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 못한 돈이 들어오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 바뀌었는지는 모르지만, 생각지 못했던 여윳돈이 생겼을 때 나의 반응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오늘 오후 갑자기 재방료가 들어올 거라는 문자를 받았다. 방송작가들은 방송작가협회에 가입을 하면 본인이 집필한 프로그램이 재방송을 했을 경우 재방료를 받을 수 있다. 협회에 들어가는 장벽이 현재는 많이 낮아졌지만, 나의 경우 어려운 장벽을 쌓아놓았던 때여서 고생 고생을 해서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가장 큰 장벽은 막내 작가 시절부터 함께 일했던 메인 언니를 일일이 찾아가 사인을 받는 것이었는데, 연락을 안 하고 지내던 언니에게 몇 년 만에 연락을 드리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다. 프로그램에 따라 재방료가 쏠쏠한 경우도 있고, 밥 한 끼 먹을 정도일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협회 가입을 결정했던 건 안 받는 것보다 낫고 그 외에도 다양한 혜택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 결정을 후회하진 않는다.
3년 전에 했던 프로그램의 재방료가 곧 들어올 거라는 문자 메시지에 홈페이지에 들어가 액수를 확인했다. 꽤 쏠쏠한 금액이었다. 그런데 돈의 액수를 확인한 뒤, 곧이어 든 생각에 기가 찼다.
'주식에 전부 올인할까?'
이 생각이 드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원래의 나라면 일단 저금을 하고 그동안 사지 못했던 물건 중 하나를 콕 집어 살까 말까를 고민하다가 입금이 되는 순간 꽂히는 물건을 샀을 것이다. 그런데 장바구니에 가득 담긴 물건들은 생각도 않고 바로 주식 생각을 하다니. 이미 부은 돈이 얼만데!
스스로를 다그쳤다. 나는 현금 거지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프로그램도 기획 초기 단계라 돈 들어올 구멍이 그리 많지 않다. 영혼을 최대치로 끌어봤자 숨만 쉬어도 나가는 비용에 딱 맞는 수준일 텐데. 그러다가 카드값이라도 초과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너무 아찔하다.
어제 아프다가도 아주 조금씩 상태가 호전되면 가끔씩 주식 시장을 확인했다. 이 정도면 중독인가 싶었지만 그러다가도 아프면 바로 창을 꺼버리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오늘 이 생각을 하고 만 것. 이제 나는 돈이 생기면 무언가를 갖고 싶다기보다 주식에 투자를 하고 싶어진다. 이 현상이 옳다, 그르다를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점점 과열될까 그게 걱정이다. 하나에 꽂히면 끝까지 파고드는 성격을 스스로 잘 알기 때문에 더 걱정이 된다. 괜한 소비를 하는 것보다야 건전한(?) 투자에 돈을 쓰는 게 나을 수도 있지만 현재 자금 사정을 고려해야 할 필요는 있다.
요즘 빚을 져서 주식을 하는 젊은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아무리 주식이 유행이고, 많은 사람들이 이득을 봤다 한들 내 개인적인 견해는 단호하다.
'주식은 전문가 수준으로 공부를 한 사람이 아니라면, 자신이 잃어도 된다고 생각하는 선에서 투자해야 한다!'
그런 내가 여윳돈이 생겼다고 바로 주식에 투자하려고 하다니 말 다 했다. 사실상 그 여윳돈도 며칠 뒤에 목돈일 필요한 상황이라 차후에 생활비로 써야 할 수도 있는 돈인데 말이다. 그래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현실을 직시한 나, 칭찬해. 여윳돈은 고스란히 통장으로 직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