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거칠마루 Oct 30. 2024

순직하지 말라 VS 자부심을 팍팍 심어 주는 곳

대한민국 소방청 vs 싱가포르 경찰 & 소방

글 쓰기에 앞서 포스터 세 장의 사진을 올립니다.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글이 우선인 브런치인걸 알지만 이해를 높이기 위해 부득이하게 세 장의 사진을 올립니다)

지금 일하는 센터에 붙여진 소방청에서 나온 포스터입니다(아마도 22년에 나온 걸로 추정됩니다)
이번 싱가포르 여행할 때 본 경찰 포스터 :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라
싱가포르 소방 포스터 : 인명 구조, 삶이 바뀝니다! 준비됐나요?

영어로 된 표현을 제 나름대로 해석했습니다. 저보다 영어 잘하시는 분, 좀 더 세련된 해석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제 수준은 여기까지라서...


어떻게 다른 점을 잘 찾아보셨나요? 15년 차 현직 소방관으로서 위 포스터의 다른 점에 대해 써봅니다. 우리는 밑바탕에 희생이 당연한 걸로 전제되어 있습니다. 소방관이라는 말속에는 남을 위해 자신까지도 희생한다는 뜻이 밑에 쫙 깔려있습니다(제가 느끼기로는 그렇습니다). 2020년 이후 해마다 몇 명씩 순직하는 소방관이 생겼습니다. 그러자 소방청에서 국민의 생명만 챙기지 말고 소방관인 너희 자신의 목숨도 잘 챙겨라는 뜻에서 부랴부랴 위와 같은 포스터를 만들어 최하급기관인 119 안전센터에까지 뿌리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반면에 이번 여행 때 봤던 싱가포르 경찰 & 소방 포스터는 우리나라와는 결이 달랐습니다. 소방관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콕 집어서 말하기는 그렇지만 뭔가 진취(進取)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포스터는 지하철 입구 및 통로와 싱가포르 클락키 역 근처의 소방서 앞에 붙여져 있었습니다. 근처를 지나다니는 사람 누구나 이 포스터를 볼 수 있었습니다. 경찰과 소방에 지원하라는 구인 포스터의 느낌이 제법 나지만 촌스럽지 않고 세련된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국에는 싱가포르와 같은 소방관 구인 포스터가 없습니다(있을 수도 있지만 아직 저는 보지 못했습니다). 설사 구인 포스터가 있다 하더라도 불이 나면 순직할 수 있으니 네 몸 잘 챙겨라는 포스터보다는 싱가포르의 멋진 포스터에 점수를 더 줄 것 같습니다. 누가 이걸 보고 소방관에 지원하고 싶은 생각이 들까요?


올해 소방의 날 기념 포스터(무덤덤합니다, 왜 이런 표어를?)

월급만 받고 제 일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에만 있다가 외국에 나가서 둘러보니 우리에게 부족한 점이 뭔지 느껴져서 이런 글을 쓰는 겁니다. 이젠 우리도 소속 직원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는 곳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생겨 이런 글을 쓰게 됐습니다. 출동 현장에서 네 몸 잘 챙겨라, 너희는 든든한 버팀목이라는 아무런 감흥도 없는 립서비스보다는 제일기획이나 이노션 같은 광고사에 맡겨 고상하고 세련된 형태로 소속 직원들에게 자부심을 심어 주시길 바랍니다. 안 그래도 얼마 안 되는 예산 엉뚱한 곳에 쓰지 마시고요, 부탁드립니다 높은 곳에 계신 어르신들!!!


Postscript

싱가포르에서 찍은 사진을 둘러보다 서운함에, 홧김에 이 글을 씁니다. 희생은 당연한 거지만 자부심은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대한민국보다는 싱가포르 포스터가 훨씬 더 멋있네요, 부럽습니다!!! 좋은 장비 주는 건 당연한 겁니다. 이젠 좋은 장비를 지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부심을 심어주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때입니다! 높은 곳에 계신 어르신들!!

매거진의 이전글 달리기 유행이 불편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