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 생일에 온 메시지

누군가의 생일을 축하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by 몽상가 J

카카오톡의 기능 중 꽤나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지인들의 생일을 알려주는 서비스이다. 깜박할 수 있는 생일도 카톡을 열게 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어 메시지를 보내거나 기프티콘을 보내게 된다. 오늘도 지인의 생일 알람이 떴길래 작은 선물과 함께 축하 메시지를 보내며, 몇 사람의 얼굴을 떠올렸다.


연애를 하다가 헤어짐을 고했을 때, 완벽하게 관계를 정리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헤어지고 난 뒤에도 친구처럼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 [소통의 부재] 매거진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나는 후자에 가깝다. 물론 그간 만났던 모든 사람들과 그렇게 지내는 건 아니다. 소수의 존재들과 연락을 지속하고 있는데, 연락을 지속하는 사람들의 경우 헤어진 순간부터 "우리 앞으로 친구로 지내자!"라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주로 1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 잘 지내냐는 안부를 묻다가 자연스럽게 연락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들이 연락을 하는 타이밍이 참 한결같다는 것.


그들은 마치 D-DAY 알람을 해놓은 것처럼 내 생일에 차례로 연락을 해온다. 그중 연락을 지속하게 된 사람은 두 사람 정도인데. 두 사람 모두 내가 더 좋아했고, 오랜 시간 잊지 못했기에 연락을 받아주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꼴도 보기 싫고, 부담스러운 사람의 생일 축하 메시지는 미안하지만 씹을 수밖에 없다.


작년 생일에 연락을 해온 '그'는 9개월 전, 꽤 아픈 말을 남기고 떠난 사람이었다. 1년을 조금 넘게 만나면서 정말 많이 좋아했고, 헤어지던 순간에도 많이 울었고, 헤어진 후에도 몇 개월 동안은 참 많이 아팠었다. 겨우 잊고 살고 있었는데, 그가 너무나도 태연하게 "생일 축하해."라는 말로 나를 두드렸다. 일을 하다가 본 메시지에 순간 정신을 못 차리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답을 할까, 말까, 무시해야 하나, 뭐라고 해야 하지? 라는 생각과 함께 한참을 망설이다가 "축하해 줘서 고마워요."라는 무미건조한 답장을 보냈더니 그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대화를 이어갔다. 우리의 그날을 잊은 사람처럼. 단호하게 끊어내지 못한 내 잘못도 크지만, 그의 연락에 마음이 뭉글뭉글 해짐을 느꼈다. 여전히 잊지 못한 그 사람을 향한 감정이 다시 시작되는 듯했다.


결론만 말하자면, 지금까지 그와는 연락을 지속하고 있다. 딱 한 번 만난 적이 있지만 연인 관계에서 할법한 스킨십이 오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예전보다 나도, 그도 더 편하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일상과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었다. 가끔 그와 한참을 통화하고 끊을 때면 '나 지금 뭐 하는 거지?'라는 생각에 공허함이 밀려오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


한 사람을 향한 감정이라는 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외면하거나 다른 무언가로 덮었을 때 소멸되었다고 스스로를 속이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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