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벚꽃기행
낙화유수(落花流水)
꽃이 진다고 서러워할 일만은 아니지,
내년 봄이 오면 다시 피어날 테니까.
아쉬운 마음이야 오죽하겠냐만은.
진해라는 도시는 조용한 도시입니다. 지금은 합병되어 창원시에 속한 진해구이지만 함께 합병된 원마산이나 원창원처럼 활기가 넘치거나 인근 통영이나 거제처럼 찾는 사람들로 인해 붐 비거 나하는 도시가 아닙니다. 그러나 3월 말이면 달라집니다. 도시 전체에 있는 수십만 그루의 벚꽃나무에서 일제히 꽃망울이 터트리기 시작하면 도시는 몸살을 앓게 됩니다. 벚꽃 앓이가 시작된 겁니다.
여좌천 벚꽃나무는 수령이 많습니다. 그 늙은 벚꽃나무 그늘 아래로는 젊은 청춘들이 넘쳐납니다. 잿빛 개울을 따라 늘어진 벚꽃 가지에는 솜사탕처럼 꽃이 열리고 바람이라도 하늘거리면 떨어지는 모습조차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냅니다. 그래서 여좌천은 진해 벚꽃의 1번지입니다. 비가 내리고 바람도 간간히 불어댑니다. 꽃잎은 하릴없이 떨어지고, 떨어진 꽃잎은 여좌천 물길을 따라 제 멋대로 떠내려갑니다. 속절없다는 표현이 맞을까요? 물끄러미 떠내려가는 꽃잎을 보는 마음이 괜스레 횅해져 옵니다.
한적한 곳에서 넉넉하게 꽃마중을 하고 싶다면 안민고개를 오를 일입니다. 안민고개는 진해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장복산과 웅산을 이어주는 고갯길입니다. 장복산 허리춤을 감싸며 넘어가는 산복도로인 안민고갯길에는 길 양옆으로 벚꽃나무가 고갯마루까지 이어져 꽃이 피면 벚꽃터널을 이룹니다. 오르다 보면 진해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를 만나게 됩니다. 이곳에 잠시 정차하여 커피 한잔과 함께 꽃그늘 아래서 여유롭게 진해만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내려보는 일도 진해에서 빠뜨맂 말아야 할 일입니다. 안민고갯길 벚꽃나무들은 수령이 오래되어 꽃이 만개될 때면 장관을 이룹니다. 떨어진 꽃잎이 길가에 수북이 쌓여있는 모습도 장관입니다.
기적소리를 울리며 느릿하게 열차가 들어오고 흐트러지게 핀 벚꽃은 일제히 하늘거립니다. 생각만 해도 몽환적일 것 같은 이곳은 경화역 벚꽃길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경화역에는 이제 열차가 다니지 않습니다. 진해선의 간이역이었던 경화역은 2006년 폐역이 되었고, 군항제 기간에만 관광용 테마열차를 운행하기도 했으나 이 역시 부정기적으로 운행합니다. 그러나 역은 제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지만 역사 주변 8백여 미터에 이르는 철로변 벚꽃길에는 해마다 때가 되면 꽃빛이 환하게 피어나 빈 철길을 비춰냅니다.
사관학교길은 군 시설이기 때문에 1년 내내 굳게 문이 닫혀있습니다. 하지만 벚꽃이 피기 시작하고 군항제가 시작하면 사관학교는 문을 활짝 열고 일반인들에게 개방을 합니다. 정갈한 길을 따라 아름드리나무에서 일제히 피어난 꽃망울과 하얀 제복을 입은 생도들의 모습이 한데 어우러지는 사관학교 4월의 풍경은 이색적이며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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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면 30여만 그루 왕벚나무에서 일제히 꽃을 피워내는 도시 진해는 그래서 세계 제1의 벚꽃 도시이다. 대표적인 벚꽃 명소 외에도 길가를 비롯하여 골목 안에도 벚나무가 즐비하게 있어 꽃이 만개하면 도시 전체가 말 그대로 꽃 대궐을 이루는 곳이다. 이 무렵에 열리는 진해 군항제는 우리나라 최고의 축제이다. 1952년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추모하고 기리기 위해 시작한 군항제는 매년 벚꽃이 필 무렵인 3월 말에서 4월 초까지 해군사관학교를 비롯하여 시내 일원에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