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일 : 모성애

나를 간호해 주는 엄마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by 몽상가 J

오전 7시. 내일이나 돼야 결과가 나올 거라던 말과는 달리 굉장히 빠르게 검사 결과가 나왔다. 음성! 이 메시지를 받자마자 아픔이 잠시 사라졌다. 그러나 새벽부터 이어진 장이 꼬이는 아픔은 나아지질 않았다. 다행히 검사 결과가 일찍 나와서 내과를 갈 수 있게 되었고, 머리로는 빨리 일어나야 하는 걸 아는데 몸은 쉽게 따라주지 않았다. 아파서 데굴데굴 구르는 다 큰 딸 곁에서 엄마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안절부절하며 간호하고 있었다.


"빨리 병원에 갔다 오는 게 낫지 않겠어?"

"죽이라도 좀 먹어. 그러다가 쓰러진다."

"따뜻한 보리차 끓여놨어."

"뭐 좀 사다 줄까? 먹고 싶은 거 있어?"


엄마는 얼마 전 일을 하다 손가락을 다쳤다. 뼈에 금이 가서 손가락이 퉁퉁 붓고 손바닥까지 멍이 들었는데도 정형외과가 아닌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고 왔다고 했다. 가족들은 왜 그랬냐며 타박을 했다. 엄마는 퇴근 시간에 맞춰 가려니 병원이 모두 문을 닫아서 그랬다고 내일은 꼭 갈 거라며 반박했다. 여전히 손에는 붕대를 휘감고 있고, 음료수 병뚜껑 하나도 제대로 열지 못하는 상태다. 엄마는 붕대를 감고 온 날부터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일도 당분간 쉴 거라고 대차게 선언했다. 그런 엄마가 본인도 아프면서 딸 때문에 생고생을 하게 되었다.


병원을 가겠다고 집을 나와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또 장이 꼬이기 시작했다. 배를 움켜잡고 거리에 주저앉아 한참 동안 심호흡을 했다. 엄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나 아무래도 병원 못 가겠어. 배가 너무 아파. 어떡해?'

'엄마가 나갈게.'

'아냐, 나오지 마.'


그렇게 메시지가 끊기고 기다리던 버스가 도착해 후다닥 병원으로 이동했다. 선생님은 배를 쿡쿡 찔러보시더니 많이 아플 것 같다며 장염이라고 하셨다. 약을 처방받고 진료실 문을 열고 나오는데 대기실에 엄마가 앉아있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엄마가 왜 거기서 나와?' 모드로 놀라서 바라보고 있으니, 내 상태가 너무 걱정이 돼서 도저히 집에 있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엄마도 손 치료 때문에 병원에 가야 할 시간인데, 결국 나 때문에 본인이 치료받을 시간을 미루고 온 것이다.


엄마에게 자식이라는 존재는 그저 어린아이 같다. 나이가 적고 많음의 문제가 아니라 아무 이유 없이 챙겨줘야 하는 존재, 아프면 돌봐줘야 하는 존재, 힘들면 안아줘야 하는 존재. 행복할 때 곁에 계시는 게 가장 좋겠지만, 왜 부모님은 아플 때나 힘들 때 더 절실하게 찾게 되는 걸까. 한쪽 팔만 쓸 수 있으면서 엄마는 내가 약을 타고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나를 부축해 줬다. 어디서 힘이 나는 건지 알 수 없다. 그러고는 집에 돌아와 약을 먹이고 좀 더 자라고 하더니 곰국을 끓여주겠다고 했다. 한쪽 팔은 쓰지도 못하면서 큰 솥을 꺼내오는 것까지 확인했다.


그런데, 엄마. 나 장염이래. 흰죽이랑 포카리 스웨트만 먹을 수 있다는데 곰국은 누구 주려고 만드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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