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일 : 세대 차이

후배와 대화를 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by 몽상가 J

아주 가끔씩 후배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세대 차이를 느낄 때가 있다. 아주 흔한 예로, 어릴 때 좋아하던 연예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무조건 세대가 드러난다. 지금 이 글에서 어떤 가수를 좋아했는지 말했다가는 내 나이가 바로 드러날 것 같아서 조심스럽다, 참아야지. 아무튼 내가 좋아했던 아이돌의 이름을 말하면 바로 아래 후배들은 다음 세대의 아이돌을 좋아했다고 하고, 그 아래 후배들은 이름은 들어봤다고 답한다. 그럴 만도 한 게 내가 막내이던 시절 메인 언니가 좋아했던 연예인이나 드라마 이름을 듣고 똑같은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 세대가 좋아하던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미 지나온 사람도, 그걸 바라만 보던 뒤 세대도 알고는 있지만 깊게 관여하지 않았던 터라 재밌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아, 너희는 그러고 놀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보통은 지지 않고 '우리 때는 이랬어!'라는 말로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 오늘 문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세대 차이를 느꼈다.


- 읍니다.

- 습니다.


(이제 어쩔 수 없이 내 나이가 드러나게 되겠지만) 어렴풋이 생각나는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어릴 때는 어른들이 '읍니다'를 사용하시는 걸 보면서 자랐다. 그리고 가끔 책이나 지면에도 읍니다,라고 쓰여있는 글을 봤던 기억이 난다. 후배랑 어떤 아이템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예전에는 '읍니다'도 쓰지 않았냐고 하자, 자기는 '습니다' 세대여서 전혀 모른다고 했다. 정확히 나와 4살 터울인 그 후배에게 무슨 소리냐며 어릴 때는 있었지라고 하다가 과연 '읍니다'와 '습니다'가 언제 바뀌었는지 궁금해져서 검색을 해봤다.


1988년에 새로운 한글 맞춤법과 표준어 규정이 제정되었고, 1989년부터 시행되었다.

이 글을 읽고 이때는 나도 꽤 어린 나이었는데 어떻게 사용하는 걸 알고 있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후배는 내가 늙었다며 놀리기 시작했지만 나는 바로 깨달았다. 그 시절에는 지금처럼 인터넷이 있었던 것이 아니기에 국가가 이제는 '읍니다'를 '습니다'로 바꿔서 사용하겠다고 하더라도 지방 구석구석에 있는 어른들까지 이 사실을 인식하고 바꿔서 사용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요즘이라면 이 사실이 전 세계로 퍼지는 데 하루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바꿔 사용하기까지는 몇 달이 걸릴 수도 있지만, 그 시절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겠지.


이런 예상치 못한 포인트에서 세대 차이를 느끼는 게 단순한 문화적 충격보다 크게 다가온다. 사실 문화적인 부분은 내가 조금 더 관심을 갖는다면 앞 세대와 뒤 세대의 문화까지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 정해진 규정이 변화하는 부분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예를 들면, '국민학교'가 '초등학교'가 되고, 수능 점수가 400점에서 500점이 되었던 것처럼.


이 대화의 끝은 또다시 꼰대력을 발휘하며 마무리 되었다.


"너 나랑 4살 차이면... 내가 대학교 입학했을 때, 넌 중학생이었네! 아놔. 앞으로는 겸상하지 말자."

"에이~ 이미 백 번도 넘게 밥을 먹었는데 이제 와서 거리 두시려고요? 그르지 맙시다!"


역시 요즘 애들은 이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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