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일 : 40대는 어떨까?

마흔 살이 된 언니와 대화를 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by 몽상가 J

친한 선배 언니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이 있다. 낯선 사람과의 만남을 그리 즐기지 않는 1인이지만, 이 언니의 기술이라면 기술인 은근슬쩍 끼워 팔기(?) 신공 때문에 나도 모르게 언니의 지인 모임에 자주 참석하게 된다. 드라마 PD, 청담동 BAR 사장, 변호사, 영상 제작 회사 대표, 스타일리스트, 모 기업 대표, 매니지먼트 대표 등 언니 덕분에 다양한 직업군의 어른들을 만나면서 발이 넓어진 건 사실이다.


어릴 때부터 알게 된 분들도 있고, 이미 머리가 큰 후에 알게 된 분들도 있지만 웬만해서는 그분들이 계신 자리에서 나의 존재는 막내다. 이미 30대 중반을 넘긴 나이인데, 이런 내가 어느 모임에서 막내 역할을 한다니 기가 차기도 하지만 그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다. 기본적으로 어른들은 막내라 하면 예뻐해 주시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시고, 소소한 선물도 주시고, 인생의 지혜라 할 수 있는 꿀팁도 전수해 주시고,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신다. 그게 막내의 특권이다.


그분들을 만나면 왠지 모르게 위축이 될 때가 있다. 이미 40-50대의 삶을 살고 있는 그분들은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을 했거나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른 분들이다. 나이를 생각하면 당연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나이를 먹었다고 모두가 완성된 인생을 살지는 않기에 그분들의 삶이 부럽기만 하다. 내가 알지 못하는 분야의 이야기를 나누거나, 나는 선뜻 쓰지 못하는 액수의 돈을 쓰는 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한다.


나의 40대, 50대는 어떤 모습일까?


가장 궁금한 건, 과연 내가 40-50대에도 방송작가 일을 계속하고 있을까? 주변 선배들을 보면 40대에도 일을 하시는 분들은 꽤 많다. 하지만 알게 모르게 조용히 사라지는 분들도 많다. 작가 친구들과 우리의 정년은 언제일까,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최대 40대 중반이 아닐까라는 말이 나왔었다. 50대를 넘겨서까지 이 바닥에 있기는 힘들 것 같다는 의견들이 대부분이었다. 친한 피디님과도 이런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내가 40대 중반까지 열심히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자 능력만 되면 끝까지 버텨야지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고 버럭 했다. 나는 웃으며 피디님이 은퇴할 때까지 나를 써준다면 고려해보겠다고 답했다.


일적으로는 그렇고, 인격적으로는 어떨까. 지금보다는 완성된 모습일까? 여유가 생기고 타인의 말에 크게 상처받지 않으며, 지인들에게 언제나 상냥하고 너그럽게 대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 있을까? 지금처럼 욱하거나 꼰대스럽지 않을 수 있을까? 20대 때는 30대가 되면 진짜 어른이 되는 건 줄 알았는데, 여전히 철없이 생각하거나 행동할 때마다 스스로를 다그친다. 나이만 먹고 언제 철이 들려고 이러는지. 그러면서 기도를 드린다.


'후배들에게는 귀감이 되는 선배가 되게 해 주시고...'


몇 년 뒤면 마흔 살이 된다. 얼마 남지 않은 기분이다. 친구들을 만나면 마흔 살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어떤 기분일까 궁금하다, 벌써부터 우울하다, 늙는 게 무섭다 등. 나 역시 아직 몇 년이 남아서인지 모르겠지만 실감도 나지 않고 상상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마흔 살의 문턱을 먼저 밟은 언니들의 말에 의하면 생각보다 크게 달라지는 것도 없고, 두려울 것도 없고, 그냥 한 살 더 먹은 것뿐인데 주변에서 더 호들갑을 떤다고 했다. 대단히 침착한 그녀들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마흔 살은 다르다! 어른스럽잖아!'


소박한 바람이 있다면 마흔 살이 되었을 때는 지금보다 경제적인 여유를 갖고 싶다. 그리고 마음의 여유와 지혜롭고 어른스러운 행동, 동생들에게 꼰대가 아닌 진심 어린 이야기를 건넬 수 있는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람에게 데이거나 상처 주지 않고, 옳은 말만 할 수 있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글을 쓰다 보니 내 머릿속 40대는 성인군자급 어른이라는 판타지가 박혀있는 듯하다. 과연 나의 40대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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