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트롯 재방을 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TV조선 채널에서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만 해도 트로트 열풍이 이렇게까지 거세질 줄은 몰랐다. '미스트롯'까지는 그러려니 했는데, '미스터트롯'으로 인한 트로트 열풍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사라지기는커녕 점점 뜨거워지는 듯하다. 심지어 미스트롯2, 전국 트롯 체전, 보이스 트롯 등 끝도 없이 쏟아지는 트로트 프로그램 때문에 당분간은 이 열기가 식지 않을 것 같다.
부모님 세대에게는 세월을 함께 해온 노래들을 자주 들을 수 있으니 얼마나 반가운 일이겠는가. 마치 90년대를 대표하는 노래들이 연달아 리메이크되면서 거리 곳곳에서 흘러나오자, 30대들이 어깨춤을 추며 '역시 90년대 노래가 최고야. 중독성 있는 멜로디와 깊이 있는 가사! 이거지, 이거!' 하고 외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는 노래가 갖는 힘이 정말 크다고 생각한다. 노래는 현재 내 상황 그리고 내 마음을 대변해 준다. 거지 같은 상사에게 미친 듯이 깨졌을 때, 헤어진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을 때, 아무 이유 없이 위로받고 싶을 때 등. 모든 상황마다 내 마음을 대변해 주는 노래들이 꼭 하나씩은 있다. 그리고 노래는 과거의 추억까지 기억하도록 도와준다. 싸이월드 시절 커플 BGM으로 깔았던 노래는 지금 들어도 그 사람이 생각나고, 좋아하던 아이가 노래방에서 나를 위해 불러준 노래를 우연히 라디오에서 듣게 되었을 때는 나도 모르게 배실배실 웃고 말았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만의 사연이 담긴 노래들이 있을 것이고, 그 노래들은 제목이나 가수의 이름보다 '그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 '듣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풀리는 노래'로 기억되는 경우들도 많을 것이다.
쉬는 날은 TV만 보던 엄마가 요즘은 TV를 틀어놓고, 동시에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TV를 보든, 휴대폰을 하든 둘 중 하나만 하라고 해도 알겠다고 대답만 하고 둘 다 포기하지 않는다. 엄마는 드라마도 좋아하지만, 음악 예능 프로그램을 거의 다 챙겨 보는데 굳이 화면을 보지 않아도 누군가 부르는 노랫소리는 들리기 때문에 무조건 틀어놓게 된다고 했다. '미스터트롯'이 방영된 이후에는 타 음악 예능 프로그램도 꾸준히 챙겨 보지만, '미스터트롯' 재방송을 비롯하여 자매품(?)과 같은 '사랑의 콜센터'를 재방, 삼방, 사방... 몇 방까지 보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끊임없이 시청한다. 이제는 나도 외울 정도다. 그런데 엄마의 열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엄마는 이전에는 관심도 없던 유튜브에서 정동원을 시작으로 트로트 가수들의 무대를 몇 시간이고 검색하고 시청한다. TV에서도 노랫소리가 들려오는데 휴대폰까지 노랫소리를 틀어놓으면 되겠냐는 가족들의 핀잔에 이어폰을 꽂아 한쪽 귀에 꽂고 듣기도 한다. 그렇게 좋을까, 질리지도 않나, 라는 생각이 들 무렵! 엄마는 조심스럽게 인스타그램의 정체를 물어왔다.
"인스타가 뭐야? 사람들이 거기에 사진을 올린다고 하던데...?"
이미 궁금증이 시작된 엄마를 위해 내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그러나 엄마의 궁금증은 내가 무슨 사진을 올리고, 무슨 글을 쓰는지가 아니었다.
"정동원도 사진을 올린다고 하던데...?"
나는 엄마의 계정을 만들어주고, 정동원 및 미스터트롯 출연자들을 팔로우해줬다. 그리고 팬들이 올려주는 사진을 보는 방법, 해시태그 검색하는 방법 등을 알려주었다. 한 달이 좀 지났을 즈음 내 계정이 뭔지 물어보고 나를 팔로우 한 뒤 가끔 내가 올리는 게시물에 하트를 꾹 눌러주고 달아난다. 예상하기로는 내 게시물에 하트를 보내는 날이 엄마가 인스타그램에 접속을 하는 날이 아닐까. 매일은 아니더라도 2~3일에 한 번씩은 인스타그램을 하는 엄마. 이제는 내가 팔로우 해준 계정 외에도 마음에 드는 계정을 알아서 팔로우하는 등 인스타그램 활용 방법을 제대로 익혀가고 있다.
트로트를 하루 종일 들어야 한다는 단점은 있지만, 개인적으로 트로트 열풍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의외로 가사나 멜로디가 좋은 트로트곡이 많아서 듣다 보면 나도 흥얼거리게 되고, 무엇보다 좋은 점은 엄마에게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이라는 새로운 매체(?)를 자연스럽게 알려주게 되었다는 점!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에서 엄마와 소통을 할 수 있게 되어 즐거운 마음이 크다. 그리고 엄마가 TV에만 매여 있는 것이 아니라, 더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즐길 수 있게 되어 정말 기쁘다.
그런데, 엄마... 댓글에 알 수 없는 이모티콘은 왜 자꾸 남기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