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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리 Jul 04. 2024

느리지만 꾸준히

 새해가 되면 으레 세우는 목표들이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올해 글쓰기에 대한 목표를 세웠다. 

영어, 운동 등 계획은 세웠지만 제대로 지키지 못했던 그동안의 무수한 실패를 거울삼아 거창한 계획보다는 실천에 무게를 두고 목표를 정했다. ‘일주일에 3회, 매일 30분 쓰기’, 블로그, 일기, 독서 메모 등 분량, 글의 질(quality)는 따지지 않기로 했다. 혼자하면 어려울 것 같아 비슷한 목표를 가진 친구 A와 서로 독려해주기로 했다. SNS에 올린 글은 사이트 주소를 공유하고, 일기나 독서 메모 같은 글은 인증샷을 카톡방에 남기기로 했다. 어느덧 2024년의 반이 지나가고 있는 시점에 그동안의 결과를 체크하니, 안타까운 성적표다. 실천할만한 목표를 정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생각보다 약속을 지키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 시간이 흐를수록 뜨뜻미지근해지는 나와 달리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읽고 쓰던 A는 이런 저런 모임에도 가입해 열심히 활동했다. 무엇을 하든 열심히 하는 A는 본인의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속도를 내고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내더니, 얼마 전에는 본인의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미지 : unsplash




 악기, 운동, 외국어,.. 뭔가를 배울 때, 한 분야에서 열심히 일할 때, 전문가로 성장하고 변화하려면 우리에게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 부으며, 거기에 온전히 집중해야 한다. 원하는 만큼의 성장이 보이지 않아도 실망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꾸역꾸역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도 있다. 열심히 노력하며 결과를 만들어내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A와 나의 속도와 치열함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레이크 루이즈(Lake Louise)’ ‘메디테이션(Meditation)’ ‘로망스(Romance)’ 등 한 번쯤 들어봤을 익숙한 곡으로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유키 구라모토.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매일 성실하게 피아노 연습을 하고 있으며, 매년 우리나라를 찾아 콘서트를 열고 있다. 경주, 양산, 평택 등 관객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 그는 국내 언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연주는 스포츠처럼 꾸준히 연습하고 기술을 연마할수록 좋아 진다”며 “내 나이 팔순이 되면 원숙미가 가미돼 지금보다 더 나은 연주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연히 음악을 전공했을 것 같은 유키 구라모토는 사실 대학에서 응용물리학을 공부했다. 비전공자인 그가 서른네 살에 첫 음반을 내기까지 16년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꾸준히 음악을 했고, 지금도 여전히 성실하게 그 길을 걸어오고 있다. 그는 인터뷰에서 60km의 속도지만 자기만의 속도로 성실하게 나아가고 있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부드럽고 편안한 모습 뒤에 한결같은 태도와 겸손, 더 멋진 곡을 연주하고 만들고 싶은 그의 열정이 느껴졌다. 




이미지 : unsplash

                                                         



 여든이 되면 더 나아질 것이라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스스로에 대한 믿음에 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결국 A와 나의 차이는 자기에 대한 믿음과 기대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하는. 

내가 바라는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나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자기 확신 같은 것. 내게는 그런 것이 부족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부지런히 내 속도로 열심히 나아가면 원하는 곳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과 스스로에 대한 기대가 부족한 나는 자주 나를 의심하고, 결과를 두려워하며 망설인다. 각종 소셜 미디어를 통해 누군가의 일상을 쉽게 볼 수 있는 요즘에는 나와 타인을 자꾸 비교하기도 한다. 저 사람은 벌써 저만큼 갔는데, 이 사람은 젊은 나이에 이 정도의 성공을 거두었는데.. 이런 식의 비교는 나에 대한 기대와 믿음을 자꾸 떨어뜨린다. 비교할수록 현실의 나는 초라해 보이고, 지금의 내 작은 노력은 의미없거나 부질없는 노력으로 보인다. 이미 늦은 것 같은 조바심은 더 완벽해야 할 것 같고, 반드시 이루어내야 할 것 같은 조급함을 느끼게 한다. 

 어쩌면 내가 돌아봐야 할 것은 다른 사람에 비해 느려 보이는 내 속도가 아니라 그 때문에 자꾸 놓치게 되는 나에 대한 믿음과 기대일 것이다. 느려도 꾸준히 성실하게 가는 사람은 언젠가는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한다. 한 해의 반환점을 돌고 있는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것, 느리지만 꾸준히 내 속도로 나아가는 것이다. 






자료 참조 : https://www.hankyung.com/life/article/2022042510411

https://www.youtube.com/watch?v=ZKZFH8dFKH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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