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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

눈치게임을 시작하다

by 단팥빵의 소원

"이제 정말 늙었나 봐, 운전하는 게 예전 같지 않게 실수를 많이 하네"


일터에 운전하며 출퇴근하는 엄마의 요즘 하소연은 불안 불안했다. 안전을 위협하는 이야기다. 안 그래도 1~2년 전 구매한 중고차도 불안 불안하다. 구매한 당시 제대로 검사하지 못해 여러 가지 하자가 많았다. 2년 되지 않았는데 수리비용이 차곡차곡 누적되어 구매비용을 따라가고 있을 정도였다. 이용하다 한쪽 헤드라이트가 나가고, 비 오는 날 천장에 물이 세고......., 정말 위험했던 건 일산에서 김포까지 놀러 가던 날 브레이크가 고장 나 수리 맡기던 기억이 난다.


2017년도였나, 잠시 몇 달 운전대를 잡던 순간이 떠오른다. 재능교육 방문교사로 일하면서 산더미 같은 학습지를 이고 가려면 차량이 필요했다. 엄마차로 운전연습하고 겨우겨우 2012년생 장롱면허에서 초보운전자로 승격하려던 순간, 집안사정으로 엄마차는 처분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서 잠시 운전연수받던 순간이 있었다.


2020년도 새로운 직장으로 이직하고 운전연습이 필요했다. 외근이 있는 업무특성상 운전할 줄 알아야 효율적이었다. 오래된 노란 스파크 회사차로 20분 되는 거리를 몇 번 도로주행한 적 있었다. 제일 어려운 건 주차와 끼어들기. 한 번은 직장동료분을 태우고 운전연수 겸 회사 주변을 돌았던 적이 있다. 조그만 도로에서 큰 도로로 우회전해야 하는 순간 두 개의 목소리가 들렸다. 큰소리의 "지금 들어가!" 그리고 나머지 소리는 "기다리세요"였던 것 같다. 나와 함께 탄 2명의 동료분이 내는 각각의 소리에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순간 당황하여 시선처리를 제대로 못하면서 시야확보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저 핸들을 꺾어 소심하게 들어가려다 뒤에 차가 오는 걸 보고 급커브 했던 순간이었다. "빵빵"소리가 나고 사고가 날 뻔한 순간이 떠오른다.


그 이후로 더 이상 핸들을 잡기 무서웠다. 운전대를 잡는 내가 불안했다. 도로 위 운전이 눈치싸움이라면 내 눈치는 잼병이라 다시 하기 싫었다. 요리조리 잘 살펴도 사고 날 수 있는 그 공간, 도로의 눈치싸움에서 안전을 담보로 패배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눈치게임에서 계속 도망치는 날이 길어질수록 내 두려움만 증폭되었고, 필요성은 더 증가했다. 어머니의 연세는 운전하기 위험한 만 65세를 넘으셨다. 운전해서 나를 집으로 데려다준 교회친구에게 나는 "올해 운전연수해서 다음에는 너 집에 데려다줄게"라고 약속했다. 그리고 여름에는 대중교통이 없는 곳으로 친구들과 국내여행 가기로 했다. 함께 가기로 한 친구들 중 유일하게 한 명만이 운전가능한 베테랑이다.


이제 더는 피하지 말고, 나이 들수록 두려움이 커지니까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다시 운전대 눈치게임을 시작하자고 다짐한다.


운전대.jpg

<운전대>

앞의 커브길을 꺾으려면 어느 정도로 돌려야 되니,

어디 한번 너랑 나 환상의 짝꿍이 되어보자.

손은 너에게 딱 붙어서, 발은 브레이크와 엑셀을 자유롭게 오가며,

시선처리는 가수가 카메라 제대로 보고 자연스럽게 춤추는 것처럼 멀리 바라본다.

때로는 백미러로 다른 차를 관찰하며 눈치싸움을 걸어본다.

도넛처럼 생겼으나, 도넛처럼 먹음직스럽지 않은 그대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해져보려고 합니다

네가 요구하는 안전운전의 감각을 익혀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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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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