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운동 안하거나 조깅만 하기 아쉬워서 아파트 헬스장을 이용하면서부터
랫풀다운 인생이 시작됐다.
너무 추워서 조깅하기엔 어려운 시기다.
밖에 나가는 것부터가 장애물이 많다.
옷도 입어야 하고 신발도 신어야 하고 더워지면 겉옷을 벗어서 들고 나가야 하기에
'간단한 조깅'이 아니라 '준비가 필요한 운동'이 되어버렸다.
좀 전엔 아침에도 날씨가 좋을 때 조깅나가는 게 좋았다.
아주머니들은 단체로 에어로빅을 하고 계셨고 나는 천변을 나름 멋지게 걸었다.
고작 15분 뛰면 헥헥 거리는 게 현실이지만 턱끝까지 숨이 차오를 때 이상한 기쁨이 솟았다.
순간의 힘은 빠졌지만,
긴 호흡으로 체력이 점점 더 좋아진다는 믿음이 생겼다.
아파트 헬스장은 20M 앞이다.
몇 걸음만 가면 도달하니까. 뭔가 정체되었다는 생각이 들때, 나는 전환을 시도한다.
뭐든 시도하는 것이 '전환'이다.
일과 딱 맞아떨어지지 않아도 그냥 취미여도 좋다. 몇 달전에는 음악을 만들기를 시도했었다. 하루에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는 없어도 잔잔하게 나에게 도움되는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원래 턱걸이를 했었으니 랫풀다운이 좋아보였다.
50kg부터 시작했다.
그런데, 회계감사 중 한 회계사님이 내게 이런 조언을 해주셨다.
'대리님, 50kg로 20번은 너무 과해요. 60kg로 중량을 올려서 세트당 8-12회만 반복하면 어떨까요?'
이 조언은 내게 값졌다. PT를 받으러 따로 시간을 낼 수 없는 내게 '무작정 운동'이었던 생활인데 무게를 올리고 많을 땐 12번, 적을 땐 8번씩 4세트만 해도 굉장히 자극이 됐다.
그렇게 런닝 뛰지 않고 근력운동만 하는데도 금방 1시간이 됐다.
조금 과한 정도의 난이도지만, 천천히 해내다보면 어제까지 못했던 일도 오늘 해낼 수 있다.
그 믿음을 가지고 조금씩 조금씩 중량을 높이다보면
나도 어느새 벤치 100kg의 운동인이 되어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해본다.
아파트 헬스장에도 꽤 고수들이 많다.
그들에게 눈치는 보이지만, 나름 독학을 하고 그들을 따라하며
좋은 자세를 가져보려 노력한다.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하니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