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 후회하는 밤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by 몽상가 J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이어진 촬영. 그리 어려운 촬영은 아니었지만 기존에 해오던 예능 프로그램이 아닌 다소 어려운 법에 대한 내용을 다루는 촬영이라 알게 모르게 긴장이 됐다. 물론 방대하면서도 어려운 내용의 자료를 읽고 구성을 해서 대본화 시키는 작업부터 쉽지는 않았다. 덕분에 작년 크리스마스부터 새해 첫날까지 거의 정신없이 대본에 열중해야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집콕 모드였기에 일을 하는 편이 오히려 낫긴 했다)


순조롭게 촬영이 진행되었고, 출연자분들도 열심히 해주신 덕분에 별문제 없이 촬영은 이어졌다. 위잉~ 소리와 함께 닥쳐온 추위에 덜덜 떨기 전까지는.


실내 온풍기 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들어가 잡음이 되던 순간, 촬영장에 있던 스태프들은 결단을 내렸다. 춥겠지만, 온풍기를 끄자! '실내니까 견딜만하겠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오늘은 체감온도가 무려 영하 25도였고, 실내에 있어도 온풍기를 켜지 않으면 패딩을 입고 있어야 그나마 견디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촬영의 퀄리티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점점 몸은 움츠러들었고, 노트북을 조종하는 손가락이 떨리기 시작했으며, 발의 감각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 추워!


추위를 견디는 것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뇌까지 얼어버렸는지 사고 회로가 움직이지 않는 느낌이었다. 분명 오랜 시간 공부하고 또 이해해서 쓴 대본이었는데 갑자기 무슨 말인지 귀에 꽂히지도 않고, 누군가 질문을 하면 어버버하게 되는 상황.


일을 할 때 어리바리한 상황이 벌어지는 걸 극도로 견디지 못하는 스타일인데, 갑자기 굳어버린 뇌가 말을 듣지 않는 상황에서 감독님의 질문에 '어라? 이게 뭐였지? 이게 왜 이렇게 된 거지?'라는 생각만 가득. 결국 한참을 고뇌한 후, 대답할 수 있었다. 마치 완벽한 숙지가 되지 않은 사람처럼 어리바리하게.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눕는 순간까지 그 상황을 자꾸 곱씹는다. 왜 바보처럼 굴었을까 후회하며 스스로를 자책하기까지. 추위는 추위고, 툭 치면 나올 정도로 완벽하게 공부하지 못한 것 같은 죄책감이 들었다. 후배는 왜 그렇게까지 스스로를 괴롭히냐며 아무도 그 순간을 기억하지 못할 거라고 그냥 잊으라 한다. 혼자만 기억하는 괴로운 순간이겠지만, 어떤 상황이든 실수는 하기 싫은데...!


사람들은 어떨까? 하루를 마무리하려고 침대에 누웠을 때 오늘 하루 내가 한 실수가 떠올라서 잠을 설치기도 하려나? 흔히들 말하는 이불 킥을 시전하며 후회하는 순간들만 자꾸 떠오를까? 아니면 내가 유독 예민한 걸까? 하루 종일 좋은 일도 있었고, 칭찬도 많이 들었는데 행복한 순간들은 스킵 되고 왜 하필 실수한 순간들만 생각이 나는 걸까? 실수를 한 날이면 그날 밤은 한참을 후회하다 잠이 든다. 후회한다고 그 순간이 다시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돌이킬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아마도 나는 내일 아침에 일어나 양치를 하면서도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 나 어제 왜 그랬지! 바보 멍충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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