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궁하면 통하라 했다.

고난을 돌파하는 법

by Kalsavina

사실 나는 잔머리라든지 꼼수라든지 하는 것과는 참 거리가 먼 사람이다. 누가 봐도 답답할 정도로 곧이곧대로이고 융통성이 없던 나였다.
나의 잔머리가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한 건 인형을 다시 만지게 되면서부터다.

믿거나말거나, 이 옷은 팔토시를 잘라서 만든 옷으로 소다에게 만들어 준 첫 의상이다. 팔토시의 고무줄을 살짝 줄여주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치마가 완성되었다.

이런 식으로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해결하는'

방식으로 꽤 여러 벌의 인형옷을 만들었다. 그 중에서도 팔토시를 가장 많이 사용했던 것 같다.

그 외에도 비싼 인형옷을 사 주지 못하는 주머니 형편 탓에 중고 인형옷 시장을 뒤지기도 하고, 활용할 수 있는 천을 최대한 활용해가며 인형옷을 만드느라 밤을 새운 적도 허다하다 .

그 외에도 관절이 헐거워지면 고무줄을 감기도 하고, 구체관절 인형에 착색이 생기면 매직블록으로 닦아내는 등 여러가지 어려움을 해결해 나가면서, 어느 새 나는 강해져가고 있었다. 잃었던 자신감도 조금씩 찾아가게 된 건 덤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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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밤낮으로 작업을 방해하는 꼬맹이 조카와 변변한 책상 하나 없는 작업공간으로 인해 제대로 된 패턴을 제작하기란 거의 불가능했으므로 거의 모든 것을 손대중과 직감으로 해결해야 했다. 원단을 포함한 재료 또한 비싼 돈을 들여 사지 못하고 닥치는 대로 주위로부터 긁어모아 해결했다. 그러면서 나는, 내게 주어지지 않은 융통성을 하나하나 배워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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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끊어져서 버려야 할 팔찌를 선나의 허리에 둘러주니 근사한 허리띠가 되었기에, 속으로 '한 건 했다'고 좋아하던 중, 문득 달라진 나를 느꼈다.

안 되면 무조건 포기할 줄만 알았던 내가, 이제는 안 되면 해내는 방법을 찾으며 노력하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고난을 돌파하는 법을 터득해가고 있었다.

인형은 나를, 나 자신을 바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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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하면 통한다는 말은, 어떤 상황에서는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적어도, 내 노력으로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지와 믿음이 존재하는 동안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