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savina의 인형이야기
그 신비롭고 아름다운 꽃을 처음 본 건 지하철 역 안의 자그마한 꽃가게에서였다. 늘 꽃을 보며 감탄하면서도 살 생각을 별로 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 꽃을 본 순간만큼은 너무너무 사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세상에 이렇게 예쁜 파란색 안개꽃이 있었다니.
물론 사진으로는 그 아름다움을 절반도 잡아내지 못했다.
그리고 마침내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어김없이 나는 우산을 들고 꽃집 앞을 지나치게 되었다. 비오는 날의 안개꽃은 자그마하게 포장되어 내 눈앞에서 조용히 고갯짓으로 '날 데려가요'라고 속삭이는 참이었다.
비내리는 날에는 꽃을 사야 한다. 정확히 말하면, 부슬비가 내리는 날 가냘프고 파란 안개꽃을 한 줌 집어들며 지갑을 여는 게 낭만주의자의 의무다.
그리고 낭만주의를 경멸하는 척하던 나는 이렇게 스스로를 낭만주의자로 만드는 우를 범했다.
하지만 파란 꽃만 사들고 가자니, 어쩐지 슬픔만을 가지고 돌아가는 느낌이 들어서, 나는 장미 한 송이를 같이 샀다.
화려한 장미를 좋아하는 사람의 몫으로 말이다.
그리고 집에 와서, 이 한 줌 남짓한 안개꽃을 꽂을 꽃병이 없다는 사실에 당황한 나는 더없이 아름다운 꽃병을 발견하고 회심의 미소를 짓게 된다.
다름아닌 나의 순둥이 가을이다.
이보다 더 좋은 꽃병은 없을 것이다.
낭만주의자는 오늘도 임무를 완수했다.
눈이 시리게 파란 안개꽃이 가슴 속 땟국물을 씻어내린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오늘은 지갑을 참 잘 열었다.
오늘 밤만큼은, 비가 그치지 않고 계속 내려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