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일 : 로또

구겨진 로또 종이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by 몽상가 J

일확천금의 기회를 노리고 로또를 사는 사람들. 한 주에 로또를 사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나도 가끔 로또를 산다. 큰돈이 필요한데 수중에 있는 돈이 많이 부족할 때, 길을 걷다가 '로또 명당'이라는 타이틀을 내건 가게를 발견했을 때, 어쩌다 산 로또가 5천 원에라도 당첨됐을 때, 마지막으로 일을 하다가 열이 받아 이 바닥을 떠야겠다고 생각할 때, 지갑에 있는 현금을 몽땅 털어 로또를 산다.


지난주, 일을 하다가 열받는 일이 있어서 후배와 씩씩 거리며 길을 걷고 있었다. 더럽고 치사해서 못 해먹겠다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올 때쯤 눈앞에 보인 로또 명당 가게. 사람들은 추첨 일을 하루 남겨놓은 금요일 저녁 줄을 서서 로또를 사고 있었다. 과연 길게 줄을 선 사람 중 1등을 하는 사람이 나올까? 도대체 로또 1등에 당첨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들은 단순히 '운'으로만, 벼락 맞을 확률에 가까운 로또에 당첨이 되는 걸까? 흔히 말하는 대박 꿈을 꾸어야 확률이 높아지는 것일까? 꿈이 들어맞지 않는다는 사실은 내가 증명할 수 있다. 꿈에서 몇 개의 숫자를 본 적도 있고, 황금 돼지가 나오는 꿈, 똥을 만지는 꿈을 꾼 적도 있지만 5천원 이상 당첨이 된 적이 없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는 없지만, 로또에 당첨된 사람은 있다. 가장 가까운 지인이라면 언니의 친한 친구네 가족, 친구와 함께 일했던 PD 정도이다. 각각 1,2등에 당첨이 됐다고 들었다. 하지만 그들 모두 로또 당첨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 이후에도 하던 일을 열심히 하며 살고 있다. 물론 조금 더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갔거나 생활이 조금 더 여유로워지기는 한 것 같다. 큰돈이 생긴 만큼 그동안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곳에 쓰는 정도일 것이다.


친구들을 만나면 가끔 이런 토크를 한다. '만약 로또에 당첨된다면?' 거의 일어나지 않을 일인 걸 알면서도 모두들 기대에 가득 찬 목소리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집을 살 거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이제 액수가 그리 많지 않아서 서울에 있는 집을 사면 돈이 남지 않을 거라고 차라리 갖고 싶었던 걸 왕창 사겠다는 사람도 있고, 누군가는 주식에 50%를 넣어 소소한 수익률로 대박을 내보겠다고 했다. 반대로 불안해서 그냥 전액을 모두 통장에 넣어버리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매일 밤 로또에 당첨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미리 계획을 세웠던 사람들처럼 모두들 막힘없이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만약 내가 로또에 당첨된다면 나는 가장 먼저 무얼 하고 싶을까? 다른 건 모르겠지만 부모님께 서울 근교에 있는 집을 한 채 사드리고 싶다. 그리고 나머지는, 글쎄. 얼마가 남을지는 모르지만, 주로 일을 하는 상암 근처에 전셋집을 구할까? 아니면 전문가와 함께 투자를 해서 노후자금을 마련해야 할까? 언니가 가게를 차릴 수 있게 도와주고도 싶은데... 쓰다 보니 당첨금이 웬만해서는 안될 것 같다.


사람들은 과연 어떤 꿈을 꾸며 로또는 사는 걸까? 그리고 과연 내 차례가 오긴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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