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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거칠마루 Jan 17. 2024

한겨울의 양평 나들이

예지현, 물맑은시장, 중미산 천문대

토요일 아침, 오늘은 2주 전에 예약한 중미산 천문대 관측을 하러 가는 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침부터 서둘러서 둘째의 병원 진료를 예약해야 했다. 우리 동네의 이비인후과는 하루 진료인원이 최소 200명은 되지 싶다. 그래서 토요일이나 월요일 같은 경우는 진료가 시작되는 9시에 병원에 가면 최소 1시간 30분은 기다려야 한다. 그 결과 병원에서는 오전 8시에 미리 문을 열어놓고 진료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적어놓아야 한다. 아내는 내게 오전 8시에 둘째 진료 예약을 하라는 임무를 줬다. 이건 꼭 해야 한다. 게으름 피우다 예약을 못했을 경우엔 아내에게 혼나는 건 둘째고 오늘 일정이 제대로 꼬이게 된다.     


오전 7시 30분에 알람을 맞춰놓고 제시간에 일어났다. 8시에 맞춰 도착하면 아마도 내가 일등이겠지 생각하며 여유롭게 출발했다. 8시 2분에 병원에 도착해서 대기자 명부에 이름을 쓰는데 “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내 앞으로 벌써 26명이나 다녀갔고 내가 대기순서 27번이었다. 27번이면 오전 10시 넘어서야 진료받을 텐데 속으로 괜히 여유를 부렸나 하고 후회했다.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임무 완수를 알리자 아내는 “거봐, 내가 더 빨리 가라고 했지? 마누라 말 잘 들어서 후회할 일 없다”라며 큰소리를 쳤다. 지은 죄가 있어 조용히 방에 들어가 QT를 했다.  


첫째는 아내와 수학 공부 중이고 서둘러 둘째에게 아침을 먹이고 병원 갈 준비를 했다. 10시 5분경 병원 도착하니 그 사이 앞선 20명이 진료를 받았고 둘째는 대기자 7번에 이름이 올라있었다. 진료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10시 45분, 이제 양평으로 출발할 시간이었다.      


원래 내 계획은 두물머리 연핫도그 → 카페 구벼울 → 물맑은시장 → 양평군립미술관 → 중미산천문대였으나 실제는 예지현 → 물맑은시장 → 카페 빈 → 중미산천문대 순서로 이뤄졌다.     


양평 나들이 계획

 

1. 예지현(내가 고른 양평 No.1 중국집)   

1. 피규어 장식장, 2. 셀프바


11시에 집에서 출발해 바로 양평 5일장 중 하나인 양평역 앞 물맑은시장(3, 8일이 장날)으로 가려했으나 양평역에 도착하니 12시 30분이 넘었다. 다들 배고프다고 해서 급히 아내가 양평역 맛집을 검색해 도착한 곳은 온 가족이 사랑하는 중국집이었다. 네이버에 검색하면 제일 먼저 나오는 곳으로 상호는 예지현이었다. 가는 길도 범상치 않았다. 아파트 뒤편에 위치한 식당은 주차장이 정말 복잡했다. 진입로는 양쪽에 있었지만 좁은 곳에 12대 정도 되는 차들이 오밀조밀 주차되어 있어 주차 자리를 구하기도, 주차 순서를 기다리는 일도 힘들었다. 결국 식당 앞 주차를 포기하고 그 주위를 빙글빙글 돌다 200m 떨어진 곳에 겨우 주차를 했다.      


내가 밖에서 주차하는 동안 아내는 아이들과 중국집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미리 내 몫의 꼬막짬뽕, 아이 둘을 위한 짜장면 둘, 탕수육, 자신의 볶음밥을 주문해 놓았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아이들 키만 한 철인 28호가 날 반겼다. 실내는 널찍했고 4인 테이블 20여 개 중 80퍼센트 정도에는 이미 여러 사람들이 앉아 음식을 먹고 있었다. 가게 입구의 “self bar”에는 원하는 만큼 먹을 수 있게끔 밥공기와 대형 밥통이 놓여 있었다. 밥통 옆에는 1인 1 계란이라는 문구와 함께 손님이 직접 계란 프라이를 조리해서 먹게끔 30구짜리 계란 3판과 휴대용 가스레인지가 놓여 있었다. 차례를 기다려 가족 몫의 계란 프라이 4개를 요리했는데 식당에서 내가 요리해 보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아이들이 주문한 짜장면은 말이 짜장이지 주문하자마자 바로 볶아서 내온 간짜장이었다. 꼬막짬뽕은 매운 걸 잘 먹지 못하는 내가 맛있게 먹을 정도만 매웠다. 내가 주문했더라면 맵더라도 중화비빔면을 시켰을 텐데, 아쉬웠다. 오늘의 메뉴 중 제일은 튀김옷이 예술인 탕수육이었다. 일반 탕수육과는 다른 튀김옷인데 이건 직접 먹어봐야만 알 수 있다. 흔히 먹을 수 있는 보통의 탕수육과는 달리 훨씬 바삭하고 씹는 맛이 있었다. 가게 사장님이 피규어를 수집하는 듯 가게 한쪽에 피규어 여러 개가 진열장을 차지하고 있었다. 난로 옆에는 직접 철판을 용접해서 만든 로봇이 있어 눈과 입이 모두 즐거운 식당이었다. 한 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면 낡은 화장실이 보기에 좋지 않았다. 피규어만큼 화장실에도 신경을 써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2. 양평역 물맑은시장     


점심 식사를 마치고 양평의 3대 시장 중 하나인 물맑은시장 구경을 나섰다. 생각보다 날이 추워서 최대한 시장 근처에 주차하기로 마음먹고서 공영주차장을 찾았지만 이미 만차였다. 공영주차장을 포기하고 시장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양평군청 사거리 인근의 농협에 유료주차장을 발견했다. 주말은 30분에 1000원으로 싼 가격이었다.      


시장 안에 들어서자 각종 먹거리와 온갖 물건을 파는 노점으로 사람들이 한가득이었다. 천천히 시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그러다 아내가 TV에 나온 맛집을 찾았다. 2020년에 김영철의 동네 한바퀴에 나온 찐빵집이었다. 운 좋게도 우리 앞에 5명만 기다리고 있었다. 아내가 좋아하는 술빵 3개, 김치만두와 고기만두 총 10개, 꽈배기 3개를 5분 만에 구입해 아이들은 신이 났다. 100m 앞에 개당 3,000원인 호떡이 있어 구경을 했다. 꽤 유명한 곳인 듯 주인장이 연예인들과 찍은 사진만 열 개 이상이 호떡집 천막 앞에 걸려 있었다. 이미 기다리는 사람만 20명 이 넘어 1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할 것 같아 포기했다. 길을 따라 시장을 돌며 튀김을 파는 곳, 순대국밥집, 아이들 장난감을 파는 곳, 젓갈, 빵, 과일, 파전 파는 곳 등을 둘러보았다. 그러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감말랭이와 딸기를 샀다. 확실히 시장이 마트보다는 훨씬 싼 가격이었다.      


3. 카페 빈     


2시간 정도 시장 구경을 하다 보니 4,000걸음 정도를 걸었나 보다, 영하 2도라는데 바람이 세서 생각보다 추웠다. 숨 쉴 때마다 코가 얼얼하고 음식꾸러미를 든 손이 시린 게 점점 거슬렸다. 때마침 아이들이 춥고 다리 아프다며 카페에 들어가자고 했다. 아이들 속마음은 이 기회에 실컷 게임하려는 것을 알면서도 모른 척 카페를 찾았다. 원래는 배우 남상미가 운영하는 카페를 가려고 주차장으로 되돌아왔으나 아이들의 성화로 주차장 바로 앞의 카페 빈이라는 곳에 들어갔다. 아무런 기대 없이 간 곳이라 별 생각이 없었다. 카페 안으로 들어가니 겉보기와는 달리 깊고 넓은 공간이 있었고 아늑한 분위기도 맘에 들었다. 또한 천장 높이가 약 3m 정도여서 옆사람과의 대화소리가 울리지 않는 점도 맘에 들었다.      


요즘 카페는 1인 1음료 주문이 필수였지만 가족 4명 중 3명만 음료주문을 해도 눈치 주는 법이 없었다. 둘째가 30분쯤 지나 초콜릿라떼를 주문해 1인 1음료를 채웠지만 주문을 강제하지 않는 점이 좋았다. 그리고 생각보다 음료 가격이 싼 편이었다. 헤이즐넛 라떼, 키위주스, 바닐라라떼, 초콜릿라떼 4가지 음료가 22,000원이었다. 집 근처 카페였다면 적어도 27,000원 정도를 지불해야 했을 텐데 괜히 돈을 버는 느낌이었다.     

편하게 카페에 머무는 2시간 동안 아내는 학생들의 쓰기 숙제 검사를, 아이들은 게임 삼매경에, 난 브런치 글 보기와 차 소모품 쇼핑을 했다.     


4. 중미산 천문대(VS 영월 별마로천문대) - 중미산 천문대 勝     


좋은 점

1. 추가금액 부담 없는 재방문

날씨가 나빠 바깥에서 별 관측이 불가능할 경우 구매한 표를 가져오면 구입한 날부터 1년이내 전화나 인터넷 문의 후 재방문이 가능하다.    

  

2. 망원경 5대

목성과 기타 별자리(플레이아데스 성단 등 해설사님이 알려줬는데 잊어버림) 4곳을 관측할 수 있다. 사람들이 40명 이내라 정해진 관람시간 안에 망원경 5개를 돌아보며 별을 보는데 시간이 충분함 

    

3. 자세한 설명 

실외 관측 전 대회의실에서 30여분 정도 해설사님이 별자리에 관해 설명해 주셨다. 그중 가장 좋았던 점은 이것이었다. 각 천체별로 작은 것부터 큰 순서로 그림과 함께 별 지름의 크기를 보여주는 자료였다. 지구, 수성, 목성, 토성, 은하 등 별의 지름과 이미지를 보여주며 그에 따른 크기를 비교하는 자료였는데 글자로 보는 것과 시각화된 자료로 보는 것이 이렇게 다르구나라는 점을 깨달았다(百聞이 不如一見이라는 한자성어를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     


4. 차별화된 서비스 

두 분의 해설사님들이 일행들의 사진을 찍어줬다. 누가 시켜서 한 일도 아니지만 추운 날씨에 바깥에서 몇 시간 동안 설명하면서 방문객들을 배려하는 점이 좋게 느껴졌다. 또한 핸드폰 카메라로 별자리 사진 촬영법에 대해 안내받았다. 특히 핸드폰의 양대산맥인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종류별로 카메라 앱에서 세부조정하는 법을 알려주셔서 괜찮은 별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원래 오늘 글에 올리려고 했으나 실수로 지워 올릴 수가 없네요.     


이상으로 8시간의 양평 나들이를 마칩니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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