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일 : 코로나19 검사

혹시 몰라서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by 몽상가 J

엊그제 친구들과 고기를 먹었다. 고기를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오랜만에 먹는 거니 그러려니 하고 먹었다. 이베리코 흑돼지라는 타이틀을 내건 고깃집은 꽤 맛있었고, 직원이 구워줘서 더 맛있고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어제 아침,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며 설사를 하기 시작했다. (더러운 얘기 해서 죄송^^;) 한두 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고 다른 증상은 없어서 음식을 잘못 먹었나, 탈이 났나 하는 생각으로 어쩔 수 없이 하루 종일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그리고 오늘 아침, 침대가 흥건히 젖을 만큼 밤새 열이 났다. 조금만 몸을 뒤척여도 두통이 심각했고, 새벽부터 설사는 이어졌다. 열이 났다가 열이 떨어지면 오한이 느껴졌다. 부모님은 단순한 장염이니 걱정 말라고 하셨지만, 어쩐지 증상의 대부분이 코로나19와 비슷했다. 이제껏 단 한 번도 검사를 받은 적이 없었는데, 이번 주에도 일 관련 미팅과 약속이 있는지라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검사를 받는 게 낫겠다 싶었다. 타이레놀을 먹고 두통과 열을 조금 내렸다. 지사제를 먹고 외출이 가능할 정도의 상태를 만들었다. 그리고 오늘은 공휴일인데 검사가 가능한지를 체크했다. 정확히 30분 안에 와야 한다고 했다. 낮 1시에 모든 검사는 마무리된다고.


차가 있는 가족들이 모두 밖으로 나가버려서 나는 세차게 쏟아지는 비와 추위를 뚫고 흔들리는 머리를 붙잡고 보건소를 향해 뛰었다. 안경은 뿌옇게 변해갔고, 머리는 대충 묶고 나온지라 거의 죄인의 형상에 가까웠다. 검사해 주시는 분들 외에 아무도 줄을 서 있지 않았다. 이전까지만 해도 코로나19 검사는 아플 거라는 두려움이 강했는데, 막상 진짜 아프니 그 검사가 아픈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손 소독 후, 비닐장갑을 끼게 했고, 몇 가지 설문조사를 한 뒤, 이름과 생년월일, 전화번호, 증상을 쓰기 시작했다. 쓰다 보니 정말 코로나19 증상과 비슷했다. '제발 음성이 나오게 해 주세요!'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리고 대망의 검사 타임. 긴 면봉은 사정없이 내 콧속으로 들어갔다. '아 저것이 내 뇌를 흔들 수도 있겠구나' 싶을 정도로 깊숙하게 들어갔다. 약 10초간 검사가 이루어진다는 말과는 달리 생각보다 빨리 검사는 끝났다. 체감상 그런 거겠지만. 돌아오는 길에도 버스나 택시를 탈 수 없어서 터덜터덜 집까지 걸어왔다. 하필 오늘은 비가 억수로 쏟아졌고, 날씨는 꽤나 추웠다.


집에 돌아오자 엄마는 뭐라도 먹어야 하지 않겠다고 했다. 오늘 아침부터 비워내기만 하고 딱히 먹은 건 없었다. 물 500ml 정도가 다였다. 엄마는 누룽지를 끓여주셨고 다행히도 어제나 오늘 아침에 비해서는 설사가 더 심해지지 않았다. 조금씩 멎는 듯했다. 지금 내가 이 글을 쓸 수 있는 건 웬만한 증상들이 다 좋아졌기 때문이다. 오전에 먹은 타이레놀의 약 효과가 아직도 가는 건지, 조금씩 장염 증세가 나아지는 건지는 모르지만 거의 다 좋아졌다.


계속된 연휴 때문에 결과는 이틀 뒤에 나온다고 한다. 내일도 나는 내 방에 콕 숨어서 마스크를 쓰고 누워있을 예정이다. 수요일 오전 '음성'이라는 결과를 받기까지 나는 기도를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당분간은 음식을 조절하고, 급한 일이 아닌 이상 모임을 최소화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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