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 과자

과자를 먹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by 몽상가 J

얼마 전 입맛 궁합에 대한 글을 쓰면서, 나는 미식가도 아니고 음식 맛에 크게 왈가왈부하지 않는다는 말을 했었다. 다음 날 글을 다시 읽다가 불현듯 내가 유별나게 맛을 음미하는 특정 메뉴가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내가 유별나게 신경 쓰는 메뉴는 바로 과자다. 어렸을 때부터 다른 간식보다 유독 과자를 좋아했고, 어른이 돼서도 좋아하는 과자라면 자다가도 눈을 번쩍 뜨는 나였다. 가끔 누가 좋아하는 음식을 물으면 과자라고 대답하고, 과자 취향이 맞으면 그게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신상 과자가 나오면 누구보다 먼저 먹어보고 싶어 하는 과자 얼리어답터. 한입만 먹어도 꾸준히 먹을 과자인지 아닌지 판단이 선다. 그리고 한번 맛있다고 느낀 과자는 꾸준히 즐겨 먹는 편이다.


2021년을 살고 있는 지금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자를 손에 꼽아보자면...

1. 꼬북칩 달콤한 콩가루 인절미맛 (오리온)

2. 대단한 나쵸 (오리온)

3. 허니버터칩 (해태)


그 외에, 누드 & 아몬드 빼빼로, 크리스피롤 12곡, 에이스, ABC 초코쿠키 등이 있다. 개인적으로 순위 매기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혼자 순위를 매겨보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과자 순위 정도는 툭 쳐도 바로 나온다. (내 주변에는 이런 이상한 취미가 있다는 점을 귀여워하는 사람과 어이없어하는 사람, 두 부류가 존재한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당신이 후자가 아니길 바라는 순간이다) 분명 호불호가 강한 입맛이 아닌데, 과자를 먹을 때는 너무도 확실하게 판가름이 난다.


일을 하다가 입이 심심할 때면 메인 피디님이나 메인 작가님이 카드를 주면서 막내들에게 과자 쇼핑을 시킬 때가 있다. "얼마나 구성력 있게 과자를 담아오는지 한번 보자고!"라는 말 같지도 않은 말과 함께. 막내 때 저 말을 들으면 '그냥 뭐 먹고 싶은지 말을 해, 차라리!'라고 속으로 욕을 하기도 했지만, 언니 라인이 된 지금은 후배들이 얼마나 구성력 있게(?) 과자 쇼핑을 해올지 기대되는 마음과 그들의 과자 취향이 궁금해서 괜한 기대를 하게 된다. 예스러운 과자들만 가져오는 부류(아마도 윗분들 입맛이라고 생각하고 사 오는 것 같은데, 나이 많아도 신상 과자가 더 당긴다), 짭조름한 맛이 대부분인 과자만 쓸어오는 부류, 단맛이 강한 과자 위주로 담아오는 부류 등 아주 특색 있는 쇼핑을 해오는 걸 볼 수 있다. 그러다가 나의 취향을 저격한 과자가 책상 위에 쏟아지는 걸 보게 되는 날이면 왠지 모르게 그 후배를 다시 한번 보게 된다. 이 친구 센스가 남다르네,라고 생각하면서.


친한 후배는 생일마다 내가 좋아하는 과자를 한 박스씩 보내기도 한다. 나름 1년 365일 다이어트를 하느라 그 과자 박스가 쉽게 줄어들지는 않지만,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흡족할 때가 아주 많다. 실제로 극강의 다이어트를 할 때는 반년 동안 과자를 한 입도 먹지 않았다. 그저 책상 앞에 좋아하는 과자를 붙여놓고 내가 원하는 킬로수에 도달하면 저것부터 뜯어먹겠다는 다짐을 백 번, 천 번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6개월 만에 먹었던 과자는 허니버터칩이었다. 눈물이 날 것처럼 맛있었던 기억. 아직도 생생해!


이렇게까지 과자를 주제로 글을 써본 적은 없는데, 마무리를 어떻게 지어야 할지 난감하긴 하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과자를 좋아하고, 아마도 나이가 들어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서도 과자라면 사족을 못 쓸 것이다. 몸 생각하면 끊어야 하는 음식 중 하나지만, 적당히 먹고 즐긴다면 괜찮겠지. 그런 의미로 오늘도 과자 한 봉지를 뜯어야겠다. 부디... 절반은 남기는 미덕을 보여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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