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일 : 긴장 푸는 법
껌을 씹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체육 중간고사 종목으로 발야구를 하게 되었는데, 발야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팀 과제가 되고 말았다. 중학교 체육 시험에서 운명공동체인 팀플이라니! 그리고 발야구는 해본 적도 없는데 어떻게 하라는 건지 막막했다. 하지만 징징거릴 시간에 볼을 한 번 더 차 보는 게 낫겠다 싶어 함께 팀이 된 친구들을 모아 앞으로 경기 당일까지 우리는 연습에 매진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그 시절에도 학교 수업이 끝나면 각자 학원을 가는 분위기였기에 연습을 할 시간은 등교 전, 이른 아침 시간밖에 없었다. 정확한 시간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우리 팀은 2주간 새벽 6시쯤 등교를 했다. 교실에 들어가지도 않고 운동장에 모여 가방을 던져두고 우리는 미친 듯이 연습을 했다. 여중을 다니면서 가장 활발히 움직였던 시기로 기억된다. 볼을 차고, 수비를 하고, 패스를 하고 꽤 체계적으로 연습을 했던 기억. 그렇게 2주를 연습한 뒤, 대망의 시합 날! 팽팽하던 경기의 마지막 볼이 내 앞에 놓였다. 여기서 최소 안타를 쳐야 우리 팀이 1등을 할 수 있다. 너무나 긴장이 되는 순간! 나는 이 긴장감을 어떻게 누그러뜨려야 할지 고민하다가 주머니 속에 들어있던 껌을 씹었다. 가끔 야구 경기를 보면 선수들이 껌을 찰지게 씹는데 그 이유를 그날 안 것 같다. 수업 시간에 껌을 씹는 건 안 되는 일이지만, 그 순간의 긴장을 풀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렇게 껌을 좍좍 씹으면서 나는 내 앞에 놓인 마지막 볼을 힘껏 찼다. 그렇게 2주간의 노력은 1등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냈고, 그때부터 스포츠에 흥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선수들이 왜 얼싸안고 우는지도 그때 알 게 되었다.
과연 껌을 씹은 것이 긴장감 완화에 도움이 됐던 걸까?
실제로 껌은 스트레스 해소, 집중력 향상, 소화액 분비 촉진 등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껌을 씹으면 뇌 혈류량이 증가해 뇌 기능이 향상된다는 것인데, 씹는 활동 자체가 기억력, 집중력, 사고능력 등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야구 선수들이 경기 도중 껌을 씹으면 그만큼 긴장감도 해소되겠지만 집중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는 것이다. 역시 그날 주머니 속에 들어있던 껌을 씹으며 집중하고, 긴장을 덜어낸 것은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한다.
그때 이후로 나는 긴장을 풀 때마다 껌을 씹었다. 좋아하는 사람과의 첫 데이트를 할 때도 껌을 씹었고, 중요한 시험을 앞둔 상황에서도 껌을 씹었다. 가끔 녹화를 할 때도 껌을 씹는데 녹화 내내 하나의 껌을 씹다가 결국 고무가 된 껌을 뱉은 적도 있다. 하지만 긴장되는 상황에서 언제나 껌을 씹을 수는 없다. 그럴 때를 대비해 고안해낸 방법은 생각을 버리는 것이다. 이렇게만 봐서는 무슨 소리인가 싶지만, 실제로 멍을 때리며 생각을 비워내는 것이 긴장감을 해소시키는데 정말 좋다. 긴장되는 상황 속에서 긴장감을 떨쳐내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꾸준한 연습을 통해 이뤄낼 수 있다. 특히 중요한 회의를 하다가 심장이 터질 것 같을 때 잠시 화장실에 앉아 생각을 버리고 온다. 아무 생각도 없다는 듯 5분 정도를 비우고 돌아오면 맥박이 차분하게 돌아오는 걸 느낄 수 있다. 여기에 따뜻한 물이나 차를 손에 쥐고 조금씩 마셔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긴장감 해소법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내가 취하는 방법은 껌 씹기, 따뜻한 물 마시기, 그리고 생각 비우기다. 어느 순간 이런 방법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긴장의 순간이 찾아올 수 있다. 그때는 또 새로운 방법을 고안해 내야지! 약을 먹으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청심환과 같은 약을 먹은 적은 없다. 약에 의존하다 보면 다른 방법이 먹히지 않을 것 같아서 피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긴장감을 해소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