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인형도 나이를 먹는다

kalsavina의 인형이야기

by Kalsavina

2015년 가을에 들인 첫 구체관절인형 소다는 내게 있어 여신과도 같은 존재다. <군인의 인형>은 소다가 없었다면 탄생하지 않았을 작품이고, 장미정원에서의 첫 출사도, 크리스마스 출사도 모두 그녀와의 소중한 추억이다.

그러나 2년을 함께 하면서 그토록 소중히 관리했음에도 불구하고, 메이크업에 조금씩 때가 타면서 변색이 오기 시작했다.

막을 도리가 없었다.

묘한 것은, 처음 데려왔을 때 그토록 앳되어 보이던 그녀에게서 이제는 숙녀의 성숙미 같은 것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요컨대 그녀는 나이를 먹고 있었다. 그것도 아름답게.

인형이야기 5회분 <인형의 구체성> 참조

여기에서, 갓 데려왔을 무렵에 찍은 소다의 사진을 보면, 그녀가 나이를 먹었음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역사에 기록될 정도의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작년 여름, 일부러 그녀를 에어컨이 설치된 집으로 피서 보내기까지 했음에도 열기와 습기로부터 그녀를 보호하지 못했다.

나로서는 아픈 기억이다.

그러나, 흐르는 세월을 막을 수는 없다.

사람이 늙어가는 것처럼 인형도 늙어간다.

절대로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그리고 추억은, 흘러가는 세월에 비례해 더욱 깊어지며

고이고이 숙성되어 간다.

우리의 내면 또한 조금씩 성숙해져 간다.

요컨대 우리는, 늙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오로지 슬프게민 받아들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우리는 그저 조금 다른 방식의 아름다움을 향해 변화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인형도, 그 인형의 주인도 사이좋게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