 종목 상세화면에 들어가면 그래프를 살펴보고, 투자 정보도 찾아보고, 회사 소식도 보면서 구매하기 전의 시간을 보내고요. 그래서 투자자가 올바른 투자 판단을 할 수 있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사일로의 우선순위로 삼았어요.
홈이나 종목 상세화면에서의 정보 배열은 아트와 데이터의 영역이었어요. 고객이 주식을 매매할 때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너무 많은 정보가 범람하면 안 되거든요. 여태까지의 데이터를 통해 가설들을 세우고, 어떤 것이 작동(working)하는지 실험하면서 하나씩 배제하거나 증명해 나갔어요. 빠르게 숫자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역량은 꼭 필요한 스킬셋이라고 생각합니다.”
— 전 토스증권 PO 김동민
“토스페이먼츠의 가맹점들이 매일 들어와 자금흐름과 정산내역을 확인하는 대시보드, 새 상점 관리자를 만들었어요. 매출액, 정산주기, 계약사항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이죠. 복잡한 결제 산업을 이해하고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충분한 배경지식을 쌓아야 했어요. 정산, 마감, 청약, 결제로 나누어져 있는 기술/운영 흐름과 카드, 가상계좌, 계좌이체, 상품권, 휴대폰 결제 등 다양한 결제수단에 대해 자세히 공부했습니다. 가맹점 규모와 관계없이 사업 전반에 어떤 고충이 있는지, 기존의 상점 관리자 버전을 이용하면서 불편했던 점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고객 인터뷰도 꼼꼼하게 진행했고요.
그 결과 정산내역에서 사용되던 전문용어들을 상당수 개선할 수 있었어요. PG를 잘 모르고 정산을 처음 해보는 사람도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용어들로 바꿨습니다. 결제부터 정산, 입금으로 이어지는 전체 흐름을 이해하기가 훨씬 쉬워졌습니다. 고객 반응도 매우 좋았어요.”
— 토스페이먼츠 PO 김성아
“토스에서 사일로가 시작되는 방식은 창업이랑 똑같아요. 보통 창업자가 먼저 사업을 시작하면 그다음에 필요한 직군이 하나씩 모이게 되잖아요.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PO가 먼저 사업과 제품을 기획하고 있으면 다른 직군의 동료들이 합류하게 돼요. 이렇게 창업가 역할을 해야 하다 보니 팀을 이끄는 역할을 잘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동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명확한 비전을 만들고, 팀원들로부터 자연스러운 공감을 이끌어내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하는 방식이 필요해요. 모든 팀원들의 역량이 뛰어나기 때문에 이들의 다양성을 잘 이끌어낼 수만 있다면, 전체 팀의 시너지가 커질 수 있어요.”
— 토스페이먼츠 TPO 김명훈
기업이 존속하기 위해서는 계속 돈을 벌 수 있어야 하고, 그러려면 서비스를 잘 만드는 것만큼이나 사업적 기회를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토스에서 만든 여러 서비스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서비스 는 ‘내게 맞는 대출 찾기’예요. 국내 최초로 대출 상품을 은행 단위로 비교하고, 더 나아가 금리 심사와 비교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는 서비스인데요. 기존 제도에서는 허용되지 않던 것을 금융위원회의 혁신금융 서비스 지정 제도를 통해 가능하도록 만들었어요. 신청, 서류 준비부터 최종 선정까지 모든 과정에 공을 들였죠. 은행들과의 파트너십도 매우 중요했고요.
지금 토스뱅크의 제품을 만드는 상황에서도 이때 경험이 굉장히 도움이 돼요. 파트너사나 제휴사, 당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고 규제 문제도 잘 해결하면서, 토스뱅크만이 할 수 있는 혁신적인 일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하거든요. ‘왜 기존에는 이런 상품이나 서비스가 없었을까? ’ ‘왜 처음에 은행들은 이런 방법을 선택했을까?’를 고민하며, 혁신을 이뤄낼 수 있는 가치를 만들고 새로운 사업적 기회를 찾아나가고 있습니다.”
— 토스뱅크 PO 최성희
스타트업과 성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죠. 송금지원금은 친구 초대 기능에서 관점을 바꾸어 폭발적인 바이럴을 만들었어요. 토스가 1000만 MAU를 달성하는 데 큰 힘이 되었고, 토스에서 여러 소셜 맥락을 강력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걸 발견하게 된 제품이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기존에 많던 친구 초대 스킴, ‘친구를 토스에 가입시키면 나도 5000원, 친구도 5000원’을 활용했어요. 그러다 이것을 ‘친구에게 5000원 보내기’로 바꾸었습니다. 초대자가 받는 보상을 제거하고 ‘초대’ 맥락을 ‘송금’ 맥락으로 바꾼 거예요. 테스트했더니 ‘5000원 보내기’ 스킴이 훨씬 효과가 좋았어요. 내가 받을 보상을 없애서 효과가 좋아진 것, 상당히 반직관적일 수 있는데요. 이렇게 잘 안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잘되는 것들을 찾는 것이 중요해요. 찾기는 어렵지만 한 번 찾으면 임팩트가 매우 크기 때문이에요. 이런 틈을 포착하려면 모바일 제품에 대한 감각이 필요하죠. 고정 관념 없이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것을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편견 없이 목표를 향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전 토스 PO 정승진
사실상 작은 CEO로서 자신이 선택한 제품의 모든 것을 결정합니다. 제품 전략뿐 아니라 마케팅, 채용, 코칭, 사업개발, 우선순위, 법률적 문제 해결 등 모든 것이요. 예산 사용의 여부와 규모까지 모두 PO가 결정하고, 그 결정에 공감할 수 있으면 파이낸스팀은 지원 합니다. 만약 PO가 실패 선언을 하면 거기까지이고, 그것은 토스팀 리더인 저도 말리거나 바꿀 수 없어요.
재미있는 예가 있는데요. 토스에서 만든 토스보험파트너라는 앱이 있어요. 사실 2년 전에 제가 팀에 제안해 론칭할 뻔한 아이템이었거든요. 당시 론칭 바로 전주에 담당 PO가 ‘솔직히 해당 제품 에 대한 믿음과 신념이 없다’는 이유로 중단해버렸습니다. 보통 조직이었다면 대표가 밀어붙이는 아이템이니 진행이 됐겠죠.
하지만 토스팀에서는 제품에 대한 PO의 권한이 더 우선하기 때문에, 결국 해당 아이템은 접어야 했어요. 나중에 그 아이템을 정말 좋아하는 PO가 다시 등장해서 론칭할 때까지 2년을 기다려야 했죠. 이렇게 제품을 할지 말지, 예산을 얼마나 쓸지, 팀원 채용이 얼마나 필요한지 등 사실상 단위 조직의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PO가 가진 권한과 책임은 막강해요.”
경계를 부수는 사람들, 토스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