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 화장실 청소

책을 읽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by 몽상가 J

사놓고 읽지 않은 책이 쌓여있는 내 방, 나는 독서를 계획적으로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날그날 손에 잡히는 책을 읽는다. 내가 오늘 고른 책은 김완 작가님의 <죽은 자의 집 청소>. 지인의 추천으로 산 책이었는데 며칠 전 한번 꺼내어 읽고, 오늘 완독을 했다. 한참을 읽다가 작가님 생각과 내 생각이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서 무릎을 탁 쳤다. 그래! 이거지!


"평소 우울감에 시달려 단순하게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는 사람에게는 무엇보다 화장실 청소를 추천하고 싶다. 그 화장실이 더럽고 끔찍할수록 더 좋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화장실 청소를 한다. 머리가 복잡해서 두뇌 회전이 거의 제로 상태일 때 하던 일을 모두 내려놓고 딱 붙는 옷으로 환복을 실시한다. 딱 붙는 옷을 입는 이유는 청소를 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헐렁이는 옷을 입고 청소를 하면 의도치 않게 옷으로 청소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옷을 갈아입고 긴 머리를 최대한 한데 모아 묶어 버리고 마스크를 낀다. 그리고 고무장갑을 끼고 하는 게 베스트이지만 손이 상하는 걸 알면서도 고무장갑의 거추장스러움 때문에 과감히 포기.


모든 준비가 완료되면, 항상 쟁여놓는 화장실용 세정제(?)를 사정없이 분사시킨다. 욕조, 바닥, 변기, 벽면, 구석구석... 그리고 15분 정도 방치를 해놓은 뒤! 세 종류의 솔을 들고 비장하게 입장한다. 팔이 빠지도록 때를 벗기다 보면 점점 환해지는 화장실의 민낯이 발견된다. 너 원래 하얀색이었니?라는 말이 절로 나오도록 때를 벗긴다. 머리카락으로 아우성치는 하수구도 구원해 주고, 알게 모르게 샤워기 줄에 숨어있는 때도 벗겨주고, 비데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 변기 사이사이의 때까지 솔질을 해준다. 그리고 찬물로 (뜨거운 물로 세척하면 냄새가 날 수 있음) 더러운 모든 것들을 씻어내려 준다. 하수구로 모여드는 찌든 때를 보고 있자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던 스트레스의 원흉들이 함께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다.


지인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면 스트레스 받을 때 왜 노동을 하냐고 한다. 물론 완벽한 화장실 청소를 하는데 (내 기준) 1시간이라는 시간이 소요되고, 다 하고 나면 온몸이 뻐근하다. 그럼에도 내가 이 행위를 하는 이유는 정말 그 순간만큼은 잡생각이 사라지고, 오직 몸을 움직여 더러움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님의 말처럼 단순하게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들에게 강력 추천하고 싶은 스트레스 해소 방법, 화장실 청소! 물론 그다음 문장에서 더럽고 끔찍할수록 좋다고 하셨는데... 그건 솔직히 자신 없다. 그저 우리 가족이 써서 더러워진 정도의 상태에서 청소를 하고 싶을 뿐. 우리 집에는 두 개의 화장실이 있는데 내가 쓰는 거실 화장실이 유난히 깨끗한 것은 그만큼 내가 스트레스를 자주 받는다는 것을 암시한다. 만약 내가 거의 쓰지 않는 안방 화장실까지 깨끗한 때는 거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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