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savina의 인형이야기
예기치 못한 사고가 일어났다. 그것도 야심한 시각에.
엉성하게 만든 니트 티를 릴로에게 입혀주려던 게 화근이었다. 전부터 오른쪽 손목에서 철사가 자꾸 삐져나오는 게 눈에 거슬리더니 결국 손목이 빠지면서 팔꿈치와 손목이 몸에서 분리되고 만 것이다. 텐션을 다시 연결해 복구해야 할 상황이었지만, 이전에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없는 나는 완전히 당황해 버리고 말았다.
복구하기까지의 과정은 고단했다.
처음에는 텐션 고리를 바늘에 걸고 바늘을 팔꿈치 파츠 안으로 집어넣어 빼내려고 시도했다. 아주 무리한 방법은 아니었으나, 텐션의 탄성이 워낙 센지라 바늘이 좀처럼 빠져나오질 못했다. 결국 리본끈을 꺼내 텐션 고리를 리본에 걸고, 리본의 끝에 바늘에 꿴 실을 꿰매어 연결한 후 바늘을 잡아당기고서야 텐션을 팔꿈치 파츠에 관통시켜 빼낼 수 있었다.
과정 사진을 하나도 찍어두지 못한 건, 순전히 내가 혼이 빠졌던 탓이다.
손목을 연결하는 건 더 막막했다. 기존에 박혀있던 철심을 쓸 수가 없어 대체재를 구해야 했다. 궁리끝에 가죽끈을 조그맣게 자른 후 손목구의 홈 안으로 넣고 기존 철심이 박혔던 구멍을 통해 실로 꿰어 연결하는 작업을 감행했다.
이 과정에서 목숨을 내걸어야 했다. 바늘의 뾰족한 쪽을 이빨로 물어 빼내기를 세 번이나 반복한 것이다. 가죽끈이 워낙 두껍고 단단해 바늘이 거의 꿰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가죽끈이 아니고서는 텐션의 탄성을 지탱할 수 없을 터였다.
다행히 목숨을 내건 정성을 하늘이 알아주셨는지
텐션 고리는 무사히 가죽끈에 안착했다.
전화위복이라면 전화위복이랄까. 그 전까지 제멋대로 돌아가던 릴로의 다리는 텐션 복구 후 이전처럼 제멋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예전보다 훨씬 날렵하고 날씬한 자태를
마음껏 뽐낸다.
이 재미없고 식은땀 나는 사고 경위를 기록하는 이유는 엄밀하게 말해 다음과 같다.
1)순수한 의미에서의 사고 일지.
2)범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바짝 차리면 산다는
말은 진리다.
3)유비무환이라고, 텐션 연결에 필요한 도구를 구비해 둬야겠다. 특히 당김이는 필수.
4)당분간 구체관절인형의 증식은 심각하게
고려해 보기로.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비록 사고 자체는 돌발적이고 끔찍했지만, 이것을 해결해냄으로서 나의 문제해결능력이 한 단계 상승했다는 것이다. 이 뿌듯함과 자신감의 상승을 잊지 않고 기억해두고 싶었다. 내 인생의 자양분이 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