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 컬러링

컬러링을 없애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by 몽상가 J

휴대폰을 사용한 이래로 컬러링을 계속 유지해왔다. 당시 가장 즐겨 듣는 노래들을 선곡해서, 내게 전화를 거는 사람들이 이 노래를 함께 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컬러링 곡은 몇 달에 한 번씩 바뀌었다.


그러다가 4-5년 전, 음악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노래가 너무 좋아서 그 노래를 컬러링으로 선택했었다. 자이언티의 <양화대교>라는 노래였고, 원곡을 듣기 전 오디션 참가자의 편곡 버전을 먼저 들었던 것이 이 노래를 좋아하게 된 결정적 이유였다. 이 노래를 얼마나 좋아했던지, 그 노래를 편곡해서 불렀던 이를 만났을 때도, 원곡을 부른 가수를 만났을 때도 입에 침이 마르도록 노래가 좋다는 말을 아끼지 않았다. 멜로디도 좋았지만, 가사 하나하나가 내 마음을 꽉 채웠던 기억이 또렷하다.


"행복하자 우리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그래 그래."


내 컬러링은 이 구간으로 정해졌다. 행복하자는 말과 아프지 말자는 말, 딱 두 내용의 가사로 이루어진 파트였다. 내가 인생을 살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하고, 주변 지인들에게 가장 많이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여전히 좋아하는 노래이기에 일부러 몇 년간은 바꾸지 않고, 이 곡으로 컬러링을 유지했다.


그런데 무려 4-5년을 한 곡으로 유지하다 보니 사람들은 종종 컬러링에 대한 지적 아닌 지적을 해왔다. 모 연예인은 전화를 할 때마다 '여보세요'가 아닌 '행복하니?'라는 질문으로 인사를 했고, 나는 '오늘은 썩 행복하지 않네요.'라는 말로 대화를 시작하는 게 둘만의 통화 패턴이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 노래를 따라 부르며 통화를 시작하는 이도 있었다. 그만하라고 하기 전까지 바이브레이션이나 모창까지 섞어 가면 노래를 불러댔다. 또 나한테 전화를 하면 이 노래 때문에 급격하게 우울해진다고 투덜거리던 이도 있었다. 솔직히 컬러링이라는 게 내가 설정을 하지만 남만 듣는 시스템이기에 타인의 지적이 유독 난무했던 것 같다.


그러다가 지인 중 한 사람이 생각지도 못했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몇 년 전부터 컬러링 좀 바꾸라던 그는 진지한 톤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본인은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몇 년 동안 바꾸지 않았는데, 하루는 오랫동안 연락이 오지 않던 지인이 전화를 해서 대뜸 살아있는 거냐고 물었단다. 무슨 소리냐고 했더니 카톡 프로필 사진이 몇 년 동안 바뀌지 않는 사람 중, 고인이 된 경우가 있다며 걱정이 돼서 전화를 했다는 거였다.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부분이었고, 시스템적으로 어떻게 되는지는 전혀 알 수 없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나에게 너무 오랫동안 한 가지를 고집하는 것이 그리 좋은 것 같진 않다며, 본인도 프로필 사진을 바꾸었으니 나에게도 웬만하면 컬러링을 바꿔보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내가 알아서 하겠다고 했지만 그간 사람들이 이 노래에 대해 한 마디씩 거들었던 말들이 생각나면서 왠지 모를 찝찝함이 느껴졌다.


그날 밤, 침대에 누워 잠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가 그의 바뀐 프로필 사진을 확인했다. 바꾼 프로필 사진은 또 얼마나 가려나,라는 생각을 하다가 컬러링을 떠올렸다. 그리고 내 컬러링을 오랜만에 들어보았다.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에게 행복하자고, 아프지 말자고 외치던 이 노래. 무슨 마음이 들었는지 나는 그 새벽에 컬러링 서비스를 해지해버렸다. 꽤 스피디하게 진행된 이 행동은 스스로를 당황시킬 만큼 성급하게 이루어졌다. 그렇다고 다른 노래로 바꾸고 싶진 않았다. 다른 노래로 바꿔버리면, 어쩐지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기분이 들 것 같아서.


그런데 정말 어처구니없는 사실은 컬러링을 없앤 지 3일 정도가 지났는데 누구도 내게 "컬러링 없어졌네?"라는 말을 걸어오는 이가 없다는 것이다. 역시 사람들은 생각보다 타인의 일에 무관심하다.

keyword
이전 04화29일 : 엄마와 트로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