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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

아직 끝나지 않은 짝사랑

by 단팥빵의 소원

요즘 티비프로그램 하트페어링에서 인상깊은 에피소드가 있었다. 남녀가 결혼할 짝을 찾는 프로그램인데 지민이라는 감성형 남자와 제연이라는 이성형 여자의 조합이 꽤 인기있다. 여자출연자 제연에게 처음부터 푹빠져 일방통행을 하는 지민과 신중하기에 조심스럽게 자신의 마음을 알아가는 제연.


지민의 마음은 표현도 방향도 명확했지만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건 제연이었다. 타인에게 하는 행동도 조심스럽고 자신의 마음도 신중하게 되짚어보는 타입같다고 해야 하나, 경험하고 제대로 확신이 느껴야 마음을 여는 성향 같았다.


그런 그녀가 지민에 대한 자신의 마음이 크다는 걸 확신하는 순간은 실수였다. 크리스마스 전날, 호감가는 두명의 이성에게 문자를 보내고 선착순으로 매칭이 되는 걸로 알고 있다. 바로 A 아니면 B, 둘 중 한명이 매칭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제언은 지민과 다른사람을 문자로 보낸 것 같다. 그리고 지민은 다른 여성출연자와 이브데이트로 연결되었지만, 매칭된 인연에게 가던 도중 네비게이션의 실수로 제언이 있는 곳으로 간다. 그리고 제언은 지민과 매칭되었다고 생각하고 기쁜 마음이 있었다고 한다. 정말 반가운 자신을 생각하며 확신을 느꼈다고 한다.


'실수로 알게 된 마음이라'


생각해보면 나에게도 비슷한 순간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장르는 짝사랑. 서로 운명적인 끌림을 느끼고 감정을 확인하는 로맨스 장르가 아니다. 몇년 전 교회에서 좋아했던 아이가 있었다. 단순한 호감이라기보다 홀리는 느낌이 있었다. 괜히 부끄러웠고 감정에 롤러코스터를 태우고 지나갔던 과거가 있다. 참, 그 아이의 눈을 보면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던 그런 순간이 있었지.


서운한 감정이 컸고, 정말 다르겠구나 싶어 직진보다 후진을 선택했다. 어느순간 그 아이는 공동체 모임에서 보이지 않았고 잊고 있다고 생각했다. '눈에 보이지 않으니 마음에도 멀어지겠지'라는 논리를 마음에 세겼다. 그리고 내 인생에 무형으로 남아있었던 그 아이의 존재가 다시 살아나는 건 묘하게도 다른사람에게 호감이 생겼을 때였다. 이제 슬슬 누군가에게는 억지로라도 마음을 열어야겠다는 다짐을 강제했던 걸까, 아니면 힘든 내 상황에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었던 걸까, 마음이 헤퍼지겠다는 결단을 하며 괜찮은 사람같아서, 누군가에게 호감이 생기던 순간이 있다.


그리고 나는 정말 그 아이를 제대로 잊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 때였다. 오후 2시 예배를 듣기 위해 교회로 가던 도중 친구와 함께 있는 당시 호감있는 상대를 만났다. 반가운 마음. 그게 끝이였다. 참 짜증나게도 그날 오후 2시 예배를 마치고 교회를 나가던 길 , 짝사랑했던 그아이가 지나가는 걸 보았다. '쿵' 정말 가슴이 내려앉는 줄 알았다. 그렇게 보게 될 줄 몰랐으니까. 교회를 옮기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설마 드라마틱하게 우연하게 그 아이를 그렇게 보게 될 줄 몰랐다. 심지어 예배전 호감있는 상대와 만났을 때 내 느낌과 예배 후 그 아이를 마주했던 느낌이 너무 달랐다.


아직 내 짝사랑은 무형으로 존재하고 있구나 싶었다. 그 느낌은 사라지지 않고 아직도 남아있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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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

뻥뻥 뚫린 두개의 눈, 날카로운 두다리

너의 다리는 온전히 서있기 위한 것이 아닌

무언가를 도려내기 위한 킬러인거지.


얇은 것만 도려내지 말고, 마음까지 도려내 줄 수 는 없을까?

마음까지는 어렵더라면 기억을 '싹뚝' 도려내 줄 수는 없을까?

조금 더 가벼운 마음을 가지고 상대방에게 다가설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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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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