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일 : 신경숙 작가

좋아하던 작가의 신작을 마주하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by 몽상가 J

얼마 전 친구로부터 신경숙 작가님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동안 잊고 있던 작가님의 소식을 들으니 기분이 묘했다. 그리고 바로 신작을 주문했다. 신경숙 작가님의 신작은 <아버지에게 갔었어>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엄마를 부탁해>가 엄마를 통해 가족의 이야기를 풀어낸 글이라면, <아버지에게 갔었어>는 세상 모든 아버지들에게 바치는 헌사와 같은 책이라고 한다.


신경숙 작가님은 내가 가장 좋아하던 작가님이다. 과거형으로 쓰는 이유는 2015년에 일어났던 논란 때문이다. 대학교에 입학한 후, 하루에 한 번은 도서관에 들러 책을 읽거나 대여했다. 그때 나의 마음을 꽉 잡은 글이 바로 신경숙 작가님의 글이었다. 작가님의 작품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기차는 7시에 떠나네>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나도 이런 문장을 쓸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


내가 그동안 끄적이며 쓰던 글이 초라해질 만큼 작가님의 문장은 내 마음을 설레게 했다. 글의 내용이 아닌 문체만으로 나를 설레게 했다. 그렇게 신경숙 작가님의 책을 모두 읽었고, 책장에 고이 모셔두고 싶어서 한 권씩 사서 모았다. 그리고 가장 아끼는 책인 만큼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꽂아두었다. 마치 전시를 해놓은 것처럼.


2015년 신경숙 작가님은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하루 종일 검색어에 작가님의 이름과 표절이라는 단어가 함께 올랐다. 일을 하면서도 자꾸만 거슬리는 검색어가 내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었다.


'그동안 나를 설레게 한 글이 표절이라니, 믿을 수 없어.'

'더 이상 책을 읽고 싶어지지 않으면 어떡하지?'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와 책장 앞에 서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내 눈앞에 놓여있는 작가님의 책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수백 권의 책들과 마주하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작가님에게 배신을 당했다며 책을 버리고 불매운동을 하겠다는 등 당장이라도 은퇴를 하라고 종용했다. 하지만 나는 그때도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 이 책을 모두 버리는 행위가 단순히 한 작가의 실수를 짓밟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내 추억을 송두리째 잃게 되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 문장의 글을 읽는 것이 나에게는 감정을 쏟아내는 창구와도 같았다. 웃고, 울고, 가슴 아파하고, 설렜던 그 기억들. 결국 그 자리에 있는 책들은 아직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다. 2015년에도, 2021년에도 그 책들은 단 한 번도 읽히지 않았지만 그대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님이라고 소개할 수 없는 신경숙 작가님. 작가님이 문학계를 떠나 계신 동안 나는 실력 있는 작가들의 글을 꾸준히 읽어왔다. 다행히 책에서 멀어지지 않았고, 어떤 작가의 글을 읽어야 할지 방황하지 않았다. 만약 누군가 나에게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라고 묻는다면 나는 여러 작가들의 이름을 읊어댈 것이다. 나는 2015년 이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라는 타이틀을 쓰지 못한다. 단 한 사람을 꼽기가 어려울 만큼 좋아하는 작가들이 너무 많아졌다. 지금도 머릿속에 10명 정도가 떠오른다.


작가님의 신작을 마주하니 기분이 또 묘했다. 아직 서른 장 정도를 읽었을 뿐이지만, 작가님의 글을 오랜만에 읽으니 오랜 친구와 안부 인사를 주고받은 기분이다. 작가님이 어떤 마음으로 이 책을 내셨을지, 또 대중과 문학계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너무나 두렵지만, 나는 이 책을 완독할 것이다. 어쨌든, 어떤 이유로든 완독할 것이다.

keyword
이전 15화65일 : 주부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