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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희정 Jan 29. 2022

건물주가 건네주신 현미떡꾹떡

떡이 아닌 엄마의 마음을 주셨다.

아늑한 내방


2019년 2월에 이사를 와서 지금껏 살고 있는 이 집은 보증금이 높고 월세가 적은 반전세 개념의 매물이었다.


임대인은 사무실 건물주와 같은 분인데, 계약 당시에 부동산중개사무소에 35만원에 내놓으려던 월세를 내가 계약을 한다면 20만원에 주겠다 했다. 근데 난 거기에 셀프인테리어 허락을 구하며, 현관문 페인트도 깔끔하게 칠하고 조명과 콘센트 등 지저분한 것들은 내가 직접 갈고 집을 아주 깨끗하게 만들어서 사용할테니 5만원을 더 깎아달라고 했다.


큰방 2개, 화장실, 란다, 복도, 부엌이 있는 16평대 집으로, 아무리 구옥에 보증금이 높다고 해도 월세 35만원은 당시에 이 지역 시세로는 말도 안되게 저렴한 금액이었다. 거기에 무려 15만원이나 깎아준 사람 앞에서 아는 사이이니 5만원을 더 깎아달라고 딜을 한 것이라 사실 기대를 전혀 하지 않고 한 발언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사장님이 흔쾌히 오케이를 외치셨다. 그래서 난 월세 할인으로 세이브한 120만원을 셀프인테리어 예산으로 잡고, 자가는 아니지만 애정을 듬뿍 담아서 직접 이곳저곳을 손보고 꾸며서 살게된 것이다.


그러다 작년 2월에 재계약 기간이 되었을 무렵에 건물주에게 먼저 연락이 왔다. 코로나로 경기가 안좋으니 1년만 월세를 동결한 채 자동연장을 하자는 것이었다. 이전 계약 때 내가 깎아놓은 것이 있으니 건물주는 손해를 본 것이나 다름이 없었기에, 올려도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했던차에 먼저 월세동결 제안을 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었다. 심지어 사무실도 재계약 후 2년 째 동결 중인데도 말이다.


그렇게 1년이 지났고, 또 다시 재계약을 해야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젠 정말 10만원 혹은 그 이상을 올려도 할말이 없겠구나 생각했을 무렵에 또 다시 건물주에게 먼저 연락이 왔다. 그동안 계속 싸게 잘 살았으니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월세를 올려야겠다면서 미안하다는 말씀을 반복하셨다. 얼마나 올리실거냐 물었더니, 정말 미안하다면서 3만원을 올려달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순간 내가 잘못 들은 건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3만원이요? 그럼 18만원인가요?"라고 되물었다.

"아이고 정말 미안해요. 요즘 코로나라 경기도 안좋은데, 나도 어쩔 수가 없네."라며 거듭 사과를 하시며 전화를 끊으셨다.


애초에 관리비도 없는 건물인데, 3만원이면 다른데 관리비도 안되는 금액인데 그걸 그렇게 열 번도 넘게 거듭 미안하다 하시면서 말씀을 하시는데 오히려 내가 다 미안할 지경이었다. 그리곤 조금 전에 연장계약을 마쳤다.


진짜 이건 정말 말도 안되는 계약이나 다름이 없다. 이런 복이 또 어디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찰나에 갑자기 "떡꾹 떡 좀 줄까?"라고 하신다. 시골에서 농사지은 현미쌀로 가래떡을 빼서 썰어온 건데 너무 고소하고 맛이 있다며, 월세를 올려서 미안하니 꼭 챙겨주고 싶다는 거다. 안그래도 오늘 사러갈 참이었다 하니, 잘됐다를 거듭하시면서 한봉지를 건내주셨다.


떡 한봉지를 들고 집에 오는 내내 기분이 조금 묘했다. 참 좋은 어른이다. 저런 분이 베풀줄 아는 어른이고 저런 모습이 가진 자의 여유구나 싶었다. 삭막하기 그지없을 갑을관계에서 엄마의 정을 느끼다니, 정말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다. 앞으로 2년동안 또 다시 잘 살아보자!




#대체무슨복이니

#잘하고살자 #갚으면서살자

#내집은아니지만내집같은 #집재계약

#감사합니다 #받은만큼베풀며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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