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일 : 미용실
미용실에서 펌을 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주 가는 곳은 아니지만, 반년에 한 번씩 펌을 하러 미용실을 들른다. 머리에 큰 신경을 안 쓰기도 하고, 긴 머리에 펌을 하면 딱히 관리하지 않아도 무난하게 유지가 되기 때문에 반년에 한 번씩 방문해도 큰 무리는 없다. (디자이너 쌤이 들으면 기겁할 이야기지만 당당하게 말해본다)
미용실은 가기 전까지 엄청난 고민을 하게 만든다. 이번에는 어떤 스타일로 변신을 해볼까, 고민을 하면서 다양한 헤어스타일의 사진을 모아 본다. 원하는 스타일의 사진을 3-4장으로 추린 후, 지인들에게 의견을 묻는다.
"나 머리 하려고. 어떤 스타일로 해볼까? 뭐가 제일 어울릴까?"
사람 취향이라는 게 다양한만큼 각자 마음에 드는 사진을 픽하는데, 정말 이렇게까지 다양하게 갈릴 수가. 심지어 이유도 각양각색. 다채로운 지인들의 취향 덕분에 선택의 기로에서 더 멀어져 버린다. 어떡하지? 무슨 머리를 해야 하지?
연애를 할 때는 최종적으로 남자 친구에게 묻는다.
"어떤 머리가 제일 예쁠까?"
"이거?"
"이유는?"
"그냥 예뻐서."
"성의 없이 대답하지 말고 쫌!"
남자 친구는 성의 없이 대답한 게 아니라 진짜 단순하게 예뻐서 고른 거라고 변명한다. 옷을 고를 때도 자주 있는 일이다. 남자들은 왜 디테일이 떨어질까? 조금만 더 눈여겨 봐주고, 디테일하게 대답해주면 좋을 텐데. 남자 친구가 없는 기간에는 남자 사람 친구 또는 지인들에게 묻는다. 역시나 비슷하다. 심지어 헤어스타일 보라고 사진을 보내줬더니 모델의 미모에 감탄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정신 안 차릴래?
어젯밤 이 과정을 또 한 번 겪으며 머리가 복작복작할 때쯤 후배의 카톡이 울렸다.
'제 생각에는 언니 머릿속엔 이미 정답이 있어요. 그 답을 향한 여정 같아요. 그래서 언니 마음속 1번은 뭐예요?'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어쩌면 나는 이미 답을 정해놓고 물어봤을 수도 있다. 후배의 말처럼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기 위한 질문일 수도.
또 다른 친구는 그런 말을 했다.
'내가 보기에는 어차피 3장 다 거기서 거기야. 네가 무슨 사진을 보여주든 똑같은 결과물이 나온다고 본다. 그냥 3장 다 보여주면 알아서 해줄 거야.'
이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내가 찾은 헤어스타일이 비슷비슷한 것도 사실이다. 역시 내 친구들은 나를 잘 안다.
그러나 오늘 난! 모두의 기대를 저버리고 아주 오랜만에 앞머리를 만들어보았다. 물론 이하 머리들의 상태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그래도 앞머리가 바뀌면서 스타일에는 확실한 변화가 발생했다. 만족한다. 앞머리 적응 및 관리를 하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그나마도 금방 자라는 편이라 맘에 안 들거나 불편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괜히 거울을 꺼내 바뀐 머리를 보고, 또 매만지며 기분을 내본다. 이래서 기분 전환용으로 머리를 하러 가는 것 같다. 셀카 타임을 가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