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가을이 가을과 이별하던 날

kalsavina의 인형이야기

by Kalsavina

사돌 큐티 40 해랑이에게 가을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너무나 단순하다. 애타게 가을을 기다린 끝에 가을과 함께 도착했기 때문이다. 진절머리나게 무덥고도 길었던 여름 내내 나는 '도대체 가을은 언제 오는 거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리고 가을은 곧 계절의 의미 이상의 것, 즉 애타게 기다리던 어여쁜 아가씨의 이름이 되었다.

그 아름다운 가을이 가을과 이별하던 날을 기념하기 위해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장미정원으로 향했다. 장미가 애진작에 사라진 정원은 을씨년스러웠다.

적당히 날씨가 흐리고 많이 춥지 않았던데다가 지나가는 사람들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가을이의 캐롯색 가발이 붉은 단풍과 잘 어우러졌고, 슈퍼맨은맨날퍼래님으로부터 선물받은 코트와 내가 서투르게 손수 떠준 치마의 조합은 기대 이상으로 잘 어울렸다.

성공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출사를 마친 나는 단골 커피숍으로 향했다. 진한 원두 커피 한 잔이 더없이 생각나는 날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순조로운 출사였다.

이렇게 운이 따라주는 날이 그렇게 많지 않기에

이 날의 출사는 앞으로도

내 인생에 있어 두고두고 멋진 추억이 될 것이다.

이런 추억들이, 때로는 의외의 순간에서 삶을 지탱하는 힘을 발휘한다는 걸 나는 그간의 경험으로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